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중단 원인 매우 다양해, 학생만 원인으로 몰고가선 안돼

초등학교 때 심하게 따돌림을 받았던 중학교 3학년 A군은 초등학교 친구가 같은 반이 되자 따돌림을 당한 사실이 드러날까 걱정이 됐다. 부모의 설득에도 완강히 등교를 거부한 A군은 결국 자퇴했다. 

▲ 정유숙 성균관의대 교수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하지만 A군은 "동네 사람들이 이상하게 본다"며 검정고시 학원 수업시간을 저녁으로 바꿨다. 또 집에서 인터넷 게임을 하다가 학생들이 하교할 시간이 지나야 집 밖으로 나갔다.

A군처럼 많은 청소년들이 학교를 떠나 '학교 밖 청소년'이 된다.

흔히 학교 밖 청소년이라 하면 '비행'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2016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학교 중단 3년 이후까지 제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비행을 저지르는 경우는 17%에 불과했다.

대다수 학교 밖 청소년이 비행과 무관한 만큼, 이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학교 밖 청소년을 이해하려면우선 그들이 왜 학업 중단을 선택했는지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우선 학생의 개인적인 차원으로 ▲학업 부적응 ▲우울·무력감·불안 등 정서적 문제 ▲가정 경제·가족 해체 등 가정적 요인 등이 있다. 

또 ▲학교 조직·분위기나 교육과정·규율 등에 대한 부적응 ▲학교의 교육적 기능 약화 ▲지각·조퇴·무단결석 및 불성실한 수업태도 등의 요인도 학업 중단에 영향을 미친다. 이밖에도 교우관계나 지역사회 요인이 학교 중단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학교 중단의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여러 요인이 함께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학교 중단을 선택한 학생에게 전적으로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경직되고 부정적인 시선이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상황에 떠밀리듯 학교를 중단한 아이들은 가족과 사회에 대한 반감을 갖기도 한다.

또한 사회의 부정적 시선은 학교 중단 청소년들이 대안을 찾는 데에도 큰 걸림돌이 된다. 교육을 지속하길 원하는 경우 보통 대안학교에 진학하거나 검정고시를 준비한다. 

"학교중단, 조금 다른 길 가는 것이라는 시선 보내줘야" 

하지만 학생의 심리사회적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학교 중단이 더 도움이 된다면 이를 인정해야 한다.

학교 중단을 결정할 때 가장 두렵고 힘든 사람은 바로 당사자인 청소년들이다. '나약하다'거나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난은 그들의 두려움과 불안을 증폭시킬 뿐이다. 

더불어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학교 중단 이후의 생활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재 여성가족부의 전국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꿈드림·현재 202곳)'에서 상담·교육·직업체험·자립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센터에 연계된 청소년은 한해 3만 6000여 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학교 중단 청소년은 스스로 발품을 팔고 정보를 찾아 결정해야 한다.

자녀에게 적절한 대안과 정보를 주는 부모도 있지만, 많은 경우 우왕좌왕하면서 초반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학교 중단을 선택한 청소년에게 학교 중단 이후 생활에 대한 길라잡이 정보 제공이 필요한 이유다.

학교 부적응이 곧 인생 부적응은 아니다. 학교를 중단한 청소년들이 지속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하고 발달하려면 학교중단이 일상적이지 않지만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 

틀린 길이 아니라 조금 다른 길을 가는 것이라는 가족과 사회의 수용적인 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회가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지지적인 시선과 함께 교육 및 사회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면, 학교 부적응이나 학교 중단은 긴 인생에서 잠깐 힘들었으나 가치 있는 경험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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