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과 비슷한 상황 시뮬레이션하고, 의욕저하+불안 우울증 가능성 의심 해볼 것

▲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00일도 남지 않았다.

지금 수험생들은 그동안 공부한 것을 최종 정리하며 시험 준비에 마지막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성공적인 수능을 위해 마지막으로점검할 것 중에 공부못지 않게 마음 건강도 중요하다.

수능시험처럼 큰 시험을 앞둔 사람은 누구나 불안을 느낀다. 일정 수준의 불안은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불안을 심하게 느끼면 시험 결과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시험불안이 높은 학생은 심장이 뛰고 호흡이 곤란해지고, 속이 좋지 않아 화장실을 가고 싶은 생각이 계속 들어 시험에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

힐(Hill) 등의 연구에 따르면 '시험불안'은 특히 시간에 제한이 있는 시험 결과를 나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수능 시험을 비롯해 우리가 보는 시험 대부분이 시간이 제한된 형태다.

쉬운 문제를 풀 때에는 '실수로 놓친 부분이 있거나 틀리게 쓴 건 아닐까'하는 불안감에 자꾸 확인하느라 시간을 허비한다.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어떻게든 풀어보려고 집착하다가 시간 운용에 지장을 받는다. 한두 문제 틀리더라도 큰 지장이 없는 시험이라면 불안이 덜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수능시험처럼 문제 난이도가 비교적 낮고 짧은 시간 안에 실수 없이 풀어야 하는 시험이라면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시험 전 비슷한 상황 시뮬레이션 '불안감 낮춰'

시험이 가까워지면 더 긴장해 안절부절 못하고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발생해 자주 화장실에 가거나, 실제 공부하는 시간보다 이러한 행동에 시간을 더욱 소비하기도 한다.

이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시험지를 나눠주거나 종이 울리는 등 시험이 시작했을 때 다른 학생보다 더 긴장한다. 너무 긴장하면 작동기억에 영향을 준다. 읽은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고 멍한 느낌이 든다. 이런 타입은 시험과 비슷한 상황을 미리 시뮬레이션하고 긴장을 이완하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시험장 근처에 미리 가 본다든지, 실제로 시험을 보듯이 문제를 풀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시험 당일에는 늘 먹던 음식을 먹고, 시험장에 일찍 가서 준비하고 화장실도 미리 가 두자.

너무 긴장이 되면 천천히 복식호흡을 하면 도움이 된다.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이렇게 어려운 문제는 다른 수험생들도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일단 다음 문제로 넘어가는 것이 좋다.

9월쯤 의욕저하 불안 동반된 학생 '우울증 가능성 있어'

봄·여름에는 열심히 공부하다가 9월 즈음 의욕을 잃고 포기하는 학생들도 종종 있다. 이 경우 다른 이들보다 계절과 일조량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일 수 있으니 자세히 봐야 한다.

수능시험을 보는 11월은 날이 어두워지고 한파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기분이 우울하고 의욕이 사라지면서 불안하고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면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다. 우울증이 나타나면 생각의 속도(psychomotor speed)가 심각하게 저하된다.

인터넷 속도가 느려지는 것처럼, 기억한 것을 떠올리거나 글을 이해하는 속도가 늦어진다. 시간이 촉박한 수능이나 고시 같은 유형의 시험에서 더 악영향을 미친다. 우울증이 의심된다면 정신의학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시험을 앞둔 자녀가 있는 학부모는 자녀와 시험불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자. 내 자녀가 시험불안을 느낀다면 어떤 타입인지 파악하고, 그에 따라 맞춤형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자녀가 부모를 신뢰하고 부모와 관계가 좋다면 시험불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학부모의 불안이나 초조함이 자녀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부모가 먼저 긴장을 풀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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