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 새 돌파구, '순환정지후 장기기증'으로 찾아야
기증 새 돌파구, '순환정지후 장기기증'으로 찾아야
  • 정윤식 기자
  • 승인 2019.06.2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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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기조직기증원 조원현 원장…장기기증 활성화 대책 마련 중요성 강조
현재 뇌사자 심정지만 기증 가능…뇌사장기기증자 풀 최근 2년간 지속 감소
장기기증 동의율도 2016년 이후 매년 하락…외국은 DCD 보편화돼 기증 폭 넓어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여러 이유로 인해 최근 장기기증자 풀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도 기증 방식의 새로운 통로가 필요합니다. 일부 외국에서는 보편화된 '순환정지후 장기기증'이 그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 장기기증 활성화의 중장기적 대책으로 '순환정지후 장기기증(Donation after Circulatory Death, DCD)'을 꼽았다.

그동안 뇌사추정자 신고제 도입, 장기·조직기증 통합 등 정부와 일선 의료진의 노력으로 기증 문화가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뇌사 풀이 장기이식 수요를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즉, 기증 속도보다 더 빠르게 이식대기자가 늘고 있고 대기 중 사망자도 많아져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한 새로운 방향모색이 시급하다는 의미다.

장기조직기증원 조원현 원장은 오는 28일 개최되는 '제12회 KODA 글로벌 포럼'을 앞두고 지난 25일 국민연금공단 5층에서 본지(메디칼업저버)와 만나 이 같이 주장했다.

조원현 원장은 시대적 환경 변화에 따른 뇌사 원인 질환의 감소와 장기기증 동의율 감소 등으로 인해 DCD 도입의 필요성이 부각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2018년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교통사고 사망자는 총 35.6% 감소했고, 뇌혈관 질환 인구 10만명 당 사망자 수도 2005년 64.1명에서 2015년 48.0명으로 급감했다.

조원현 원장은 "더 큰 문제는 뇌사추정자의 경우 가족들의 기증 동의율이 2016년 이후 매년 전년대비 8%씩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과거 50% 이상의 동의율이 35%까지 하락했다"고 우려했다.
 

뇌사자에서 심정지가 발생했을 때만 기증 가능한 국내 실정
감소세인 뇌사장기기증자 극복 열쇠 '순환정지후 장기기증'

물론, 사망자수가 줄어든 것이 잘못됐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조원현 원장이다.

국내의 경우 뇌사자에서 심정지가 발생했을 때에만 기증이 가능하기 때문에 최근의 감소세가 더욱 안타깝고 이를 극복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강조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는 '순환정지후 장기기증(DCD)'이 국내에도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DCD는 심장사로 인해 혈액순환이 멈춘 환자로부터 장기를 기증하는 것을 뜻한다.

국내
연도별 국내 장기기증자 수 변화

다시 말해 순환정지 시기에 따라 심폐 기능이 소실된 상태에서 사망을 선언한 후 장기를 구득하는 것이 DCD인데, 신경학적 범주에 따른 불가역적인 뇌기능의 상실이 판정돼 사망 선언 후 구득하는 '뇌사장기기증'과는 차이가 있다.

조원현 원장은 DCD가 중요한 장기기증의 통로로 자리 잡을 만큼 보편화된 외국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스페인은 2013년 DCD 기증이 9.6%를 차지했으나 2017년 26%까지 증가했고 네덜란드와 영국 등 유럽은 전체 기증 중 DCD가 40~5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스페인은 국가적 응급의료체계가 조직적으로 발달돼 사고발생 현장이나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을 진행했지만 회복이 안 되었을 때 기증이 진행되고 있으며, 유럽의 많은 나라는 옵트 아웃제도(사전에 거부하지 않으면 사후에 자동으로 장기기증에 동의하는 걸로 간주)를 시행 중이다.

미국도 심정지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연명의료중단 결정으로 사망 선언이 되면 그 이후에 기증이 이뤄진다.

즉,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럽 등의 외국에 비해 장기기증을 할 수 있는 상황적인 제한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에 조원현 원장은 △의료질 평가항목에 장기기증 관리건 추가 △가족관계증명 간소화 △본인 기증희망의사 존중 △뇌사추정자 통보부터 동의까지 건강보험 수가화 작업 등의 단기적 대책을 우선 제안한 후 중장기적 대책으로 DCD를 강조했다. 

조 원장은 "이미 해외에서 보편화돼 있는 개념인 DCD 법안마련을 통해 새로운 통로를 개척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심장사만을 사망으로 인정하고 있어 뇌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만큼 죽음에 대한 정의부터 재정립해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생명나눔은 기증자의 소중한 생명을 또 다른 누군가와 나누는 일이기에 사회적으로 자랑스럽고 자긍심을 느끼도록 해줘야 한다"며 "정부와 의료진들이 함께 DCD를 통해 기증 활성화가 되도록 법과 제도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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