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저항성 고혈압 진료실혈압 기준 정확성 비교 연구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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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저항성 고혈압과 같은 고위험군에서는 진료실 혈압 기준을 130/80mmHg로 낮추는 것이 저항성 고혈압의 혈압 조절률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가 나왔다.

기존의 140/90mmHg인 진료실 혈압 기준을 130/80mmHg로 낮춰 저항성 고혈압의 진단 기준으로 이용하면, 고혈압 환자들 중에서도 진료실 바깥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분명한 저항성 고혈압을 보다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브란스병원 이찬주·박성하 교수(심장내과) 연구팀은 최근 '저항성 고혈압 환자의 효과적 관리 방안 연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연구는 진료실 혈압 140/90mmHg와 130/80mmHg를 비교한 내용으로,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심혈관질환연구과에서 발주한 다년도과제 '저항성 고혈압의 진단 및 관리를 위한 근거 창출'을 통해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Journal of Clinical Hypertension' 학술지를 비롯해 질병관리청 '건강과 질병 역학·관리보고서'에 최근 게재됐다.

저항성 고혈압은 진료실 혈압 기준으로 진단되고 있지만, 활동 혈압 검사에서 백의 비조절 고혈압이나 가면성 비조절 고혈압으로 분류되는 환자들이 상당 수 있다.

따라서 저항성 고혈압의 적절한 치료 방침을 결정하기 위해 활동 혈압 검사 같은 진료실 바깥 혈압 활용을 권고하고 있으나,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연구팀은 저항성 고혈압에 대한 진료실 혈압 140/90mmHg와 130/90mmHg의 진단 정확도를 비교하고, 진료실 혈압 기준 변화에 따른 백의 비조절 고혈압과 가면성 비조절 고혈압의 비율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는 국내 10개 상급종합병원에서 저항성 고혈압을 진단받은 사람들을 전향적으로 등록한 코호트를 토대로 이뤄졌다.

20세 이상의 성인이면서 고혈압을 진단받고 이뇨제를 포함해 서로 다른 계열의 항고혈압제를 3종류 이상 복용 중에도 진료실 혈압이 130/80mmHg 미만으로 조절되지 않거나 서로 다른 계열의 항고혈압제를 4종류 이상 사용 중인 고혈압 환자들을 모집·등록했다(2018년 2월~2020년 4월까지 468명 등록). 

등록 시에는 인구학적 조사, 질병력, 복용 중인 약물, 사회 경제적 수준에 대한 조사를 했고 일반 혈액 및 일반 화학 검사 등을 실시했다. 

연구에 사용된 고혈압 용어 정의.

모든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료실 혈압, 가정 혈압, 24시간 활동 혈압 검사를 진행했다.

가정 혈압이 135/85mmHg 이상이면 '비조절 가정 혈압으로 정의하고, 주간 활동 혈압이 135/85mmHg 이상이면 '비조절 주간 혈압'으로 정의했다. 

비조절 가정 혈압이거나 비조절 주간 혈압이면 '비조절 진료실 바깥 혈압'으로, 진료실 혈압과 진료실 바깥 혈압이 모두 조절되는 경우 '조절 고혈압', 진료실 혈압은 조절되지 않지만 진료실 바깥 혈압은 조절되면 '백의 비조절 고혈압'으로 정의했다. 

아울러 진료실 혈압은 조절되지만 진료실 바깥 혈압은 조절되지 않는 경우 '가면성 비조절 고혈압'으로, 진료실 혈압과 진료실 바깥 혈압이 모두 조절이 되지 않으면 '지속 비조절 고혈압'으로 칭했다.

연구 대상자들의 평균 나이는 60.8±12.9세이며, 남자가 57.7%를 차지했다. 체질량 지수는 28.0±4.1kg/㎡였고, 전체 대상자의 77%가 체질량 지수 25kg/㎡ 이상 비만인 사람들이었다. 

가장 흔한 동반 질환은 이상지질혈증이었으며, 대상자 대부분은 스타틴을 복용하고 있었고 평균 혈중 LDL-콜레스테롤 농도는 89.9±32.3mg/dL였다. 

