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대병원장 이·취임식이 열렸다.
행사장에는 서울대총장은 이전 서울대병원장, 국회의원, 임직원 등 내노라하는 인사들이 참여해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식순에 따라 병원장직에서 떠나는 서창석 전 원장이 단상에 올라 이임사를 읽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도전과 시련의 시기였지만,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도록 나를 믿고 도와주고, 성원을 보내준 교직원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임사는 끊여졌다. 잠시 침묵이 이어지고, 그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 시간이 조금 길어지자 행사에 참가한 교직원 및 참석자들이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박수가 끝나고 서 전 원장은 감정을 삼키고 다시 말을 시작했다.
하지만 결국 울먹임은 계속 됐고, 결국 서 전 원장은 이임사를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서둘러 단상을 내려갔다.
이임사에 자신의 임기 동안의 업적에 대해 몇 가지를 준비했다는 뒷얘기가 돌았다. 하지만 결국 그는 자신의 업적 조차 말하지 못하고 단상에서 내려와야 했던 것이다.
그의 울먹임의 의미는 본인 이외에는 알 수 없다.
그는 병원장 취임 초기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과 얽히면서 여러 논란을 겪었다. 이로 인해 우리 나라 최고 공공병원의 수장이라는 당당함 대신, 움츠린 모습을 3년 내내 보여왔다.
그래서 그 울먹임은 지난 3년 동안 원장으로서 회한이 담긴 것일 수도 있고, 개인적인 억울함이 묻어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앞자락만 들을 수 있었던 그의 이임사와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단상을 내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분명하게 든 생각은 그가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 구성원에게 감사한다는 말보다, 국민에게, 또는 서울대병원 모든 구성원에게, 고 백남기 농민에게 미안하다는 말은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서울대병원이라는 국가 중앙병원을 책임졌던 수장으로서 마지막으로 보일 수 있는 역할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