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협 세계초음파의학회장
호두까기병은 대동맥과 상장간맥동맥 사이에서 왼쪽 신장 정맥이 눌려 발생
증상은 비특이적 ... 진단 시 도플러초음파검사 유용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호두까기병(Nutcracker syndrome)은 환자는 물론 의사들에게조차 익숙지 않은 질병이다. 이 병은 왼쪽 콩팥의 정맥이 대동맥과 상장간맥동맥(superior mesenteric artery) 사이를 지나면서 눌려 혈뇨나 단백뇨 등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 병은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오랫동안 호두까기병에 대해 천착해 온 서울대병원 김승협 명예교수는 환자에게 진단명을 알려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명예교수는 세계 6개 지역 의학초음파 조직을 회원으로 하는 세계 최대 의학초음파학회인 세계초음파의학회(WFUMB) 회장이기도 하다. 

서울대병원 김승협 명예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서울대병원 김승협 명예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김 명예교수는 지난 8월 서울대병원에서 정년퇴직하고, 서울대병원 김성권 명예교수와 함께 K영상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 호두까기병이란? 
왼쪽 신장의 정맥이 두 정맥 사이에서 눌리는 현상이 호두를 깨는 집게 모양의 도구와 비슷해 호두까기병 혹은 호두까기증후군이라 불리게 됐다. 비교적 드문 병이라 알려졌지만, 나의 경험에 따르면 훨씬 많은 환자가 있을 것이라 본다.

호두까기병을 설명하고 있는 이미지
호두까기병을 설명하고 있는 이미지

이 병은 좌측 콩팥 속의 작은 정맥이 터지면서 혈뇨가 생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옆구리 통증, 복통 등이 생길 수 있고, 현미경으로 살펴봤을 때 단백뇨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외에도 무증상 미세혈뇨에서부터 심각한 골반 울혈 증상까지 개인별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증상이 비특이적이며 다양하지만 아직 진단 기준이 확립돼 있지 않은 상태다. 

이 병의 특이한 점은 뚱뚱한 사람보다 날씬한 사람에게서 흔하다는 것인데, 뱃속의 쿠션 역할을 하는 지방이 적어서다. 하지만 여러 가지 변형이 있을 수 있어 지방이 많은 사람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다. 

- 호두까기병의 진단은 어떻게 하나?
혈뇨 등의 증상이 있으면 소변검사, CT, 도플러초음파 등을 통해 진단한다. 특히 도플러초음파검사로 좌측콩팥정맥 혈류 속도를 측정하는 것이 유용할 수 있다. 정상인에서도 왼쪽 신장이 두 동맥 사이에서 살짝 눌리는데, 이때 혈액의 정상 속도는 40~50cm/s다. 

그런데 이 병이 있을 때 CT나 도플러초음파에서 눌린 혈관 부위의 피의 속도가 빨라 뿜는 현상을 볼 수 있다. 호두까기병 진단에서 중요한 것이 혈뇨나 단백뇨가 암 등의 다른 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담당 의사의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 이 병의 치료법은?
혈뇨가 심하면 수혈 등을 고려할 수 있지만, 보통의 경우에는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다. 호두까기병은 병을 아는 것이 곧 치료법이라 할 정도로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젊고 날씬한 환자의 경우 나이가 들어 체중이 증가하면서 저절로  좋아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환자를 안심시키는 것이다. 혈뇨가 발생하면 대부분 환자는 가장 나쁜 경우를 생각하면서 괴로워한다. 따라서 효과적인 영상검사를 통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병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핵심이다. 내가 진료했던 많은 환자는 '해방감을 느낀다'고 말할 정도다.  

서울대병원 김승협 명예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서울대병원 김승협 명예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 생활습관을 바꾸는 게 치료법일 수도 있다는 얘기는 어떤 의미인가?  
호두까기병은 네 발로 다니는 짐승에게는 없는 병이다. 장의 무게가 아래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원리를 이용해 호두까기병이 있는 사람은 누워서 잘 때 똑바로 눕는 것보다 옆으로 혹은 엎드리는 것이 도움된다. 만일 환자에게 또 혈뇨가 발생해도 놀라지 않아도 된다. 현재 6개월 정도 간격으로 환자를 추적관찰하는데, 1년 이상으로 간격을 늘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 개원가에서 혈뇨를 호소하는 환자는 많다. 조언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원인을 알 수 없는 혈뇨 환자는 매우 많다. 혈뇨가 있는 환자가 내원하면 여러 진단명 중 호두까기병도 염두에 두면 좋겠다. 초음파와 CT 등을 통해 혈뇨의 원인을 알아내고, 만일 진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도플러초음파를 할 때의 각도를 달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 이후에도 답을 얻을 수 없다면 초음파경험이 많은 비뇨생식기전공 영상의학과 의사와 논의하면 될 것 같다. 

- 의사와 환자에게 호두까기병을 알리기 위해 책자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의사와 환자에게 홍보하기 위해 소책자를 준비하고 있다. 환자를 대상으로는 병의 정의부터 진단, 치료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의사 대상으로는 도플러초음파 호두까기병 진단 원리, 치료 등에 대한 책자를 쓰기 시작했다. 한두 달 정도 뒤에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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