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8주년] "미래 불안하지만 환자들과의 인연, 무엇보다 소중하죠"
[창간18주년] "미래 불안하지만 환자들과의 인연, 무엇보다 소중하죠"
  • 신형주 기자
  • 승인 2019.07.1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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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에서 개원의로 변신한 제이비내과 박정배 원장과 노태호바오로내과 노태호원장의 솔직 대담
대학교수에서 개원의로 변신한 제이비내과 박정배 원장과 노태호바오로내과 노태호 원장이 지난달 19일 만나, 개원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눴다. 지금도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환자와 진료에 대한 애정은 더욱 커져간다고.
대학교수에서 개원의로 변신한 제이비내과 박정배 원장과 노태호바오로내과 노태호 원장이 지난달 19일 만나, 개원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눴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기자

2018년도 의원급 의료기관의 폐업률은 3.8%에 달할 정도로 개원가 경영이 지속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의원급 의료기관 1179곳이 폐업했다. 하루 평균 3.2곳이 문을 닫고 있는 것이다.

의료계는 국내 의료체계가 저부담-저수가-저보장으로 인해 왜곡되고, 의료기관 종별에 따른 빈부 격차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케어 시행으로 인해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한 병원계는 진료 수익이 증가하면서 표정관리를 하고 있는 반면, 개원가는 그런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전달체계 붕괴로 정글에 가까운 경쟁 상황에 처한 개원가에 첫발을 내딛은 대학병원 출신 명의들의 개원 도전기를 들어봤다.

부정맥 전도사로 유명한 노태호바오로내과 노태호 원장과 혈관연구회 회장을 역임한 제이비내과 박정배 원장은 지난달 19일 함께 자리해 개원에 대한 허심탄회한 의견을 나눴다.

노태호 원장은 가톨릭의대 성바오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4월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 '노태호바오로내과'를, 박정배 원장은 단국의대 제일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를 지내다 2017년 9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제이비내과'를 개원했다.

# 대학병원 명의에서 개원의로 변신한 소회는

제이비내과 박정배 원장. ⓒ메디칼업저버 김민수기자

 박정배 원장: 평소 개원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대한심장학회 혈관연구회장 임기를 마치고 개원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연구소를 유지하려면 60세를 넘기면 개원을 하지 못할 것 같았다.

연구소에서는 논문작업과 해외 학회 연구자들과 교류를 하면서 연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연구소를 운영하려면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개원의로서는 연구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대학에 있을 때는 외래진료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개원하니 매일 환자를 보는 것이 스트레스다.

진료시간에 매여 나만의 시간을 내기 쉽지 않다. 처음에는 잘 해보겠다는 욕심으로 시작했지만, 365일 진료실에만 있으니 새삼 개원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또, 늦은 나이에 개원하니 행정 등 모든 부분에 신경쓰는 것도 쉽지 않다.

노태호 원장: 성바오로병원이 폐원하고, 은평성모병원으로 병원이 옮겨가면서 후배들에게 짐이 될 것 같아 정년을 1년 남기고 개원하게 됐다. 성바오로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윤택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은평성모병원까지 가기 어렵다. 그래서 그들이 지속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성바오로병원 근처에 개원했다.

교수 시절에는 나름 시간이 많았다. 후배들과 전문간호사들이 많이 도와줬고, 나는 관리감독만 해도 충분했다. 하지만 개원하고 보니 모든 일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 업무량이 엄청나게 늘었다. 그동안 하지 않았던 초음파 검사까지 다시 복습해야만 했다.

개원하고 진료시간 이전부터 심장홀터 검사를 판독하고 있다. 과거에는 전문간호사가 해줬는데 이제는 혼자 다 하려니 힘들다. 대학교수일 때는 일주일에 3번 진료했지만, 개원하면서 매일 진료실에만 있으니 진료시간이 엄청 길게 느껴진다.

 개원을 했지만 그동안 해왔던 유튜브 교육 활동은 계속할 계획이다. 진료시간을 빼기 쉽지 않지만 환자들과의 약속이 있으니 최대한 시간을 내 강의를 하고 있다. 그래서 사무실 한 곳에 스튜디오도 만들었다.

 

# 개원 준비할 때 애로사항이 많았을 텐데

 노태호: 엉터리로 추진했다.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성바오로병원에 내원하던 환자들을 위해 개원 장소를 물색했다. 당초 성바오로병원이 은평으로 이전하게 될 경우, 이곳의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들이 은평까지 내원하기 힘들기 때문에 클리닉 수준의 의료기관을 남겨두고, 의료진이 순회하면서 진료하자고 제안했지만 이뤄지지 못했다.

환자들도 지난 70년간 지역 주민을 위해 진료했던 성바오로병원이 이전하는 것을 매우 아쉬워했으며, 진료를 받을 수 없다는 것에 대해 힘들어했다. 그래서 개원을 결정할 때 입지를 이곳으로 정했다.

