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A군은 공격적이고 충동조절을 못한다는 이유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아버지와 말다툼을 하던 중 소리를 지르며 물건을 부수고 아버지를 때렸다는 것이다.

A군은 상담 과정에서 "부모님도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A군의 학업에 관심이 컸던 어머니는 A군이 문제를 틀리거나 숙제를 마치지 못하면 무섭게 체벌했다.

A군은 두려움에 떨며 억지로 공부했다. 중학생이 된 A군은 어느 날 야단을 치는 어머니 손에 들린 회초리를 빼앗아 부러뜨리고 방을 박차고 나갔다.

A군을 통제할 수 없자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했다. 대화 도중 아버지가 자신의 어깨를 때리자 격분한 A군이 결국 공격적인 행동을 하게 된 것이었다.

A군의 부모는 "체벌은 아이의 장래를 위한 것"이라며 오히려 의아해했다.

폭력적인 10대 특징 봤더니…
어린시절 반복적 체벌, 폭력 당하는 것 자주 목격

A군처럼 부모에게 공격적인 행동으로 병원을 찾은 아동과 청소년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어린 시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반복적인 체벌을 받았거나, 다른 가족 구성원이 폭력을 당하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는 점이다. 이해하지 못하는 체벌을 심하게 받은 아이는 억울하고 화가 난다. 부모는 무섭고, 나는 힘이 없어서 참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커서 힘을 갖게 되면 되갚아줄 것'이라는 분노로 연결되기도 한다. "아이가 나쁜 행동을 했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체벌한 건데 왜 억울해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부모도 있다.

어른 눈높이에서 아이를 보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다. 부모는 어른이다.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고 선후 관계를 논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는 인지발달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자기중심적 관점에서 상황을 본다. 아이가 억울하다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부모의 흔한 체벌 '약속'
지키는 척 하다 흐지부지…체벌당하면 억울함만 가득

부모들이 자주 드는 체벌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약속'이다. '귀가 시간을 지키지 않았다'거나 '숙제를 하지 않았다', '게임을 안 하기로 했는데 몰래 했다' 등 이다.

아이가 원치 않는 약속인데다 일방적인 것들이라 아이는 사실 처음부터 약속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얼마간 약속을 지키는 척 할지 모르지만, 약속을 지킬 강한 동기가 없어 결국 마음속에서 약속이 흐지부지 사라지고 만다.

이로 인해 체벌을 당하면 억울함으로 이어진다. 이런 체벌은 교육적이지 않을뿐더러 훈육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부모는 '체벌이 좀 과해도 아이가 바르게 크기 위한 것이니 학대가 아닌 훈육'이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아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극단적 경우가 아닌 이상 부모의 언어적·신체적 학대에 너그러운 한국 사회 특성 때문에 체벌 폭력 피해자인 아동이 느끼는 정도와 부모가 느끼는 차이가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훈육이 시행 과정에서 학대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잘못한 행동을 훈육하려고 체벌을 시작하지만, 아이의 반응이나 태도, 부모의 쌓인 감정 등이 뒤섞이며 봇물 터지듯 아동에게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평소 다른 사람을 대할 때에는 감정 조절을 잘 하는 부모도 이 같은 순간에는 격렬한 표현과 함께 훈육 수위를 넘는 체벌을 하게 된다.

단지 아동의 문제 행동이 심하지 않더라도 부모의 평상시 정서 상태, 부부나 가족 간 불화나 갈등 여부, 사회경제적 스트레스 정도 등에 따라 '부모 폭발 학대'가 벌어질 수 있다.

체벌 안 하는 것이 가장 좋은길

현명한 부모로서 어떻게 훈육해야 할까? 훈육과 학대를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여러 지점에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아동이 훈육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 부모가 감정 조절을 충분히 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또 훈육으로 아동 자신이나 타인이 받을 피해를 줄이거나 막을 수 있는 효과를 낼 수 없다면 그 역시 훈육 범주를 넘어선 행동일 가능성이 높다.

체벌은 시작되면 점차 강도와 빈도가 증가할 수 있으니 훈육 방법 중 가장 마지막 수단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사실 체벌은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이다. 감정이 흥분된 상태에서는 아동을 마주하지 않는 것이 좋다. 체벌이 정말 훈육을 위한 것인지, 아이가 체벌을 받을 정도로 나쁜 행동을 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아이에게 하는 말과 행동을 다른 사람에게도 할 수 있는 것인지 판단해보자. 체벌이 필요하다고 결정했다면 손이나 무차별적인 도구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결정한 '회초리'를 사용하는 것이 낫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그래도 체벌을 꼭 해야 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