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주요이슈 결산] 내분비·소화기·호흡기·종양내과계 주요 토픽

올해 내분비내과계 중 당뇨병의 경우 국내외에서 새로운 지침이 쏟아져 나왔는데 핵심은 심뇌혈관 동반 당뇨병 환자의 관리가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호흡기계에서는 난치성 천식 및 중중 COPD 환자를 관리하기 위해 새로운 옵션을 추가했고, 소화기내과계에서는 최근 늘어나는 C형 간염 환자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강력한 항바이러스 치료법을 추가해 조기치료를 강조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내분비계 :  당뇨병 가이드라인 줄이어…메트포르민 입지 굳건

올해 당뇨병 치료 분야에서 가장 주목을 끌었던 이슈는 단연 새로운 지침의 출현이다. 지침이 새로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근거가 쌓였음을 의미한다. 다만 틀을 바꾼 완전한 새로움이 아닌 기존 지침을 더욱 공고히 하는 근거가 주류를 이뤘다.

따라서 방향성 측면에서 큰 변화는 없다. 모든 지침을 요약하면 메트포르민을 가장 중요한 1차 치료제로 강조했고, 여기에 추가된 것이 있다면 심혈관 안전성이 입증된 SGLT-2 억제제 또는 GLP-1 제제의 권고다.

가장 먼저 올해 1월 미국내과학회(ACP)가 2012년 이후 5년 만에 지침 개정을 통해 메트포르민을 1차 치료제로 사용할 것을 강조했다. 학회는 지금까지 나온 많은 메타분석 연구와 새로 추가된 연구를 분석한 결과 메트포르민이 가장 강력한 약물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2차 치료제로는 SGLT-2 억제제를 추가하면서 기존에 권고되던 DPP-4 억제제와 동등하게 처방될 수 있음을 피력했다.

미국당뇨병학회(ADA)도 지난 1월 2017년판 지침을 내고 메트포르민은 A1C 감소효과, 부작용, 체중증가, 저혈당 발생, 경제적인 측면 및 장기간 심혈관질환 발생 등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으며, 따라서 모든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초기 경구약제가 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대한당뇨병학회도 지난 7월 '당뇨병 및 내분비학 국제학술대회(ICDM 2017)'에서 ADA 지침과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제2형 당뇨병 약제치료 지침 2017'을 발표했다.

최근 ADA가 2018년판 지침을 미리 공개했는데 여기서도 메트포르민 역할을 재차 강조했고 한발 더 나아가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를 위해서는 SGLT-2 억제제와 GLP-1 제제를 써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심혈관 안전성 입증한 당뇨병 치료제들 주목

한편 당뇨병 치료제들의 심혈관 안전성을 입증한 대규모 연구도 쏟아졌다. 그중에서도 GLP-1 제제의 안전성 검증이 화두였다. 올해 9월 유럽당뇨병학회(EASD)는 엑세나타이드의 심혈관 연구인 EXSCEL의 결과를 발표했는데, 최종 결과 심혈관 사건을 높이지 않아 합격점을 받았다.

단, 심혈관 사망 감소 등 예방 기능은 나타나지 않았다. 앞서 리나글루타이드와 세마글루타이드가 각각 LEADER와 SUSTAIN-6로 명명된 대규모 연구를 통해 심혈관 안전성 확보는 물론 예방 효과까지 입증한 터라 기대가 컸지만 비열등성 입증에만 만족해야 했다. 이에 따라 GLP-1 제제는 현재 심혈관 예방 효과를 입증한 약물과 입증하지 못한 약물로 갈라지는 분위기다.
안전성 이슈도 화제였다. SGLT-2 억제제의 족부 절단 경고가 주목을 받았다. SGLT-2 억제제는 심혈관 예방 효과를 입증한 약물이지만 한편으로는 족부 절단 위험이 높아진다는 보고가 나왔고 급기야 유럽과 미국 허가 당국은 일제히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 외에도 골다공증 골절 위험과 케톤산증도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제조사들은 매우 드물게 나타나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의사들은 신중한 처방이 필요하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이러한 경고는 결국 아무리 좋은 신약이라도 장기간의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부분이다.

