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정찬권 교수 연구팀·한국생명공학연구원 공동 연구 진행
갑상선암 발생에 DNA 메틸화가 영향 미쳐…악성 갑상선암 진단 관련 실용화 기술 개발 기대

(좌부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병리과 정찬권 교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용성, 박종열 박사.
▲(좌부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병리과 정찬권 교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용성, 박종열 박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국내 연구팀이 유전자상의 DNA 메틸화(methylation) 변화가 갑상선암 발생과 밀접하게 연관됐음을 최초로 확인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찬권 교수(병리과) 연구팀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연) 유전자교정연구센터 김용성 박사 연구팀(교신저자: 김용성·정찬권 박사, 제1저자: 생명연 박종열 박사)은 갑상선암 발생에 DNA 메틸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규명했다.

이번 결과는 향후 이를 활용한 악성 갑상선암의 진단 및 예후 마커의 실용화 기술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추진한 포스트게놈 다부처 유전체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DNA 메틸화는 유전자 발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후성학적 변화다. DNA 염기서열에서 이중 뉴클레오티드인 CG의 C(시토신)에 메틸기(CH3)가 추가돼 발생한다. 

인체의 각종 정상세포에서 종양억제 유전자의 프로모터 DNA에는 메틸기가 부착돼 있지 않아 유전자 발현이 활성화됐으며, 반대로 종양유전자의 프로모터 DNA에는 메틸기가 부착돼 유전자 발현이 억제된 상태로 존재한다. 프로모터란 유전자의 전사(transcription)를 조절하는 DNA의 특정 부위를 의미한다. 

정상조직과 갑상선암 조직에서의 과메틸화 및 저메틸화(hypomethylated)가 발생하는 CpG들의 비교 분석.
▲정상조직과 갑상선암 조직에서의 과메틸화 및 저메틸화(hypomethylated)가 발생하는 CpG들의 비교 분석.

그러나 정상세포에서 종양억제 유전자의 프로모터 DNA가 메틸화되면 유전자 발현이 억제된다. 또 종양유전자의 프로모터가 탈메틸화되면 유전자 발현이 활성화돼 암세포가 발생한다. 즉 유전자 프로모터 DNA에서의 메틸화 변화가 암세포의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특정 세포 또는 질환 세포에서 프로모터와 멀리 떨어져 유전자 발현의 조절에 참여하는 DNA 영역인 인핸서(enhancer)가 발견됐다. 이 부위의 DNA 메틸화 변화가 인핸서의 기능을 조절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갑상선암 발생과 프로모터 DNA 메틸화의 관련성은 보고된 바 있으나, 인핸서 부위에서의 관련성은 보고되지 않았다. 특히 경계성 갑상선종양 및 악성 갑상선암을 식별할 수 있는 DNA 메틸화 분자 마커의 연구는 진행된 바 없다.

연구팀은 인핸서 및 유전자상의 DNA 메틸화 변화가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쳐 갑상선암 발생과 밀접하게 관련됐음을 최초로 확인했다. 특히 MMP7, MICAL2, DIAPH1 유전자상의 DNA 과메틸화가 악성 갑상선암에서 매우 낮은 빈도로 발생하는 사실을 발견했다. 갑상선암 발생에 있어 유전자상의 DNA 메틸화뿐만 아니라 인핸서의 DNA 메틸화 변화가 연관됐음을 규명한 것이다.

DNA 메틸화 마커 3개의 메틸화 정도에 따른 4개 환자 그룹과 (A)다양한 갑상선 종양[양성 종양(FA), 경계성 종양(NIFTP), 저위험도 유두암종(IEFVPTC), 전형적 유두암종(classic PTC), 공격적 성향의 유두암종(TCVPTC)] (B)갑상선종양의 수술 후 재발 예측 위험도 (C)실제 재발 (D)암 병기와의 연관성 분석.
▲DNA 메틸화 마커 3개의 메틸화 정도에 따른 4개 환자 그룹과 (A)다양한 갑상선 종양[양성 종양(FA), 경계성 종양(NIFTP), 저위험도 유두암종(IEFVPTC), 전형적 유두암종(classic PTC), 공격적 성향의 유두암종(TCVPTC)] (B)갑상선종양의 수술 후 재발 예측 위험도 (C)실제 재발 (D)암 병기와의 연관성 분석.

또 연구팀은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통해 해당 유전자상의 DNA 메틸화 수치가 경계성 갑상선종양에 비해 악성 갑상선유두암종에서 급격하게 감소하며, 예후가 나쁜 유형일수록 DNA 메틸화 수치가 더 낮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찬권 교수는 "갑상선에서 DNA 메틸화 연구는 그동안 연구가 미진한 분야였다"며 "최신의 기법을 활용해 신규 바이오마커를 발굴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DNA 메틸화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검사법을 임상 현장에 도입한다면 갑상선 결절의 진단 정확성을 높여 불필요한 재검사나 수술을 줄일 수 있다"면서 "갑상선암으로 수술받은 환자에게는 예후 판정 및 추후 치료 방침 결정에 도움을 주는 바이오마커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용성 박사는 "이번 연구 성과는 갑상선암의 발생 및 진행에 DNA 메틸화가 매우 밀접하게 관련됐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라며 "새롭게 발굴한 MMP7, MICAL2 및 DIAPH1 유전자 상의 DNA 과메틸 바이오마커를 활용해 악성 갑상선암의 진단 및 예후 판정을 위한 실용화 기술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갑상선 분야 저널인 Thyroid 2월호에 실렸다(Thyroid 2020;30(2):19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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