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 김태석 교수팀, 건보공단 데이터로 치료기간 따른 사망 위험 분석

▲(좌부터)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태석, 오지훈 교수.
▲(좌부터)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태석, 오지훈 교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항정신병 약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한 조현병 환자는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김태석 교수(정신건강의학과)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이용해 2003~2017년 국내에서 치료받은 조현병 환자 8만 6923명을 대상으로 꾸준한 항정신병 약제의 복용 여부와 사망 원인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4주 이상 항정신병 약제를 처방받은 항정신병 약제 치료군은 비치료군에 비해 전체 사망 위험도뿐 아니라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가 낮았다. 

조현병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기대수명이 평균 15~25년 짧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꾸준한 항정신병 약제 복용이 사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최근 여러 연구에서 조현병 환자가 꾸준히 항정신병 약제를 복용하면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고됐지만, 국가 또는 연구 방법마다 결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을 항정신병 약제 치료군과 비치료군으로 나누고 사망 원인과 사망 위험도를 분석했다. 

평균 5.9년(중위값)의 추적관찰 동안 7만 7139명의 조현병 환자가 평균 4.1년간 항정신병 약제를 복용했다. 반면 9784명의 조현병 환자들은 단 11일 동안만 항정신병 약제를 복용했다. 

나이, 성별, 체질량지수, 소득수준 및 기저질환 등을 보정해 분석한 결과, 항정신병 약제를 꾸준히 복용한 환자가 비치료군에 비해 전체 사망 위험도는 21%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HR 0.79). 

특히 12가지의 사망 원인 중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도는 45% 감소했으며, 뇌졸중으로 인한 위험도는 61% 낮았다. 

아울러 심혈관질환 중 허혈성 심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는 62% 감소해 1/3가량 낮아진 반면, 비허혈성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는 치료에 따른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항정신병 약제의 꾸준한 복용이 심혈관계의 경색 등으로 사망할 가능성을 낮추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심혈관질환 이외에 폐렴이나 암, 당뇨병 등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는 항정신병 약제의 지속적인 복용 여부와 관계없이 비슷했다. 

연구 제1저자인 서울성모병원 오지훈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조현병 환자가 항정신병 약제를 꾸준히 복용하면 전체적인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며 "특히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를 크게 낮춘다는 점에서 조현병 환자의 약제 복용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번 연구는 항정신병 약제가 어떻게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를 낮추는지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살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항정신병 약제가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연구 책임자인 김태석 교수는 "현대 정신의학에서 조현병의 1차 치료는 항정신병 약제를 이용한 약물치료가 강조되고 있지만, 환자 본인이나 가족의 조현병 치료 자체에 대한 인식 부족과 약물치료에 대한 오해와 부작용 걱정 등으로 현실적으로 치료의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약물치료로 사망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이번 결과는 조현병의 항정신병 약제 치료가 왜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증거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Schizophrenia Research 2월호에 실렸다(Schizophr Res 2021 Feb 5;228:417~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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