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ES 2018] 호주 연구팀 "항경련제 접근성 높아도 환자·의료진 판단 등으로 치료 시작 안해"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뇌전증 신규진단 환자 3명 중 1명은 항경련제(anti-epileptic drugs) 치료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즉시 치료를 시작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항경련제 치료 접근성이 높은 호주에서 확인된 결과로, 뇌전증 환자 치료 결정에 사회·경제적 요인뿐 아니라 뇌전증 환자, 신경과 의료진 등의 판단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3일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제72차 미국뇌전증학회(AES) 학술대회에서 공개됐다(Abstract 3.421).

연구를 주도한 호주 모내시대학 Zhibin Chen 교수는 "뇌전증 환자의 약 90%가 항경련제 치료를 받기 어려운 저소득국가에 거주한다. 이에 사회·경제적 요인이 항경련제 치료차이(treatment gap)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된다"며 "이번 연구는 항경련제 치료 접근성이 높은 고소득 국가에서도 치료받지 않은 환자가 있는지 파악하고 그 이유를 분석하고자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1999년 5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서호주에 위치한 공공병원에서 새롭게 뇌전증을 진단받은 환자를 전향적으로 모집했다. 이들은 1차 의료기관 또는 응급실에서 전원 조치된 환자였다. 

뇌전증은 2014년 국제뇌전증퇴치연맹(International League Against Epilepsy, ILAE)에서 제시한 기준을 토대로 진단했다. 연구팀은 ILAE 진단 기준 및 신경과 의료진의 진단을 바탕으로 항경련제 치료를 시작하지 않은 환자를 확인했다.

연구 기간 동안 1317명이 공공병원을 찾았다. 677명이 ILAE의 뇌전증 진단 기준 해당됐고, 이 중 636명이 전원 당시 또는 이후에 신경과 전문의로부터 뇌전증을 진단받았다. 

5.2년간 추적관찰(중앙값)한 결과, ILAE 진단 기준에 해당된 뇌전증 신규진단 환자 중 43%(288명)가 즉시 항경련제 치료를 시작해야 했지만 치료받지 않았다. 29%(195명)는 신경과 의료진으로부터 치료를 권유받지 않았고 14%(93명)는 치료를 거절한 것으로 파악됐다. 

항경련제 치료를 시작하지 않은 환자 24%(164명)는 진단 후 108일(중앙값)이 지났을 때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추적관찰 종료까지 치료받지 않은 환자는 19%(124명)로 5명 중 1명은 여전히 치료를 시작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신경과 의료진으로부터 뇌전증을 진단받은 환자 636명 중 36%(232명)가 진단 즉시 항경련제 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앞선 결과와 종합하면, 뇌전증 신규진단 환자 3명 중 1명 이상이 항경련제 치료를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 중 뇌전증 환자 139명은 신경과 의료진으로부터 치료를 권유받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발작 유발요인 존재(29%) △1회 발작(single seizure, 23%) △향후 검사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경우(18%) 등으로 파악됐다.

Chen 교수는 "일부 뇌전증 환자는 특정 외부 요인 또는 생활방식 요인에서만 발작이 나타났다"며 "이번 코호트에서 수면방해(sleep deprivation), 스트레스, 알코올 남용 등이 발작 유발요인이었다. 이러한 환자에게는 항경련제를 즉시 권하기보다는 생활방식 교정이 권고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추적관찰 동안 항경련제 치료를 중단한 환자는 총 93명이었다. 치료 중단 이유는 환자들이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지하지 못했고(39%), 발작 유발요인이 있으며(15%),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8%)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ILAE 진단 기준에 해당된 뇌전증 환자 중 항경련제 치료를 시작한 환자는 시작하지 않은 이들보다 고령이고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으며 영상검사에서 간질유발 병소(epileptogenic lesions)가 확인됐고 발작이 잦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부분발작 환자가 전신발작 환자보다 항경련제 치료를 더 많이 받고 있었다.

Chen 교수는 "항경련제 치료 접근성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신경과 의료진은 뇌전증 환자의 치료 결정 시 진단 결과, 과거력, 생활습관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환자가 항경련제 치료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면, 의료진은 오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환자에게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항경련제 치료를 즉시 시작한 뇌전증 환자, 치료를 늦게 시작한 환자, 치료를 시작하지 않은 환자의 예후를 비교할 계획"이라며 "호주와 미국, 유럽 등은 뇌전증 관리 전략이 유사하기에, 추후 발표되는 결과는 이러한 지역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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