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약 드실 시간이에요"
"할아버지 약 드실 시간이에요"
  • 박선재 기자
  • 승인 2018.11.2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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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크로스컬쳐, 말하는 로봇 인형 '효돌'선보여 ... 독거노인 위한 돌봄 서비스 제공
스튜디오 크로스컬쳐 김지희 대표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고령화는 사회적 문제뿐 아니라 노인을 케어해야 하는 개인에게도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고령의 노인을 홀로 살게 해야 하는 자식은 그야말로 마음이 무겁다. 식사는 제대로 하시는지, 약은 제때 복용하는지 등 이런저런 걱정이 쌓일 수밖에 없다.

최근 이런 고민을 조금 덜어줄 말하는 로봇 인형이 관심을 끌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필요한 서비스와 솔루션 등을 연구하는 스튜디오 크로스컬쳐가 독거 노인을 위한 돌봄 인형을 선보인 것이다. 

노인을 위한 AI 탑재 인형 '효돌'

이 로봇 인형의 이름은 '효돌'이다. 겉모습은 여타 인형처럼 마냥 귀여워 보이지만, 내부에는 AI가 탑재돼 있어 인형의 기능을 넘어선다. 때로는 친구처럼, 어떨 때는 손자·손녀처럼, 또 약을 먹어라 재촉하는 의사처럼 상황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것은 이 인형이 노인의 행동에 반응한다는 점이다. 노인이 인형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토닥여주면 소리를 내거나 즐거워한다. 마치 손자·손녀처럼 노인에게 애교를 부리라는 것 같다. 머리와 등, 배에 터치센서가 있어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노인이 외출에서 돌아올 때 마치 사람을 반기듯 "오래 기다렸어요. 할아버지. 왜 이제 오세요" 등의 말을 하기도 한다. 물론 AI에 내장된 시나리오대로 인형이 반응하는 것이지만 노인은 정서적 위로를 받는 것이다.  

노인의 일상을 지원하는 여러 기능도 관심거리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는 노인들은 약을 제 시간에 똑바로 복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노인들은 깜박하기 십상이다. 이 점에 착안해 회사는 "할머니 3시에요. 약 드실 시간이에요" 등의 얘기를 인형이 하도록 하는 알람 기능을 추가했다. 또 식사 운동시간 등도 알려줘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회사 측 조사에 따르면 노인들이 가장 유용하게 사용한 기능이 바로 이 약 복용 시간 알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형에는 노인들이 즐겁게 지내면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내장돼 있다. 

회사 김지희 대표는 "인형의 귀를 누르거나 당기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퀴즈와 체조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노인들은 노래하기나 체조, 명상 등을 좋아하는 것 같다"며 "우울증 감소나 치매예방 효과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보호자를 위한 기능도 있다. 독거노인이 있는 보호자들이 마음 놓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인의 움직임이 보호자의 모바일 앱으로 전송된다. 만일 노인이 병이 나거나 사고 등으로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을 때를 금방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

또 보호자 등의 음성을 메시지로 노인에게 전달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부모에게 안부나 전해야 할 것들을 녹음해 전송하면 설정된 요일이나 시간에 인형이 노인에게 알려준다. 

노인에게 필요한 건 정서적인 케어

김 대표가 이 서비스를 준비하게 된 계기는 노인들의 자서전을 만드는 작업을 하면서부터다. 노인의 일생을 정리하는 자서전 서비스를 하면서 만난 노인들은 복지 서비스보다 오히려 정서적인 서비스에 목말라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는 것. 

▲ 스튜디오 크로스컬쳐 김지희 대표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정부는 노인들이 한곳에 모여 함께 운동하게 하고, 생활하는 방향으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지만 정작 노인들의 생각은 다르다는 게 김 대표의 판단이다. 옆집 노인과 친하지도 않고, 거동이 불편해 멀리 가고 싶어 하지도 않고 않아 복지 서비스보다 정서적 케어가 더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처음 독거노인의 생활을 관리하는 사업모델을 기획할 때 인형이 유아적이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목적이 정보전달보다는 정서적인 교감이었고, 인형이 노인에게 친숙한 인터페이스라는 것에 의견이 모였다고. 

효돌은 2017년 영등포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시범 테스트를 마쳤고, 올해 지역SW 상용화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중 강원도 춘천 동부복지관 치매예방센터, 춘천별빛마을, 춘천장애인복지관에서는 올해 말까지 사업이 진행된다. 인형을 사용하는 노인들의 반응도 좋다고 한다. 

김 대표는 "지난 10월부터 아름다운재단 지원으로 치매노인 보조기기 지원사업의 하나로 경개재활공학센터와 은평구 지원으로 은평구 갈현 1동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며 "오는 12월부터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지원하는 사회적 약자 편익지원 사업과 서울시 혁신기술 공공테스트베드 지원사업으로 서울의료원에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여러 곳에서 시범사업을 해 본 결과 여성보다는 남성 노인이 효돌이를 더 잘 다룬다는 것도 알게 됐다. 아마도 기계이고, 남성이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부와 노인들의 반응이 좋지만 김 대표는 걱정이 많다고. 효돌이 시장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려면 효과가 있다는 임상적 근거를 확보해야 하고,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을 풀기 위해 모 교수와 임상 논문을 준비하고 있고, 여러 각도로 마케팅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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