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 국립중앙의료원 간담회서 주장
감염예방효과 95%인 백신 없어...'돌파감염'도 주의해야
백신접종 전략, 바이러스 근절보다 '피해 최소화' 중점둬야

3일 국립중앙의료원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는 오명돈 위원장
3일 국립중앙의료원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는 오명돈 위원장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코로나19(COVID-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정부가 목표로 하는 '집단면역'의 달성이 이론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현존하는 백신으로는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감염예방효과가 부족할 뿐 아니라, 돌파감염 환자와 변이바이러스가 나타나는 이상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완전히 근절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오명돈 위원장(서울대 감염내과 교수)는 3일 국립중앙의료원 기자간담회에서 이와 같이 주장했다.

오 위원장은 "집단면역 11월 달성이 정부가 말하는 정책목표"라며 "백신 접종률 70%에 도달한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사라지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종료하는 일은 저절로 따라오지 않는다. 70%가 접종받아도 집단면역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설명에 따르면 집단면역을 위해 필요한 '예방접종률 70%'는 코로나19 감염재생산지수(R0)가 3이라는 학술데이터에서 시작한다.

1명의 감염자가 3명, 그 다음에 9명으로 거듭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선 3명 중 최소한 2명(68%)에게 면역이 형성돼야 한다. 이럴 경우 환자 수는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

오 위원장은 "성인 접종률을 90%로 가정해도 전체 인구의 76%에 불과하다. 만약 백신 감염예방효과가 95%라고 가정하면 인구의 75%가 면역을 형성해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감염예방효과가 95% 이상인 백신이 아직 없다는 것이다.

오 위원장은 "화이자 백신의 효과가 95%라고 하지만, 이는 백신을 맞는 본인에게 나타나는 발병예방효과"라며 "집단면역 달성을 위한 면역은 발병이 아니라 다른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시키는 2차 감염예방효과를 봐야 한다. 통상 감염예방효과는 발병예방효과보다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2차감염 예방효과 연구에 따르면 백신을 1회 접종 시 가족전파를 막을 수 있는 예방효과는 40~50%에 불과하다.

오 위원장은 "만약 집단면역에 도달해도 감염확산의 위험이 곧바로 제로가 되지 않는다. 섣불리 거리두기를 완화하면 유행이 다시 시작된다"며 "고령층과 고위험군은 집단면역을 달성한 이후에도 위험한 상황에 놓인다"고 경고했다.

 

바이러스 토착화 가능성은? 전문가 89%가 '그렇다'고 답해

"코로나19와 공존...매년 독감처럼 백신 맞게 될 것"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근절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도 함께 나왔다.

오 위원장은 과학분야의 학술지인 네이처가 전세계 23개국, 과학자 119명에게 '바이러스의 토착화' 가능성을 질의한 결과 89%가 '그렇다'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반면 '근절이 가능하다'는 응답은 39%에 불과했다.

바이러스의 근절이 어려운 이유로는 ▲약해지는 면역력 ▲면역을 회피하는 바이러스의 출현 ▲2차감염의 충분한 차단 필요 ▲백신 접종률 ▲바이러스의 자연계 숙주 존재 등이 꼽혔다.

백신을 접종했음에도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돌파감염'도 주의할 점이다.

오 위원장은 "이는 매우 드물지만 앞으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백신 접종 선두를 달리는 이스라엘에서도 최근 인도 변이가 발견됐다"며 "어느 한 국가가 집단면역에 도달해도 주변국에서 그러지 못하면 결국 변이바이러스가 유입된다. 이 문제는 어느 국가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만약 근절한다고 해도 동물 숙주에서 사람에게 넘어오는 일이 또다시 발생하면 코로나21, 코로나22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 위원장은 "많은 전문가는 우리가 결국 코로나와 함께 살아갈 것이라고 예측힌다. 백신으로 중증환자나 사망자를 막을 수 있지만 경증환자는 계속 발생하는 상황은 인플루엔자와 비슷한 모델"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예측을 근거로 백신 접종의 전략은 '바이러스 근절'이 아닌 중증환자와 사망자를 줄이는 '피해 최소화'에 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제안이다.

오 위원장은 "우리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근절을 위해 모든 사람에게 백신을 접종시키지 않는다. 고위험군만 접종해도 중환자 발생을 막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코로나19와 더불어 살아가야 하고, 결국 독감처럼 매년 백신을 맞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야외활동을 하거나 카페 등을 이용할 때 마스크를 벗어도 안전하다고 제안한다.

또한 유럽 보건당국에서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경우 바이러스에 노출되도 감염 가능성이 낮고, 감염돼도 중증환자가 될 가능성이 낮을 뿐 아니라 바이러스 전파 위험이 낮다고 설명하고 있다.

오 위원장은 "그동안 많은 논의가 개인이 아닌 사회, 국가 단위에서만 이뤄졌다"며 "여러 연구를 보면 국가나 집단이 특정 면역수준에 도달하지 못해도 개인 수준에서 어떤 활동이 안전한지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질병관리청은 예방접종을 통해 통제가능한 수준으로 코로나19를 관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질병청은 "간담회 설명은 집단면역 달성이 어려워 백신 접종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집단면역으로 코로나19 유행 이전과 같은 근절은 어렵고, 인플루엔자처럼 관리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단면역이 달성됐다고 해서 질병이 퇴치 단계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라며 "상당수 질병은 예방접종을 하더라도 지역사회에서 매우 낮은 발생 수준으로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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