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케이내과 김승협 원장(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서울케이내과 김승협 원장은 병명을 알지 못해 환자의 불안감을 키우는 '진단 방랑자' 발생을 막기 위해 호두까기 증후군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호두까기 증후군(nutcracker syndrome)은 복부대동맥(AA) 상장간막동맥(SMA) 사이에서 좌신장정맥(LRV)이 눌려 그 모양이 호두까기 집게 모양 같다고 해서 붙여진 질환명이다. 특히 혈뇨, 단백뇨, 왼쪽 옆구리 통증 등의 증상이 발생하면 호두까기 증후군이 의심된다. 

서울케이내과 김승협 원장은 환자들이 이런 증상을 앓고 있지만 병명을 찾기 어려울 때 호두까기 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한다며, 병명의 정확한 진단으로 환자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첫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치료방법이라고 강조한다.  

- 질환명이 생소한 사람들에게 호두까기 증후군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왼쪽 신장에서 혈액이 순환하려면 정맥이 두 개 동맥 사이를 지나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맥이 약간 눌리게 되는데 이런 현상이 심화되면 호두까기 현상이라고 불린다. 

이 현상을 정확히 판단하려면 혈류 속도를 확인해야 하는데, 정상 속도는 40~50cm/s이다. 속도가 높다는 것은 혈관 면적이 3분의 1, 4분의 1 정도로 줄어든 것을 의미한다. 100cm/s 이상되는 환자들은 호두까기 증후군을 의심할만하다. 

두 개의 동맥이 정맥을 누르는 호두까기 현상(출처=Korean Journal of Radiology, 2022;23(11):1112-1114) 
두 개의 동맥이 정맥을 누르는 호두까기 현상(출처=Korean Journal of Radiology, 2022;23(11):1112-1114) 

호두까기 증후군은 혈뇨, 단백뇨, 왼쪽 옆구리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서 주로 진단되지만, 전형적이지 않은 증상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많다. 

혈류가 잘 순환되지 않으면 골반 쪽으로 돌아 방광 옆으로 가거나, 새로운 길을 만들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등허리, 명치 쪽에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또 계속 정맥이 눌리게 되면 신장 기능에 영향을 줘 사구체 여과율이 떨어지기도 한다. 신장 기능에 문제가 있지만, 특정 병명이 진단이 되지 않는 경우 호두까기 증후군일 가능성도 있다.

- 호두까기 증후군의 치료 방법은?

흔히 마른 사람의 2개 동맥 사이가 가까워 많이 눌린다고 알려졌지만, 진료 현장에서 봤을 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눌리는 혈관 자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단백뇨나 혈뇨, 왼쪽 옆구리 통증 등 호두까기 증후군을 의심할만한 증상이 생긴다면 혈관이 덜 눌리게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면할 때 자세다. 똑바로 누워 자면 혈관이 가장 심하게 눌리기 때문에 왼쪽으로 누워서 자는 것이 중요하다.

오른쪽에는 큰 장기 중 하나인 간이 있어 왼쪽으로 누워 자는 것이 좋다. 긴 배게나 이불을 끌어안고 자면 혈관이 안 눌리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자세다. 

평소 똑바로 자는 습관이 있으면 환자에게 아침에 어떻게 깨는지 유심히 살피라고 한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똑바로 누워있다면 거의 대부분의 수면 시간 똑바로 잤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만약 왼쪽으로 누워 자는 습관이 들지 않았다면, 단추가 있는 옷에 작고 단단한 페트병을 등허리쪽에 묶어 자라고 권하기도 한다. 그러면 똑바로 누웠을 때 불편해서 깨기 때문에 강제로 똑바로 못 자게 해준다. 

또 평소에는 일을 할 때 1~2시간 부동자세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 일정한 압력으로 혈관이 눌리기 마련이다. 가급적이면 상체를 앞으로 숙이거나 뒤로 젖히는 등 스트레칭도 하고 기지개도 피면 혈관이 눌렸던 게 풀린다. 

