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의사결정과 업무추진” VS "객관적 시각 저하"

 

무술년 새해 국내 제약업계에 젊은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부터 굴지의 국내 제약사들의 오너 2~3세들이 대표 자리에 오르거나 승진하면서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보는 업계 시각은 ‘양날이 검’이라고 말한다. 오너 일가 경영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을 들여다봤다. 

오너 일가 경영 풍토, 젊은 감각 입다

 

새해를 맞아 제약업계 오너 2~3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는 오너 경영이 보편화돼 있지만, 비교적 젊은 층의 오너 일가가 경영에 참여하면서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선 한미약품은 오너 2세 경영 체제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지난 1일자로 임성기 회장의 장녀 임주현 전무와 차남 임종현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2007년 입사한 임주현 부사장은 글로벌 전략 업무를 맡게 되며, 같은 시기 입사한 임종훈 부사장은 경영기획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이로써 한미약품은 임성기 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에 이어 3남매 모두 부사장급 이상으로 승진하게 됐다. 

삼진제약도 오너 2세들이 임원으로 승진하며 오너 일가 경영을 준비 중이다. 

삼진제약은 공동 창업주 최승주 회장의 딸 최지현 이사와 조의환 회장 장남 조규석 이사를 1일부로 각각 상무로 승진 발령했다. 또 조의환 회장 차남인 조규형 이사대우도 이사로 승진했다. 

최 상무는 마케팅과 홍보를 담당하게 되며, 조 상무는 회계 업무를, 조 이사는 기획업무를 맡게 된다. 

현대약품은 오너 3세인 이상준 사장이 공식 취임하면서 3세 경영을 알렸다. 이 사장은 현대약품 창업주 이규석 회장 손자이자 이한구 회장의 장남이다.

‘양날의 검’ 가족경영 
“강한 추진력과 의사결정” VS "견제 능력 저하"

국내 제약업계에서 가족경영은 흔한 현상.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양날의 검’이라고 말한다. 

우선 오너 경영의 장점으로는 ‘강한 추진력과 의사결정’을 꼽는다. 선대가 이룬 가업이라는 점에서 전문경영인보다 더 애사심을 갖고 책임감 있게 경영을 이끌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산업은 한 프로젝트에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등 산업적 특수성이 강하다”며 “뚝심과 추진력이 다른 산업군보다 더 필요한 분야인 만큼 오너 경영은 중장기적인 안목에서의 사업 경영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의사결정 속도와 추진력 등을 오너 경영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며 “주인이 없는 회사보다 업무에 대한 책임감, 업무 수행에 따른 보람 등을 더 느낄 수 있는 게 특징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오너 경영이 회사를 개인 또는 가족의 소유물로 여겨 오너리스크 발생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단점으로 지적한다. 

A 국내사 관계자는 “오너의 잘못된 결정에 대한 견제세력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라며 “이 때문에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줄 위험요소도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B 국내사 관계자는 “견제 기능이 떨어지면 자연스레 제왕적 오너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오너의 관심사 위주의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 결국 사업 경영에 있어 객관적이고 냉철한 판단이 약해지기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시험대 오른 오너 경영...“오너 능력이 좌우”

 

한편, 앞서 오너에 이른 후계자들은 본격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2016년 물적 분할을 통해 출범한 제일파마홀딩스 최대 수장에 오른 오너 3세 한상철 대표는 기존에 취약했던 제일약품의 일반의약품(OTC) 분야 육성 숙제를 안고 있다.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OTC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축소되고 있을뿐더러 시장 침투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제품력과 영업력을 기반으로 한 시장 경쟁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동제약도 2016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오너 3세인 윤웅섭 사장이 단독 대표를 맡게 됐다. 

윤 사장은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하며 연구개발에 주력, 첫 신약인 만성B형간염 치료제 베시보(베시포비르)를 출시하기도 했다. 

녹십자도 2016년부터 창업주 3세 허은철 사장이 단독경영을 시작했고, JW중외제약 역시 3세 경영인 이경하 회장이 2015년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오너 경영 본 궤도에 진입했다. 

업계는 이 같은 가족 간 경영권 승계에 대해 ‘역량’을 갖춘 오너 일가라면 이득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너 일가의 단결된 추진력으로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등 급성장하는 점을 볼 때 오너 경영의 장점도 분명하다는 의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산업은 중장기 산업으로 오너의 과감한 투자 등 의사결정이 매우 중요하다”며 “오너 일가라 하더라도 역량만 제대로 갖추고 있다면 이점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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