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당뇨병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이 혈관질환에서 암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대규모 역학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당뇨병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 혈관질환이 꼽히지만, 최근 영국 내 추세를 분석한 결과 당뇨병 환자의 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가장 크게 개선됐다. 

이와 달리 당뇨병 환자에서 암으로 인한 사망률 감소는 비당뇨병 성인에 비해 적었다. 즉 당뇨병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에 대한 무게추가 혈관질환에서 암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Lancet Diabetes&Endocrinology 2월 4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연구를 진행한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Jonathan Pearson-Stuttard 교수는 "일반적으로 당뇨병 환자의 기대수명이 늘고 있다고 확인된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는 환자들의 사망 원인이 다양해졌다는 보고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비혈관질환 또는 암 외 질환에 의한 사망 원인에 대한 정보가 적고 세분화되지 않았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연구팀은 2001~2018년 영국 대규모 후향적 연구인 'Clinical Practice Research Datalink'에서 31만 3907명의 당뇨병 환자 데이터를 확인해 1차 진료기록에 대한 역학연구를 진행했다. 이 자료는 영국 통계청의 사망 데이터와 연계했다.

연구에서는 모든 원인에 의한 연간 사망률과 함께 성별에 따른 당뇨병 환자의 12가지 특이적 원인에 대한 사망률을 조사했다.

12가지 원인은 △허혈성 심질환 △뇌졸중 △다른 순환기질환 △신장질환 △간질환 △호흡기질환 △당뇨병 △부상 △치매 △당뇨병 연관 암 △다른 모든 암 △그 외 등이다. 

아울러 동일한 데이터베이스에서 비당뇨병 성인의 연령 또는 성별에 따른 사망률도 추정했다. 

분석 결과, 2001년 1월 1일부터 2018년 10월 31일까지 당뇨병 환자의 전체 사망률은 남성 32%, 여성 31% 감소했다. 당뇨병 환자의 1000인 년당 사망률이 남성 40.7명에서 27.8명으로, 여성 42.7명에서 29.5명으로 감소한 결과다.

이와 유사하게 비당뇨병 성인의 전체 사망률도 남성 41%, 여성 33% 감소해, 분석 기간에 당뇨병 환자와 비당뇨병 성인 간 전체 사망률 차이가 유지된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조사기간에 당뇨병 환자에게서 가장 크게 감소한 사망 원인은 허혈성 심질환, 뇌졸중, 당뇨병으로, 1000인 년당 사망률이 각 7.2명, 3.6명, 2.8명 줄었다. 이는 성별에 따라 비슷한 경향이 관찰됐고, 비당뇨병 성인에서도 유사했다.

암으로 인한 사망률도 당뇨병 동반 여부에 관계없이 감소했다. 그러나 사망률 감소 정도는 비당뇨병 성인이 당뇨병 환자보다 더 큰 것으로 파악됐다. 

비당뇨병 성인에서 당뇨병 관련 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1000인 년당 0.4명, 그 외 모든 암은 2.1명 줄었던 반면 당뇨병 환자에서는 각 0.2명과 0.5명 감소에 그쳤던 것. 

아울러 12가지 특이적 원인에 따른 사망률은 치매, 간질환을 제외하고 감소했다. 치매 또는 간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당뇨병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증가했다.

Stuttard 교수는 "당뇨병 환자의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과 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크게 감소한 이번 결과는 당뇨병 동반 여부에 따른 사망률 격차의 주요 원인이 혈관질환에서 암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향후 당뇨병 환자의 기대수명을 늘리고 비당뇨병 성인과의 사망률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이 같은 결과를 반영한 임상적·예방적 접근법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하버드 공중보건대학 Mingyang Song 교수는 논평을 통해 "이번 분석에서 비당뇨병 성인과 비교해 당뇨병 환자의 간암, 췌장암 발생 가능성은 2배가량 더 높았다"며 "앞으로 당뇨병 환자뿐 아니라 일반인에게서도 주요 사망 원인으로 암이 혈관질환을 압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암의 강력한 위험요인은 비만이다. 이 때문에 암은 당뇨병 환자에게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면서 "우리가 무시하면 안 될 문제다. 임상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진료할 때 이 같은 문제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