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개정안' 관련 성명서 발표
의사회 "병상 간 간격 50cm 늘려도 감염병 전파 예방 만무
현실적 대안 필요"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최근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가운데,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가 이를 '졸속 법안'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는 정신의료기관의 병상 간 이격거리를 1.5m 이상으로 하는 등 입원실 규정을 변경하고 모든 정신의료기관 진료실에 비상문이나 대피공간을 설치, 강제하도록 소급적용하는 법령을 발의했다.

이에 따라 모든 정신의료기관은 신규로 개설하는 의료기관뿐 아니라 이미 개설해 있는 의료기관까지 이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시설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의사회는 "병상 수와 병상 간의 거리, 면적에 대한 규정은 감염병 예방을 위한다는 목적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득이 전혀 없다"며 "정신과 병상 간 간격을 지금보다 50cm 늘린다고 감염병의 전파를 예방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고 2일 성명서를 통해 발표했다.

의사회에 따르면, 이번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은 본래의 개정 목적인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 인권, 건강을 지킨다고 전혀 볼 수 없다. 

밀폐된 공간에서의 생활이라는 특성상 병상 거리는 아무 의미가 없으며, 감염병이 유입되는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라는 이유다. 또 시설 보완으로 갑자기 퇴원해야 하는 환자들은 갈 곳이 없고, 급격한 변화로 인한 부작용은 오롯이 환자와 가족들의 몫이 된다는 것.

의사회는 "개정안은 정신보건의 실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탁상공론으로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전문가의 견해는 전혀 참고하지 않은 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 개정안이 그대로 실행될 경우 의료기관은 공사를 위해서 휴원하거나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폐원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수많은 환자가 갈 곳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질 경우 이로 인한 사회적 혼란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며 "또 의료기관에 고용된 수많은 인력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안전하고 이상적인 환경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싶은 것은 일선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이 가장 간절하지만,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 법안은 의료진에게 또 다른 짐이 된다는 게 의사회의 설명이다.

의사회는 "안전에 대한 우려는 매우 감사한 일이나, 그러한 시설 마련까지도 현실적 대안 없이 의무화한다면 환자들의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을 위해서 애써 온 의료진들에게 또 다른 짐이 될 뿐"이라며 "의사회는 비현실적인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에 대해서 강력히 비판하며, 졸속적인 법안 통과 대신 일선에서 고생하고 있는 의료진과 환자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안의 제시를 촉구하는 바이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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