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경정신의학회 박용천 신임 이사장
안전한 진료 환경과 '편견 없는 환자 진료 위해 노력
"제대로된 임세원법 실현 위해 더 뛰겠다"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대학교수, 개원의, 봉직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일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서로 협력하도록 하는 것.

이 쉽지 않은 목표에 도전장을 낸 사람이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새로운 지휘봉을 잡았다. 한양대구리병원 박용천 교수(정신건강의학과)가 그 주인공이다.

박 이사장은 자신이 이 문제를 푸는 적임자라고 자임하는 이유로 그의 경험을 꼽았다. 자신이 봉직의, 개원의, 대학교수를 겪어봤기 때문에 각각의 영역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알고 있다는 것. 박 이사장을 학회 사무실에서 만나 학회 운영 전반에 대한 내용을 들어봤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박용천 이사장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박용천 이사장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 봉직의, 개원의, 대학교수 간 갈등은 비밀 아닌 비밀이었다. 서로 화합하지 못했던 까닭은?

부끄럽지만 내가 봉직의를 할 때는 돈을 잘 버는 개원의가 부러웠다. 시기 질투였을 것이다. 그래서 개원을 했더니, 세상 물정 모르고 잘난 척하는 대학교수들이 보기 싫어졌다. 그래서 대학교수가 됐더니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문제의 기저에는 개원의가 대학교수의 어려움을 모르고, 대학교수가 개원의의 힘든 점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나는 봉직의, 개원의로서 진료해 본 경험이 있어 누구보다도 그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학회 내 봉직의, 개원의, 대학교수 간 갈등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회원들이 협력해 우리 학회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영역 간 협력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있는지 궁금하다.

여러 가지를 모색 중이다. 우선 춘·추계학술대회 프로그램을 손볼 예정이다. 그동안 대학교수들 위주로 짰던 학술대회 내용을 봉직의, 개원의들이 참여해 토론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다. 특히 봉직의와 개원의들이 관심 있어 하는 보험, 의료법 등의 내용을 강화할 것이다. 또 대학교수뿐 아니라 봉직의, 개원들이 학회에 참석해 토론하고 논의하는 세션도 만들려고 한다. 

- 고 임세원 교수 사건이 이후 안전한 진료환경은 의료계의 화두가 됐다. 이후 조치는 제대로 되고 있는지? 

그렇다고 할 수 없다. 임세원법이라는 이름으로 정신건강복지법, 응급의료법, 의료법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법이 통과됐지만, 현장에서 진료하는 의사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정작 없어서다. 감시요원이 설치됐지만 정작 위협이 닥쳤을 때는 의사를 보호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제대로 된  임세원법을 구현해야 한다. 이사장 임기 동안 '안전한 진료 환경' '편견 없는 환자 진료'를 하겠다고 목표를 잡았지만 갈 길이 멀다.  

대한정신건강의학회 박용천 이사장ⓒ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대한정신건강의학회 박용천 이사장ⓒ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지난해 학회는 강제 입원을 방지하기 위해 가정법원이 입원을 결정하도록 하는 일명 '사법 입원'을 추진하려고 한 바 있다.  

2017년 정신보건복지법에 의해 강제 입원 요건을 까다롭게 개정했다. 이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그래서 지난해 학회가 정신보건복지법에 사법 입원에 대한 내용을 추가하려고 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막혔다. 임세원법의 핵심은 사법 입원이라고 판단한다. 그래서 올해 국회가 열리면 다시 노력할 것이다. 사법 입원이라는 단어는 학회와 보건복지부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용어다. 그래서 '국가책임입원제'를 사용하려고 한다. 환자를 빨리 안전하게 입원시킨다는 의미가 더 담겼다고 본다.  

- 이사장 임기 중 대한신경정신의학회를 국제무대에 진출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유는? 

우리나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이미 세계무대에서 인정받는 실력을 갖췄다. 그런데 그동안 학회가 이를 홍보하는 데 조금 소홀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영역에서 자랑할 만한 것들이 꽤 많다. 게다가 2012년 고대안암병원 이민수 교수가 환태평양정신의학회(PRCP)) 회장에 당선된 바 있고, 나도 그 학회 부회장을 재임해 맡고 있다.  

앞으로 세계정신의학회는 물론 미국정신의학회와의 교류도 활발하게 될 수 있도록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고 싶다. 일본은 100년 전부터 미국정신의학회와 심포지엄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정신의학회를 몇 번 다녀왔는데 우리 학회가 기여할 부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도(道) 정신치료'가 그 일종이다. 그래서 오는 4월 일본과 함께 세션을 하나 준비했다. 주제는 '아시아의 정신치료가 미국 정신치료에 미치는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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