노태호바오로내과 노태호 원장. ⓒ메디칼업저버 김민수기자

박정배: 개원 입지 선정은 개원 컨설팅업체를 알고 있는 지인의 도움을 받았다. 컨설팅업체에서 강남지역 몇 곳을 추천해줬다. 개원 장소를 결정하는 데 몇 주 걸린 것 같다. 강남지역 주변을 많이 돌아다녔다. 임대료는 비싸지만, 코엑스 주변은 유동인구가 하루 10만명 이상으로 작은 신도시 규모이다. 하지만 강남지역에는 성형외과 이외에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별로 없다. 심장클리닉을 개원할 경우 부가가치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원이 힘든 것은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하고, 자기가 한 일에 대해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개원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청구할 때 삭감되지 않는 것이 내가 잘해서인지 여부를 알 수 없어 청구하고도 불안하다. 또 수익이 많아지면 세무조사를 걱정해야 하고, 수익이 줄어들면 경제적 상황을 걱정해야 한다.

그동안 행정작업을 해 보지 않았던 사람으로 행정업무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간호인력 등 직원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내가 채용한 사람이 올바른 사람인지, 직원들이 언제 그만둘지 등도 고민거리다.

노태호: 의원급 의료기관에는 간호사들이 오려고 하지 않는다.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면 성취감도 있고, 대우도 좋은데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근무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성바오로병원에서 근무했던 간호사들에게 함께 일해보자고 의향을 물었지만, 일하겠다는 간호사를 찾지 못했다. 개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인 것 같다.

또, 개원이 어려운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대학교수로 있을 때는 매달 월급을 받으면서 근무하면 그뿐이었다. 그러나 개원을 하는 것은 거친 광야에 뛰어드는 것이다. 한 발 앞이 낭떠러지인지, 꽃길인지 알 수 없는 불안이 가장 힘들다. 처음 개원을 마음 먹고 주변에 조언을 구했을 때, 돌아오는 답변은 '미쳤냐?'였다. 대부분의 지인은 개원을 만류했다. 그동안 대학교수로 재직했지만 이제는 젊은 개원의 선생님들과 경쟁해야 한다.

젊은 의사들은 현재 절박한 상황이다. 봉직의 아니면 개원의뿐이다. 우리 같은 대학교수들은 개원이 아니라도 또 다른 삶을 위한 선택지가 많지만, 젊은 의사들은 요즘 갈 곳이 없다. 그들은 절박한 마음으로 개원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퇴로라는 것이 없는 것 같다. 개원 운영에 인생을 걸었기 때문이다. 

# 다시 결정할 수 있다면, 그래도 개원할 건가

박정배: 개원한 지 1년 6개월 정도 지났다. 그 당시로 돌아간다면 깊이 고민해 볼 것 같다. 개원을 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다른 길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미련이 있다. 개원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만만찮은 것 같다. SCI급 논문을 연간 5편 쓰고 있지만 개원의로서는 쉽지 않다.

현재 우리 보건의료체계에서는 미국의 ‘attending system’이 없어 주변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에 CT나 MRI를 찍을 환자를 보내면 2~3개월 뒤에나 찍을 수 있다. 개원의 입장에서는 바로 결과를 알고 싶은데 그럴 수 없다. 개원의로서 하고 싶은 것과 현실은 괴리가 큰 것 같다. 경영적인 부분도 매우 크다. 매달 돌아오는 임대료와 월급에 대한 압박감도 심하다. 국내 경제 상황은 나빠지고 있고, 의원 경영을 해야 하는데 경험이 없으니 쉽지 않다.

노태호: 퇴직을 앞둔 교수들이 개원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개원에 도움이 되는 세미나에도 참여하고 준비작업도 한다. 하지만 10명 중 9명은 개원을 하지 못한다. 40년 가까이 교수로 살다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이 쉽지 않다.

용기가 필요하다. 나도 사표를 내고 다시 철회할까 고민을 하루에도 20번 넘게 했던 것 같다. 미래를 알 수 없으니 불안하다. 개원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하루 앞을 알 수 없지만 그 당시로 돌아간다고 해도 개원을 할 것 같다. 왜냐하면 환자들을 계속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개원을 준비하는 동료들에게

노태호: 의사라는 직업이 좋은 이유는 두 가지다. 살아가면서 계속 연구와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이고, 환자들과 끊임없이 교류하는 것이다. 개원 후 힘들어 의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의사라는 직업, 특히 개원의라는 입장은 대학에서 은퇴해도 진료할 수 있는 환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과 라포를 형성하고, 그들의 불안감을 해소해 주는 것이 의사의 본분인 것 같다.

개원은 진료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과도한 목표를 설정하게 되면 불안의 연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개원 이후 자신이 할 수 있는 진료 범위와 환자 수를 가늠해 의원 규모를 경영해야 한다. 목표를 너무 높게 잡는 순간 불행해진다. 눈높이를 현실적으로 낮춰 운영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박정배: 개업은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용기내어 개업해도 미래는 너무나 막연하다.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다. 불안한 내일에 대한 경영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원하기 위해서는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그냥 막연하게 열심히 환자들에게 친철하고, 진료를 잘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는 경영하기 힘들다. 알 수 없는 변수에 대처할 수 있는 경영 마인드를 갖추고 세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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