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오노병원 사건' 관심 집중..."태아사망-의료행위 간 인과관계 입증 안돼"

 

자궁 내 태아사망 사건으로 실형을 받았던 산부인과 의사에 항소심서 무죄가 선고됐다.

의료계는 "뒤늦게나마 의사의 억울한 누명이 벗겨져 다행"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인천지방법원은 10일 자궁 내 태아사망을 이유로 1심에서 금고형을 선고받았던 산부인과 의사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해당 사건은 '한국판 오노병원 사건'으로 의료계 안팎의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4월 있었던 1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태아 사망에 대한 의사의 책임을 물어, 피고인인 의사에 8개월의 금고형을 선고한 바 있다.

의사가 진통 중인 산모에게 무통주사를 준 뒤 약 1시간 30분 동안 산모와 태아를 관찰하는 등 필요한 의료행위를 하지 않아 태아가 사망했다며, 의사의 업무상 과실치사를 인정한 것. 

분만 중 발생한 태아 사망 등 의료사고 사건에서 산부인과 의사에게 민사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지운 판결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사적 책임을 물어 구금을 선고한 사례는 이례적이다.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불가항력적 사고에 대해 의료인에 형사 책임을 묻는 일은 부당하다는 주장. 

의료계는 2006년 일본 오노병원에서 발생했던 유사 사례를 들어, 해당 사건을 '한국판 오노병원 사건'으로 규정하고 재판결과의 부당함을 지속적으로 호소해왔다.

대한의사협회 또한 1심 판결 직후 전문가 TF를 구성하고 탄원서를 모아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10일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 의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태아 사망과 의사의 의료행위간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 

재판부는 자궁내 태아사망의 경우 여러가지 요인이 있고, 원인불명인 경우가 많은데 사건의 경우 부검을 진행하지 않아 사망시각을 알 수 없고, 설사 의사가 권고 내용을 따랐다 하더라도 사망을 막기 어려웠다고 판단되는 등 형법상 상당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가 없다고 봤다. 

아울러 재판부는 해당 사건과 태아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책임이 검사에게 있으며, 검사의 입증이 없었음에도 원심이 사실을 오인해 법리를 오해했다고도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은 "해당 의사는 성실하게 환자를 진료하고 태아의 분만을 도왔을 뿐인데 살인범으로 취급되고 교도소에까지 갇힐 뻔한 억울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됐다"며 "이는 모든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한번쯤 일어날 수 있는 일인 만큼 이번 판결은 매우 의미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 회장은 “의협은 앞으로도 유사사건 재발을 막고 의사들의 안정적인 진료환경 조성을 통해 환자의 건강권 보호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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