주사형 비만 치료제 ‘GLP-1 제제’ 등장

올 한 해 비만 치료 분야에서 가장 큰 이슈는 GLP-1 제제라는 새로운 옵션의 추가다.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리라글루타이드 성분의 삭센다를 주사용 비만 치료제로 허가했다. 이 약은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비만 효과가 크게 나타나자 연구를 통해 적응증 획득으로 이어진 사례다. 최초의 주사형 비만 치료제라는 기록도 남겼다. 효과는 현재 경구용 약제 중 체중 감량 효과가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부프로피온과 날트렉손 복합제(제품명 콘트라브)와 유사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이 약의 장점은 당뇨병 연구를 통해 입증된 다양한 효과와 안전성이다. 특히 LEADER 연구를 통해 심혈관 안전성 및 사망률 개선효과를 입증했고 당뇨병 발생을 막아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구역 구토 부작용이 다소 심하게 발생해 의료진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활습관 개선 분야에서는 저탄수화물 고지방식이 다이어트 이슈가 주목을 받았는데 대한비만학회가 간담회를 열고 입장을 발표할 정도로 뜨거운 화두였다. 결론은 근거가 없다는 것. 학회는 고지방 저탄수화물식이 다이어트를 장기간 지속하면 나쁜 콜레스테롤(LDL-C)이 증가하면서 각종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높아지고, 케톤산증을 증가시킨다고 경고했다. 나아가 뇌로 가는 포도당이 줄어 집중력이 떨어지기 쉽다고 발표함으로써 해프닝으로 끝났다.

무분별한 갑상선암 선별검사에 USPSTF 경고장

갑상선 분야에서는 올해 5월 미국질병예방서비스태스크포스(USPSTF)가 무증상 성인에서 갑상선암 진단을 위한 선별검사를 하지 말라고 천명한 것이 화두였다. 이 같은 발표는 미국의 갑상선암 증가와 관련이 있다. 미국 또한 우리나라와 같이 갑상선암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선별검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우려한 USPSTF는 선별검사의 이점이 확실하지 않으며 이후 사망률 변화도 차이가 없다며 반대 입장을 낸 것이다.

하지만 대한갑상선학회는 권고 배경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신중한 판단을 주문했다. 올해 부산에서 열린 내분비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학회 이가희 이사장은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치료에 대한 이점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고, 인용한 연구(근거) 또한 적절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선별검사를 통해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근거는 없다고 강조함으로써 지침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국 갑상선암 선별검사는 개인의 신중한 판단과 의료진의 조언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 문제로 남겨졌다.

골다공증 치료에 골형성 촉진제 첫 권고
골다공증 분야에서도 지침이 새롭게 나왔다. 대한골다공증학회는 골절을 경험한 골다공증 환자를 위한 진료지침을 지난 1월 발표했다. 이 지침은 골다공증의 궁극적 치료 목적 중 하나인 골절 방지에 초점을 맞춘 국내 첫 진료지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골절방지를 위해 기존 알렌드로네이트 계열 치료제 외에도 그동안 권고되지 않았던 골형성 촉진제가 새롭게 들어갔다.

 

소화기계 : 만성 C형간염 환자 ‘8주 치료’ 공식화

간염분야에서는 만성 C형간염 치료 지침의 변화로 이전 판과 달리 상당한 변화를 줬다. 대한간학회(KASL)가 올 11월 2017년판 만성 C형간염 지침 개정을 통해 국내 만성 C형간염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전자 1형과 2형 환자에 대해 8주 치료가 가능하다고 공식화했다. 다만 1형의 경우 하보니로 치료제가 나와 있지만, 2형의 경우는 판매되지 않는 약제다. 어쨌든 새로운 근거에 발맞춰 지침도 변화를 준 것이다.

이와 함께 치료 옵션에 아직 국내에 판매되지 않는 제품도 모두 넣어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한 선제적 지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새로 들어간 약물은 △글레카프레비르/피브렌타스비르 복합제(제품명 마비레트) △소포스부비르/벨파타스비르 복합제(제품명 엡클루사)이다.

한편 간경변증 진료 가이드라인도 6년 만에 업데이트했다. 새 개정판은 '복수 및 관련 합병증 치료'를 집중적으로 다룬 것으로, 가장 많은 변화가 이뤄진 부분은 급성신손상 및 간신증후군 진단이다.

급성신손상은 기존에는 요량의 변화를 주요 평가항목으로 뒀으나 간경변증 환자에서는 신기능이 악화되지 않아도 요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International Club of Ascites(ICA)가 제시한 진단기준을 반영했다.

