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나눔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
생명나눔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
  • 조원현
  • 승인 2018.06.08 09: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조원현 원장
▲조원현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

말기환자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기 위한 장기기증, 그리고 기능적 결함이 있는 신체부위를 재건시켜 주기 위한 인체조직의 기증은 더욱 미세한 세포의 기증과 함께 인간이 타인을 위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한 행위이다.

이 행위를 통해서 우리는 죽어가는 말기환자들에게 새 생명을 선물할 수 있고, 많은 신체 결손환자들에게 삶의 질을 향상시켜줄 수 있다.

2017년 말 현재 전체 대기자 수는 약 3만 4000여명인 반면, 2017년 한해 동안 뇌사자로부터의 이식이 1900여명, 생체이식을 합치더라도 4300여명만이 이식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러다 보니 이식대기자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이식대기자 명단에 등록된 환자들의 대기시간 또한 길어졌으며, 이식해 줄 장기를 기증받지 못해 사망하는 환자가 매일 3~4명에 이른다고 보고되고 있다.

위와 같은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교정가능한 몇가지 장애물을 제거해서 장기 및 인체조직기증을 활성화해야 한다.

첫째, 장기와 인체조직의 기증과 이식을 단순한 첨단 의료기술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안전 등의 관점에서 좀 더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정책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다른 가족이나 간병인에 의해 생활을 의존하던 환자들이 이식 후에는 정상적인 단독생활이 가능하게 되고, 연간치료비도 3분의 1로 줄어들며, 무엇보다도 환자본인과 가족들의 삶의 질이 동시에 향상된다는 면에서 장기이식을 국가우선사업으로 결정하고 필요한 기증장기를 확보하기 위한 범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 여러나라들이 이런 개념으로 장기이식정책을 펴고 있다.

둘째, 장기이식법 등 관련 법령의 지속적인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법은 뇌사자가 사망전에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하였더라도 보호자의 별도 동의를 필요로 하고 있으나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본인 기증동의 의견존중 모델(First person consent registry)을 통해 가족들이 뇌사자의 평소의사에 반해서 기증거부를 할 수 없도록 입법한 바 있다. 과거 제정한 법이나 제도가 최선의 것이 될 수는 없으므로 정부가 앞장서서 국회를 비롯한 관련단체 등과 함께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셋째, 범국가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국민들의 기증에 대한 인식과 태도변화를 위해 기증자카드 갖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운전면허증과 같은 국가 자격증에 기증희망을 표시하고 있다. 이런 일들은 관련 학회, 이식의료기관, 일부 NGO 들의 기증활성화 노력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이므로 범 국가차원에서 이끌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국민들에게 장기기증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알려줄 수 있는 매스컴을 이용한 지속적인 홍보와 구체적인 교육은 정부차원의 접근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장기와 인체조직의 기증 및 이식업무를 총괄하는 장기이식관리센터의 구조적 한계를 해결해야 한다. 동 센터는 국내의 장기·인체조직의 기증 및 이식관련 업무전반에 대한 사업을 지휘하는 국가기관으로서 장기배분의 공정성·윤리성 확보,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한 사업 및 이식정책 수립, 전국의 이식의료기관 및 장기구득기관, 이식면역검사실 등에 대한 감독업무 등을 담당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가 있다.

그러나, 동 센터의 장은 지금까지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이 겸임토록 하고 있어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이식의료전문기관에 맞지 않으며, 기증사업 활성화 및 이식관련 사업의 집행 우선 순위가 센터 내에서 조차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설립이후 이식센터의 숫적 증가와 뇌사자 관리의 급증에 따른 콜센터의 업무과부하, 생체 폐이식, 소장이식, 팔이식, 인체조직기증 등 새로운 이식분야의 확장으로 업무의 전문화 및 인력보강이 필요한데도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해서 국내 이식의료 발전은 물론 환자들의 생명안전에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

생명나눔으로 표현되는 장기 및 인체조직기증은 국민의 나눔에 대한 인식전환이 기초가 된다. 그러나 이런 인식과 태도의 변화는 모든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가능하고, 정부는 이런 운동이 가능하게 되도록 우리 사회의 환경을 조성해서 이끌어 주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