- 호두까기 증후군을 진단하는 방법은?

컴퓨터단층촬영(CT)과 도플러 초음파로 진단할 수 있다. 흔히 혈류나 옆구리 통증이 있다면 초음파보다도 CT가 더 객관적인 진단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또 증상이 생겨 응급실을 가면 초음파보다 CT를 먼저 하는 경우들이 대부분이지만 생소한 질환이기에 대부분 진단이 잘 안 된다. 

복부 CT로는 혈류까지 확인 할 시간이 부족하고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건 도플러 초음파지만 이건 상당한 경험과 기술이 필요하다. 

초음파 검사를 할 때는 대부분 숨을 참고 진행하는데, 환자들이 숨을 살살 쉬기도 해 혈류 속도가 일정하지 않게 검출되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순간에 확인하냐에 따라 혈류 속도가 달라 호두까기 증후군 진단이 안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CT에서 호두까기 증후군 혈류의 특정 패턴을 인공지능(AI)화 하기 위한 연구 논문을 낸 적이 있다.

CT 분석 시에 조영제는 무거워서 밑으로 가라 앉지만 혈류 속도가 빠르면 앞으로 뜨든지, 제팅(jetting)을 하는 혈류 패턴이 있기 때문에, 이를 패턴화 해 구분하면 호두까기 현상을 CT에서 확인하기 용이하다. 

미국에서는 호두까기 증후군이 희귀질환으로 등록 돼 있기도 하다. 

그만큼 호두까기 증후군은 진단이 어려운 질환이다. 해당 질환은 1972년 이전에 알려졌는데 그당시 혈뇨 환자들을 호두까기 증후군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사타구니 쪽 정맥에 관을 집어 넣어서 신장쪽 정맥에 압력을 재서 그 차이를 살펴봐야 했다. 

그렇지만 이런 증상만으로 모두 혈관 검사를 하지는 않기 때문에 실제로 진단이 안 되는 환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호두까기 증후군은 진단이 어려워 ‘진단 방랑자’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서 병명을 잘 진단해 환자들을 안심시키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김승협 원장은 유튜브, 블로그 등을 운영할뿐만 아니라 호두까기 증후군 연구소를 만들어 질환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승협 원장은 유튜브, 블로그 등을 운영할뿐만 아니라 호두까기 증후군 연구소를 만들어 질환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질환을 알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서울대병원 근무 당시 한달 간 혈뇨, 단백뇨 등을 앓는 환자에서 호두까기 증후군 발생율을 확인한 적이 있었다. 

확인 결과, 혈관 눌림 현상을 가진 환자는 30% 정도였고, 그중 절반은 호두까기 증후군이라고 판명할 수 있는 환자군이었다.

호두까기 증후군 진단은 어렵기 때문에, 병을 갖고 있는 사람은 이보다 더 훨씬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진단 방랑자’를 발생시키기 않게 하기 위해서는 진단하는 의료진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Radiology Illustrated 등 저널뿐만 아니라 여러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학교에서 소변 검사를 할 때 혈뇨나 단백뇨가 발견되면 보건 교사가 보호자에게 통보해주는데, 정확한 병명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2019년에 책자를 만들어서 서울, 경기 지역 초등학교와 중학교 보건교사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다만, 코로나19(COVID-19)가 발생하면서 검진이 중단 돼 효과는 미진했는데 보건 교사가 본인이 해당 질환이 의심된다고 연락이 오기도 했다. 

또 호두까기 증후군이 잘 알려져 있는 질환이 아니어서 이를 체계적으로 알리기 위한 일환으로 연구소를 기획했다. 실제로 정식 연구소를 만들려면 굉장히 복잡해 엄두가 안났지만 연구소라는 이름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개인 법인으로 만들게 됐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질환으로 인해 병원을 이곳저곳 다니지만 진단도 못 받고 머릿속으로는 굉장히 복잡한 환자들에게 호두까기 증후군 질환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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