새로운 진단기준은 요량의 변화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혈청 크레아티닌(sCr)이 48시간 이내에 0.3mg/dL 이상 증가하거나 1주 이내에 기저치에 비해 50% 이상 증가하는 경우다. 또한 sCr의 상승 정도에 따라 3단계로 분류했다.

간신증후군도 sCr의 기준치를 없애고 ICA에서 정의한 급성신손상이 있는 간경변성 복수 환자에서 2일간의 이뇨제 중단 및 혈장 증량(체중 1kg당 1g의 알부민 투약, 최대 100g)에도 반응하지 않는 경우로 정의했다. 또 sCr과 무관하게 혈관수축제 및 알부민 치료를 시작하도록 권고해 좀 더 빨리 혈관수축제 및 알부민 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

 

호흡기계 : GINA, 천식-COPD 중복 증후군 명칭 ‘ACO’로 변경

세계천식기구(GINA)가 발표하는 GINA 지침이 올 초 새롭게 나왔다. 핵심은 천식-COPD 중복 증후군(asthma-COPD overlap syndrome, ACOS)으로 명명했던 질환명을 '천식-COPD 중복(Asthma-COPD overlap, ACO)'으로 바꾼 것이다. 질환이라는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증후군을 제거하고 특정 상태(페노타입)를 강조하겠다는 뜻이다.

아울러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호기 산화질소농도(Fraction of exhaled nitric oxide, FENO)는 천식을 평가하는 도구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아직은 임상적 적용에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치료에서 가장 큰 변화는 항체 약물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 GINA는 레슬리주맙(정맥)과 메폴리주맙(피하)을 추가했는데 기존 치료제(고용량 ICS/LABA)로도 효과가 없는 12세 이상 중증 천식환자(5단계)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마지막 단계 치료제로 권고해 새로운 치료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COPD 치료, ICS 역할 줄고 LABA+LAMA 영역 확대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분야에서 주요 관심사는 국내 지침이 지난 11월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에서 발표된 것인데, 2014년 개정판과 다르게 국내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의, 역학, 원인, 기전 등이 크게 바뀌면서 질환에 대한 인식향상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진단과 평가는 크게 바꾸지 않았고, 대신 치료에 변화를 줬다. 요약하면 ICS(흡입스테로이드)의 역할은 줄어들고 LABA+LAMA(지속형 베타2 항진제 + 지속형 무스카린 항진제)의 역할은 좀 더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국내 의료진 결핵 감염으로 시끌

결핵 분야에서는 병원 내 감염 사례가 주목을 끌었다. 올 한 해 고대병원, 이대목동병원 등에서 의료진들이 결핵에 감염된 채 환자를 보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최고의 시설을 자부하는 대학병원 내 감염 사태가 곳곳에서 발발하면서 결핵은 여전히 무섭고, 극복해야 할 질병이라는 인식을 높이는 한 해로 기록된다. 한편으로는 병원 내 시스템 부재라는 평도 있다.

이를 염두해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와 질병관리본부가 결핵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이를 통해 의료진의 교육과 검사를 강조했는데 이러한 지침이 실제 예방과 치료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종양내과계 : 키트루다·옵디보 등 면역항암제 급여화…맞춤형 치료 시동

올해 암 분야에서 핫 이슈는 암질환 종류를 떠나 맞춤형 항암 치료에 한 발짝 다가섰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올해 암 관련 학회에서는 유전자 맞춤형 암 치료, 정밀의학 그리고 인공지능을 이용한 암 주제가 중심을 이뤘다.

특히 맞춤형 암 치료에서는 면역항암제 치료가 가능해진 것이 대표적이다. 키트루다와 옵디보로 대표되는 면역항암제가 지난 8월부터 급여가 적용되면서 당장 폐암 환자들은 마지막 희망의 끈을 잡을 수 있게 됐다. EGFR 유전자 내성이 나타난 환자들도 타그리소와 올리타를 쓸 수 있게 되면서 생존율을 조금 더 높일 수 있게 됐다.

이 외에도 피부암, 간암, 두경부암에서의 치료효과도 뛰어나 주요 난치암 치료제로 면역항암제가 사용될 날도 머지 않았다.

또한 올해부터 암환자가 가진 유전자를 밝혀내기 위한 연구가 시작되면서 내년에는 이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치료제 개발도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암학회 김열홍 이사장은 "암 치료가 가장 빠르게 변하고 있다. 몇 년 후에는 거의 모든 암 치료는 유전자 맞춤형으로 바뀔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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