대상자들을 조절 진료실 바깥 혈압군과 비조절 진료실 바깥 혈압군으로 나눠 비교하면 비조절 진료실 바깥 혈압군에서 흡연자의 비율이 높았고 만성 신장질환과 뇌졸중의 병력을 가진 환자의 비율이 높았다.

아울러 조절 진료실 바깥 혈압군보다 비조절 진료실 바깥 혈압군이 진료실 혈압, 가정 혈압, 주간 활동 혈압 모두 높았다.

연구팀은 비조절 진료실 바깥 혈압을 진단하는 데 가장 높은 민감도와 특이도를 찾기 위해 '비조절 진료실 바깥 혈압에 대한 진료실 수축기 혈압과 진료실 이완기 혈압의 수신자 작동 특성 곡선(receiver operating characteristic curve, ROC curve)'을 이용했다.

그 결과 비조절 진료실 바깥 혈압에 대해서 민감도와 특이도가 가장 높은 진료실 수축기 혈압은 137mmHg, 진료실 이완기 혈압은 79mmHg였고 AUC(area under curve)는 각각 0.697(95% CI, 0.644-0.750), 0.614(95% CI, 0.557-0.756)였다.

비조절 진료실 바깥 혈압을 진단하는 데 있어서 진료실 혈압 140/90mmHg의 정확도(60.9%)보다 진료실 혈압 130/80mmHg의 정확도(74.1%)가 더 높았다.

이를 토대로 비조절 진료실 바깥 혈압을 진단하는 데 진료실 혈압 기준을 140/90mmHg에서 130/80mmHg로 변경하니 '순 재분류 지수(net reclassification index, NRI)는 0.543로 나타났다.

이는 진료실 혈압 140/90mmHg보다 130/80mmHg가 비조절 진료실 바깥 혈압을 잘 진단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또한 연구팀은 진료실 혈압 기준 변화에 따른 저항성 고혈압 표현형과 비조절 진료실 바깥 혈압 비율의 변화 살폈다.

확인 결과 저항성 고혈압 환자들의 진료실 혈압 기준을 140/90mmHg에서 130/80mmHg으로 변경하면 조절 고혈압은 17%→9%로 감소했고, 백의 비조절 고혈압은 7%→14%로 증가했다.

아울러 지속성 비조절 고혈압의 경우 44%에서 65%로 증가했으며, 가면성 비조절 고혈압은 32%에서 12%로 감소했다.

즉, 철저한 혈압 관리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진료실 혈압을 나타내기 때문에 치료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흔한 가면성 비조절 고혈압의 비율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특히 진료실 혈압이 140/90mmHg 미만으로 조절되는 사람들 중에서 가정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사람은 29%, 주간 활동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사람은 56%였으며 가정 혈압이나 주간 활동 혈압이 하나라도 조절되지 않는 사람이 66%였다. 

반면 진료실 혈압이 130/80mmHg 미만으로 조절되는 사람들 중에서 가정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사람은 23%, 주간 활동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사람은 44%, 둘 중에 하나라도 조절되지 않는 사람이 54%로 확인됐다.

전체적으로 진료실 혈압 140/90mmHg에 비해 130/80mmHg를 기준으로 했을 때 진료실 바깥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사람의 비율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저항성 고혈압 환자들 중 진료실 바깥 혈압이 조절되는 사람들과 비교해 진료실 바깥 혈압이 조절이 되지 않는 사람들에서 만성 신장질환이나 뇌졸중의 동반 비율이 더 높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항성 고혈압 환자들에서 진료실 혈압 130/80mmHg는 140/90mmHg보다 비조절 진료실 바깥 혈압을 더 잘 예측할 수 있었다"며 "이 결과는 진료실 혈압이 조절되는 환자들 중에서 진료실 바깥 혈압은 조절되지 않는 환자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부연했다.

연구팀은 "진료실 바깥 혈압 검사가 어려운 상황이 있으므로 진료실 혈압만으로도 저항성 고혈압 환자들의 치료 정도를 보다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저항성 고혈압 같은 고위험군은 진료실 혈압 기준을 130/80mmHg로 낮춰야 혈압 조절률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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