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현장 의견 없는 일방적 정책 발표 혼란만 야기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방역당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과 사전예약률 급상승으로 인해 한층 고무돼 있다. 당초 계획했던 상반기 백신접종 목표를 초과 달성해 스스로 대견스럽게 여기고 있는 분위기다. 

취재부 신형주 기자 
취재부 신형주 기자 

그동안 백신 수급 불균형과 늑장 구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이상반응 우려 등으로 방역당국의 정책에 대한 불신이 높았지만, 최근 백신접종 분위가 전환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백신 접종률 제고와 사전예약율 상승은 방역당국의 노력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방역당국의 방역정책에 쓴소리를 하던 의료계가 코로나19 조기 종식을 위해 적극 협조하고 나서면서 국민의 인식 변화에 일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방역정책을 추진하면서 여전히 의료계와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일례가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방식 변경이다.

방역당국은 최근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전 예약방식을 기존 전화 예약방식에서 네이버, 카카오 등 SNS만을 통한 예약방식으로 일원화하겠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의 발표에 따라 위탁의료기관으로 코로나19 백신접종에 참여하고 있는 개원가 및 의료계는 행정업무가 가중되고 있다.

SNS만을 통한 예약방식은 기존 전화 예약방식 보다 원거리 환자가 많고, 퇴근 시간에 맞물릴 경우 근본적으로 접종 불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오히려 백신 폐기량만 증가 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SNS에 신청된 사람에게만 통보가 이뤄져 통보되지 않은 환자들은 예약확인을 위해 의료기관으로 문의전화를 할 수 밖에 없어 전화 폭주 현상 등 의료기관 행정업무 가중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런 백신접종 현장의 목소리에 대해 정부가 조금 더 일찍 귀를 기울였다면 접종 현장의 불필요한 혼란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방역당국 역시 이번 예약방식 SNS 일원화로 인한 혼란에 대해 의료계의 의견을 들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SNS 일원화에 대해 "잔여백신 접종대상자 예약과 관련해 혼선을 드린 점을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특히 의료현장에서 지침변경에 따라 예약변경 등 부담과 혼선이 발생했다고 들었다"고 정부의 정책 혼선에 대해 사과했다. 

이어, "치명률이 높은 노인층의 접종 편의를 위해 60세 이상 노인층을 대상으로 전화예약을 적용하고, 그 이외의 연령층에 대해서는 SNS를 통해 신속하게 전화예약과 잔여백신을 매칭해서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해명했다.

혼란이 일어난 이후 해명은 의료계 및 국민의 정책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1년 6개월 간 방역당국과 의료계, 국민은 혼연일체가 되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행히, 정부가 목표로 하는 코로나19 백신접종율이 달성되면서 이르지만 11월 집단면역 형성 희망도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1년 6개월 간 고생한 결과 방역당국은 소위 잘 나가고 있다. 하지만, 잘 나갈 때 작은 부분, 간과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짚어보고, 경계해야 한다.

자칫, 작고 간과한 부분에서 일이 어긋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잘 나갈 때 경계하고 조심해야 할 것들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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