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한 해 앞두고 개원 결심한 노태호 성바오로병원 교수

성바오로병원 노태호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성바오로병원 노태호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지난 20일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성바오로병원 노태호 교수(순환기내과)를 찾았다. 성바오로병원이 긴 시간과 역사를 뒤로하고 문을 닫으면서 대부분 교수는 새로 개원하는 은평성모병원이나 기존의 의정부성모병원으로 자리를 옮기지만 노 교수는 개원을 선택했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정년이 1년 반 정도 남아 있던 터라 궁금증이 들었던 참이었다.

지금까지 이런 의사는 없었다

연구실로 들어서니 이사 준비로 어수선했다. 하지만 연구실 곳곳엔 그의 열정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동영상 촬영을 위해 연구실 벽에 붙여 놓은 배경, 조명, 카메라 등이 놓여 있었다.

사실 그는 유튜브, 페이스북, 블로그, 트위터 등에서 '알기 쉬운 심전도' '닥터 노의 심장과 부정맥 이야기' 등으로 굉장히 유명한 인사다. 최근엔 '노태호 교수의 3분 심장'이라는 동영상 강의를 시작해 호응을 얻고 있다. 

심전도 강의 어려울 필요 있나요?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면서 SNS 채널을 운영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촬영, 편집 등 동영상 제작을 혼자 하지만 너무 재밌다. 내가 사회에서 받은 혜택이 있는데 당연히 이 정도는 해야지"라고 웃었다. 

그가 제작한 동영상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아주 쉽다"로 모인다. "심전도 강의도 귀에 쏙쏙 설명 참 재밌게 해주신다" "학생 때 봤으면 더 좋았을걸" "심전도 원리를 이렇게 쉽게 쏙쏙 알려주다니" 등이다. 이런 반응은 그를 행복하게 한다고.

그는 "사람들이 쓴 댓글을 보면 신이 난다. 유튜브에 댓글은 생각조차 안 했는데, 댓글이 자꾸 달려 행복한 고민 중"이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성바오로병원 노태호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성바오로병원 노태호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그가 동영상 등을 쉽게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것에는 까닭이 있다. 1992~1993년 미국 인디애나의대 크래너트 심장연구소에 연수를 갔을 때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교수들이 마치 자기 자식에게 알려주듯이,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이에게 가르치는 것처럼 쉽게 알려주려 노력하는 걸 보고 우리나라 의대 교수법이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환자를 알게 된 의사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이라 했던 것처럼 그는 시간의 덕을 보고 있다고 했다. 

"젊었을 때는 환자보다는 질병에 집중했다. 그래서 '빨리 혈압을 떨어뜨려야지, 어떤 약을 써야 할까'만을 고민했다. 환자 즉 인간이 아니라 질병만 봤던 것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 예쁜 옷 입으셨네요. 어디 좋은데 가세요"라고 말을 건네면 할머니들이 손으로 입을 가리고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그러면 나도 좋다"

할머니 환자에게 말을 건네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인터뷰 중간 그에게 "좋은 의사란"이라는 무거운 궁금증이 생겼다. 그런데 경쾌하고 단호한 답이 돌아왔다. 

"자기 가족을 맡길 수 있는 의사"와 "너의 아버지라도 그 치료법을 택했을 것인가에 답할 수 있는 의사"였다. 그는 부정맥 치료를 예로 들었다. 약물, 시술, 디바이스 등을 이용한 치료를 하는데, 의사들은 대체로 어렵고 폼나는 치료를 좋아한다는 것.

그는 "어려운 시술이 이차적으로 얻는 이득도 크고, 또 폼나는 치료로 자기 논문도 쓸 수 있다"며 "병원 수익에 기여하면 경영진도 좋아하기 때문에 그 달콤한 유혹을 버리기 쉽지 않다"고 우려한다.

성바오로병원 노태호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성바오로병원 노태호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동네 의사로 환자 곁에 서다

오랜 대학병원 교수 자리를 벗어나 4월경 청량리역 근처에서 '노태호 바오로내과'로 새로운 길을 걷는다. 병원명을 바오로내과로 한 이유는 성바오로병원에 대한 남다른 애착 때문이다. 

그는 "성바오로병원에서 처음 근무를 시작하고, 도중 의료사고가 발생했다. 그때 대책회의를 하는데 수녀님이 '우리 생각뿐 아니라 의료사고 희생자와 가족을 위해 함께 기도하자'라고 말했다. 그런 성바오로병원 분위기가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그래서 개원하는 병원 이름에도 넣었다"고 소개했다.

2001년 고려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까지 마친 그지만 개원은 두렵다고 했다. 직원도 채용해야 하고, 의료기기도 사야 하는 등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2008~2009년 그의 성바오로병원 진료부원장 시절, 가톨릭중앙의료원이 보직자를 공개 모집한 적이 있었다. 이때 그도 응모했는데, 당시 주변 반응은 젊은 친구의 패기 정도였다고. 하지만 우수한 면접 점수를 받았고, 결국 서울성모 대외협력부원장에 임명되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원래 그가 가진 그런 도전정신 그리고 세월이 준 선물인 경륜으로 그의 새로운 시작이 희망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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