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손지훈 교수 연구팀, 2010~2015년 심평원 데이터 분석
2015년 기준 65세 이상 유병률 가장 높아…연간 유병률 꾸준히 증가
손지훈 교수 "젊은 환자, 고령까지 치료 지연됐을 가능성 커…시기적절한 치료 중요"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국내 조현병 또는 조현병 유사 정신질환(schizophrenia-similar disorders, SSP) 유병률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조현병은 주로 젊은 층에서 발병한다고 알려졌지만, 국내 유병률은 시간이 지날수록 65세 이상인 고령에서 증가해 그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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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손지훈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Psychiatry Investigation 지난달 25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이번 연구는 전 국민 건강보험 청구자료인 심평원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국내 조현병 또는 SSP 유병률과 발생률을 조사한 첫 연구라는 의미가 있다.

5년 동안 조현병·SSP 진단 환자 '60만명'

2010~2015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5년 동안 조현병 또는 SSP로 진단된 환자는 약 60만명이었다. 연구에서 확인한 SSP는 △정신분열형 장애 △급성/일과성 정신병적 장애 △분열정동 장애 △기타/상세불명의 비기질적 정신병적 장애 등이다.

전체 환자 중 조현병 환자가 44만여 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상세불명의 비기질적 정신병적 장애 △급성/일과성 정신병적 장애 △분열정동 장애 △기타 비기질적 정신병적 장애 등이 뒤를 이었다. 

SSP·조현병 연간 유병률 꾸준히 상승

연간 조현병 또는 SSP 유병률은 0.48~0.66%로 매년 오름세를 보였다. 2010년 조현병 또는 SSP 유병률은 0.48%였고 매년 증가해 △2011년 0.51% △2012년 0.57% △2013년 0.59% △2014년 0.62% △2015년 0.66%로 조사됐다. 2010~2015년 연간 조현병 또는 SSP 발생률은 10만인년(person-year)당 118.8~148.7명이었다. 

연간 조현병 유병률도 유사한 양상이다. 조현병 유병률은 △2010년 0.4% △2011년 0.41% △2012년 0.44% △2013년 0.45% △2014년 0.47% △2015년 0.5%로, 증가 폭이 크진 않았지만 감소세 없이 꾸준히 상승했다. 2010~2015년 연간 조현병 발생률은 10만인년당 77.6~88.5명이었다.

유병률 1등, 2010년 '35~54세'→2015년 '65세 이상'

주목할 결과는 조현병 또는 SSP 유병률 증가세가 두드러진 환자군이 65세 이상의 고령이라는 점이다. 조현병은 젊은 층에서 발병한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2015년 국내 유병률은 65세 이상이 가장 높았다. 

2010년 조현병 또는 SSP 유병률은 35~44세(0.71%), 45~54세(0.72%)가 전체 연령 중 가장 높았고, 65세 이상은 0.68%로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관찰기간이 길어질수록 65세 이상의 조현병 또는 SSP 유병률이 상승해, 2015년 기준 1.18%로 2010년 대비 0.5%p 증가했다. 

이와 달리 35~44세 또는 45~54세의 2015년 조현병 또는 SSP 유병률은 각각 0.76%와 0.92%로 65세 이상보다 낮았다.

연령별 연간 조현병 유병률 변화도 비슷하다. 2010년 조현병 유병률은 35~44세 0.61%, 45~54세 0.63%로 가장 높았고, 65세 이상은 0.5%로 파악됐다. 

이후 65세 이상의 조현병 유병률은 △2011년 0.55% △2012년 0.63% △2013년 0.65% △2014년 0.70%로 점차 증가해 2015년 기준 0.78%를 기록했다. 35~44세 또는 45~54세의 2015년 조현병 유병률은 각각 0.6%와 0.75%로 2010년 대비 큰 차이가 없었다. 

고령 유병률 증가 이유…치료 30년 늦어졌다?

65세 이상에서 조현병 또는 SSP 유병률이 점차 증가해 2015년에 가장 높았던 이유는 두 가지로 추정된다. 먼저 항정신병약을 조현병 외 질환의 고령 환자에게 처방하기 위해 조현병을 진단명으로 작성했을 가능성이다. 

손지훈 교수는 "국내 의료보험제도에 한계가 있어, 우울증, 치매, 양극성 장애 등 환자에게 항정신병약을 쓰기 위해 조현병을 진단명으로 작성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정신건강의학과 외 진료과에서 치매 환자에게 항정신병약을 처방하고자 진단명을 조현병을 작성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고령에서 유병률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그러나 이 같은 문제가 크지 않고 이번 데이터가 정확하다면, 고령의 유병률 증가 이유는 조현병 치료 시점에 문제가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령이 됐을 때 조현병이 발생했을 가능성보다는, 젊은 조현병 환자가 시기적절하게 치료받지 못하고 고령이 돼서야 치료받는다고 추정되는 것이다. 

즉 젊은 조현병 환자의 치료가 늦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손 교수는 고령 유병률이 증가한 주요 원인으로 치료 시기가 지연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그는 "상식적으로 조현병이 20~30대에 발생한다고 보면, 우리나라에서 조현병 치료 시기가 20~30년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조현병 환자는 조기에 치료받으면 사회 복귀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면 치료받더라도 제대로 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치료가 늦어진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조현병 관련 사건의 큰 원인일 것"이라며 "조현병 환자는 적절한 시기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으면 공격적이지 않다. 조현병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현병 환자 치료받기 위해 '편견' 문제부터 해결해야"

조현병 환자가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려면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편견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 정신질환 환자가 병원을 찾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만 사회 전체가 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깨려면 먼저 정신질환 환자가 병원의 도움을 받길 원해야 한다. 정신질환으로 병원에 방문한다고 사회에서 격리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안 된다"며 "환자가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 다녀 보니 좋다는 인식이 생기도록 바뀌어야 한다. 환자 한 명이 좋은 경험을 하면, 좋은 인식이 주변에 퍼져나가면서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편견이 점차 깨지게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를 위해 그는 전문의 1인이 보는 입원환자 수를 줄여 의료진이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일반병원은 전문의 1인당 입원환자 20명을, 요양병원은 40명을 본다. 그러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1인당 60명을 진료한다. 굉장히 큰 차별"이라며 "이 수준으로는 제대로 된 진료가 불가능하다.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만들고 건강보험 수가도 개선해야 한다. 정신질환 환자가 병원에서 치료받으니 좋다는 인식이 생기도록 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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