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GER, 제1형 당뇨병 소아청소년·성인 신규 환자 대상 임상2상
심퍼니군, 내인성 인슐린 분비능 보존되고 인슐린 투여량 줄어
인슐린 투여 중단한 환자 없어…게임체인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도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얀센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심퍼니(성분명 골리무맙)가 제1형 당뇨병 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적응증을 넓히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제1형 당뇨병을 새롭게 진단받은 소아청소년 및 젊은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2상 결과, 심퍼니를 투약한 환자군에서 스스로 인슐린을 생산하는 내인성 인슐린 분비능이 보존됐고 인슐린 투여량이 줄었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그러나 인슐린 투여를 완전히 중단한 환자가 없었으며 일각에서는 심퍼니가 제1형 당뇨병 환자의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T1GER로 명명된 다기관 이중맹검 위약 대조군 임상2상 결과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열린 미국당뇨병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처음 공개됐고 NEJM 11월 19일자에 구체적인 결과가 실렸다(N Engl J Med 2020;383:2007~2017). 

심퍼니군, C-펩타이드 농도 높아…인슐린 투여량 증가도 적어

심퍼니

TNFα억제제인 심퍼니는 인간 단일클론항체로 미국, 유럽 등에서 류마티스관절염, 궤양성 대장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이번 연구는 제1형 당뇨병이 췌장 베타세포가 파괴돼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이라는 점에서 착안해 진행됐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심퍼니가 제1형 당뇨병을 새롭게 진단받은 소아청소년과 성인 환자의 베타세포 기능을 보존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연구 목적이다. 

100일 이내에 제1형 당뇨병을 새롭게 진단받은 6~21세의 소아청소년 및 젊은 성인 환자 84명이 연구에 모집됐다. 심퍼니군(56명)과 위약군(28명)에 2:1 비율로 무작위 분류돼 52주 동안 2주 간격으로 치료받았다.

1차 목표점은 내인성 인슐린 생산으로, 52주째 C-펩타이드 농도에 대한 평균 곡선하면적(AUC)을 평가했다. C-펩타이드는 혈중 프로인슐린 분자를 구성하는 물질로, 췌장 베타세포에서 합성된 프로인슐린은 인슐린과 C-펩타이드로 나뉘며 혈액 중 인슐린과 C-펩타이드는 같은 비율로 존재한다. 즉 C-펩타이드는 인슐린과 같은 속도로 생성돼 인슐린 생산을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분석 결과, C-펩타이드 농도에 대한 AUC는 심퍼니군 0.64±0.42pmol/mL, 위약군 0.43±0.39pmol/mL로 심퍼니군이 유의하게 높아(P<0.001), 인슐린 분비능이 더 좋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등록 당시 대비 C-펩타이드 농도의 평균 감소율은 심퍼니군은 12%였지만 위약군은 56%로, 위약군의 감소율이 더 컸다. 

이와 함께 1일 인슐린 투여량은 심퍼니군이 0.51U/kg으로 위약군 0.69U/kg보다 적었고, 52주 동안 증가한 1일 인슐린 투여량은 위약군 0.24U/kg이었지만 심퍼니군은 0.07U/kg에 그쳤다(P=0.001).

평균 저혈당 사건 발생 수 는 치료군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단, 혈당 농도 54mg/dL 미만의 중등도 저혈당 사건은 심퍼니군 11.5건, 위약군 17.6건으로 심퍼니군에서 중등도 저혈당 발생 가능성이 36% 낮았다. 중증 저혈당 사건은 두 군 모두 없었다. 

중증 또는 심각한 감염 사례는 두 군 모두 보고되지 않았지만, 경도~중등도 감염 사례는 심퍼니군 71%, 위약군 61%에게서 발생했다. 아울러 심퍼니군에서 호중구 감소 사례가 더 많이 보고됐다(심퍼니군 29% vs 위약군 19%).

"완치 어려운 질환…중간단계 치료제 필요" vs "실질적인 효과 적어"

이번 결과에 대해 연구를 이끈 전문가와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전문가의 해석은 엇갈린다. 

먼저 연구를 이끈 미국 제이콥스 의학·생명과학대학 Teresa Quattrin 교수는 제1형 당뇨병 완치가 어려운 상황에서 심퍼니가 완치로 가는 중간단계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Quattrin 교수는 "연구에서 인슐린 투여를 완전히 중단할 수 있는 환자는 없었다. 그럼에도 이번 결과는 중요한 임상적 의미를 갖는다"며 "많은 환자가 완치를 원하지만 현재로서 제1형 당뇨병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완치로 다가가기 위한 중간단계가 필요하다. 제1형 당뇨병 환자를 심퍼니로 치료하면 인슐린을 적게 투여해 저혈당 발생 가능성을 낮추면서 문맥 내 인슐린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컬럼비아의대 Domenico Accili 교수는 논평을 통해 면역치료의 실질적인 효과는 낮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Accili 교수는 "심퍼니의 실질적인 효과는 매우 적다. 환자 예후 개선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없겠지만 임상에서 게임체인저가 되진 않을 것"이라며 "만약 심퍼니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가 제1형 당뇨병 치료제로 적응증을 획득한다면, 환자에게 이 약을 반드시 투여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환자에게 이 같은 치료제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치료를 원하는지 의사를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외신에 따르면, 개발사인 얀센은 이번 연구는 개념증명연구(proof-of-concept study)로 진행됐으며 향후 심퍼니를 제1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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