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준 교수 "당뇨병 처방 기준 복잡해도 너무 복잡해"
심평원 최병철 상근심사위원 "국내 임상 근거 있다면 돌파구 찾을 수 있을 듯"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오승준 교수
19일 열린 SICEM 2019에서 경희대병원 오승준 교수가 당뇨병 약물 처방 기준이 복잡하다는 발표를 하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당뇨병 약물의 급여 기준이 너무 복잡해 의사가 알파고 정도는 돼야 처방할 수 있다는 호소가 나왔다. 기준을 단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본이나 미국, 유럽보다 우리나라 당뇨병 약물 처방 기준이 복잡한 것은 사실이다.

19일 대한내분비학회가 그랜드워커힐 서울에서 'SICEM 2019'를 개최했다. 이중 당뇨병 약물 처방에 대한 세션이 눈길을 끌었다. 

경희대병원 오승준 교수(내분비내과)는 정부의 당뇨병 약물 처방 기준이 너무 복잡해 도표를 보고 해도 힘든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당뇨병 환자에게 맞은 약을 처방을 하려면 알파고 정도돼야 할 정도로 복잡하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식사와 당뇨병으로 조절되지 않는 사람, 일본은 제2형 당뇨병 등으로 규정한 것과 비교된다"고 꼬집었다.

또 "유럽도 일본이나 미국보다는 복잡하지만 처방하는 의사에게 어느 정도 권한을 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당뇨병 약물처방이 복잡하게 된 이유는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정부가 모든 당뇨병 약제를 계열별 사용을 일반 원칙으로 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보험급여 기준을 약제의 허가사항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같은 계열 약제라도 식약처 허가 기준이 다르다는 점도 처방을 어렵게 하고 있다. 

또 과학적 근거가 충분해도 경제성 평가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처방을 까다롭게 하고 있는 것이다. 

"SGLT-2 억제제 등장 이후 더욱 복잡" 

최근 심혈관질환개선 등 여러 효과를 장착한 새로운 당뇨병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오 교수는 "SGLT-2 억제제가 출시되기 전까지는 그래도 약물을 외워 처방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조차 쉽지 않다"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대한당뇨병학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오 교수의 말대로 SGLT-2 억제제는 그야말로 정부와 학회 모두에게 뜨거운 감자임에 틀림 없다. 

현재 급여 기준으로 SGLT-2 억제제 메트포르민과 병용처방 시 급여적용이 가능하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병용요법 적응증을 획득한 경우에는 SGLT-2+DPP-4 억제제를 인정비급여로 처방할 수 있다.

이런 기준 까닭에 기준이 더 복잡해졌고, 의료진들은 불만을 더 커졌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뇨병학회와 심평원은 2016년부터 논의를 시작했지만 최근 계열별 확대는 적절치 않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 상황에 대해 오 교수는 "SGLT-2 억제제는 클래스 이펙트(Class effect)를 보여준 것이지 개별 약제의 효과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라며 " SGLT-2+DPP-4 억제제 간 병용처방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심평원이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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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SICEM 2019에서 당뇨병 약물 급여 기준에 대한 세션이 진행됐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심평원 최병철 상근심사위원은 정부도 걱정이 많다고 했다. 

최 심사위원은 "앞으로 또 다른 SGLT-2 억제제가 출시될텐데 걱정이다. 과연 클래스 이펙트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지 등의 문제가 그대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또 "국내 제약사들이 임상시험을 간단하게 하는 등 무임승차 문제도 있다. SGLT-2 억제제의 클래스 이펙스를 인정해도 문제, 인정하지 않아도 문제"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급여 기준을 해석하는 것이 명확하지 않은 것도 의사를 곤란하게 하는 요인이다. 

메트포르민+피오글리타존+엠파글리플로진 3제 처방이 가능하면, 피오글리타존과 엠파글리프롤진 처방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다.

또 메트포르민과 이프라글리플로진과 TZD와 이프라글리플로진이 급여로 인정되면 메트포르민+TZD+이프라글리프로린도 인정될까 하는 것이다. 

경구용 약제와 주사제 약제의 기준이 다르다고 꼬집기도 했다. 

오 교수는 "당뇨병 주사제인 릭수미아와 트루시시티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기준을 그대로 가져와 단순하다"며 "주사제와 경구용 약제를 허가해주는 곳이 회식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세계적 흐름도 놓치지 말아야"

당뇨병학회는 심혈관 혜택이 있는 새로운 당뇨뱡 약물이 계속 개발됨에 따라 우리나라 기준도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단독요법에서는 메트포르민 투여 금기 환자 또는 부작용으로 투여할 수 없을 경우 GLP-1 수용체 효능제의 단독 투여를 인정해야 한다고 것이다.

또 경구제와 병용요법에서 2제 요법으로 메트포르민 또는 설포닌유레아 또는 피오글리타존 단독요법으로 2~4개월 이상 투약해도 A1C가 7.0% 이상일 경우  GLP-1 수용체 효능제 1종을 추가하는 것을 인정하라는 요구다. 

3제요법에서는 메트포르민과 설포닌유레아의 병용요법 또는 메트포르민과 피오글리타존과의 병용요법 2~4개월 이상 투약해도 AIC 7.0% 이상인 겨우 GLP-1 수용체 효능제 1종을 추가한 3제 요법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 교수는 "심평원은 허가 기준 안에서 의학적 타당성을 확보한 급여 기준을 제시해야 하고, 외국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허가기준의 통일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학회도 최소한의 임상연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당뇨병학회의 지적에 대해 심평원은 학회 책임도 있다고 답변했다. 

최 상근심사위원은 문재인 케어 이후 대부분의 학회가 급여 기준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며, 아쉬운 것은 국내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최 심사위원은 "외국 가이드라인과 국내 기준이 다르다고 많은 학회가 불만을 얘기를 하는데 이는 국내 근거가 없어서다"라며 "국내 근거가 없다 보니 외국 기준을 따르게 되고, 그러다 보니 이상한 기준이 생겨난다. 국내 근거가 많아지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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