의료계, 미신 수준 행위 신의료기술 인정 국민 우롱
NECA,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 유효성 인정
政, 신의료기술 인정 후 비급여·급여 등재는 의무사항

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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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최근 한방의 경혈 두드리기(감정자유기법)에 대해 비급여 등재가 고시되면서 의료계가 미신 수준의 행위를 신의료기술로 인정한 것은 국민을 우롱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감정자유기법을 신의료기술로 인정한 NECA를 향해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을 지고 신의료기술평가위원히 명단 즉각적인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의 이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은 규정에 따라 신의료기술평가가 진행됐으며, 절차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방 경혈두드리기는 지난 2019년 한방 1호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경혈두드리기는 2019년 신의료기술로 인정받기 전 2015년 신청됐지만, NECA는 당시 근거로 제시된 자료들의 내용이 부실해 최하위 권고등급을 받아 유효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4년 사이 새로운 과학적 근거가 입증되거나 추가되지 않았지만, NECA는 정반대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의료계는 NECA가 2019년 경혈두드리기를 신의료기술로 인정할 당시에도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신의료기술 인정 철회를 요구했다.

의료계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신의료기술 인정은 유지됐고, 3년이 지나 지난 6월 14일 복지부는 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 행위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 개정을 통해 경혈두드리기를 비급여 행위로 등재했다.

정부의 경혈두드리기 비급여 등재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와 각 시도의사회는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협 한방특위는 입장문을 통해 경혈을 두드리고 노래를 흥얼거리는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은 의료기술이 아니라 오히려 주술에 가깝다며, 이번 신의료기술 결정은 우리나라 의학의 역주행이며, 의료의 퇴보를 상징하는 부끄럽고 뼈아픈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방특위는 "정부가 이런 비과학적 대체요법을 제도권 내 공식 의료행위로 인정했다"며 "추락하고 있는 21세기 한국의료의 현주소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경악했다.

이어, 한방특위는 이번 복지부의 비급여 등재에 대해 한방의 비과학적 행위와 NECA의 부실한 검증절차, 복지부의 묻지마 한방 퍼주기 정책의 3박자가 어우러진 한국 의료의 비극적 사태라고 규정했다.

한방특위는 "NECA와 복지부의 행태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경혈두드리기를 통한 감정자유기법의 비급여 행위 등재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증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정치적 논리에 휘둘린 NECA는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을 지고,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명단을 즉각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방특위에 이어, 강원도의사회도 경혈두드리기 비급여 등재 비판에 가세했다.

강원도의사회는 경혈두드리기가 신의료기술로 인정된 만큼 할머니가 배앓이를 하면 부드럽게 만져주는 '약손치료법'도 신의료기술에 해당될 수 있다고 비꼬았다.

의사회는 미신 수준에 해당하는 행위가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은 외상후 스트레스 치료를 받아야 하는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강원도의사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향해 포퓰리즘적 정책을 중단하고, 경혈두드리기 행위에 대한 급여 인정을 취소해야 한다며, 의료계의 요구가 묵살된다면 전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NECA, 신의료기술평가 3회 회의 진행 절차 문제없어

한편, 의료계의 반발에 대해 NECA측은 감정자유기법은 임상연구 3편을 근거로 안정성과 유효성을 평가했다며, 손가락으로 경혈점을 두드리는 비침습적 방법으로 환자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아 시술 수행에 따른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또, NECA측은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은 고식적 치료 등과 비교 시 유의하게 증상 완화 효과를 보여 유효한 기술이었다며, 감정자유기법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부정적 감정 해소 등 증상을 개선하는데 안전하고 유효한 기술이라고 평가결과를 설명했다.

NECA측은 특히, 신의료기술평가위원 20명이 총 3회에 걸쳐 회의를 진행해 절차상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이중규 과장은 "복지부로서는 NECA에 신의료기술을 인정하게 되면 법 규정상 비급여 혹은 급여 등재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번 비급여 등재는 감정자유기법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지만, 여전히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며, 비용효과성이 부족해 과학적 근거를 더 쌓을 것을 주문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복지부와 NECA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역시 NECA의 신의료기술평가에 대한 신뢰도 부족을 지적하고 있다.

20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2019년 국정감사에서 신의료기술평가에 대한 전반적인 대책 마련 필요성을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장정숙 의원은 NECA가 신의료기술평가 결과 근거수준이 C등급과 D등급에 대해서도 신의료기술로 인정했다며, C등급과 D등급으로 신의료기술로 인정된 사례가 전체 인정 사례 중 76.6%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평가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이 책임의식을 갖고 평가할 수 있도록 평가위원 명단과 회의록을 공개해야 한다며, 신의료기술평가에 대한 신뢰성과 공정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런 국회의 지적에도 NECA측은 평가위원들의 공정한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평가위원 명단 공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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