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임상결과로 승인도 일사천리...ASH 2015 핫이슈로 주목

 

희귀암으로 여겨지던 다발골수종 치료제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존슨앤존슨(J&J)이 개발한 다라투무맙(상품명 다잘렉스)을 시작으로 다케다제약의 익사조밉(상품명 닌라로), BMS의 엘로투주맙(상품명 엠플리시티)까지, 한달 새 미국에서 승인된 약물만 무려 3가지에 이른다.

플로리다에서 열린 미국혈액학회 연례학술대회(ASH 2015)에서도 다발골수종은 단연 가장 핫한 주제였다.

익사조밉 승인의 근거가 된 TOURMALINE-MM1 3상임상, 카필조밉(상품명 키프롤리스)의 ENDEAVOR 연구 등 구두강연과 포스터 세션을 통틀어 300개에 가까운 연구 성과가 발표됐다. 비록 초기 임상이지만 MSD의 면역항암제 펨브롤리주맙(상품명 키트루다)이 기존 약물과의 병용요법에서 종양감소반응을 보인 부분도 주목할 만 하다.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 다발골수종 진단건수가 연간 4.39%의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2023년 경에는 전 세계 다발골수종 치료시장이 224억 달러 규모로 확대되리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익사조밉 승인 "주사제로부터의 해방"

지날달 승인된 익사조밉은 최초의 경구용 프로테아좀 억제제로서 과거 치료 경험이 있는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에게 3제요법으로 사용된다.

익사조밉 + 레날리도마이드 + 덱사메타손 3제요법이 레날리도마이드 + 덱사메타손 2제요법보다 생존기간을 6개월 더 연장시켰다는 TOURMALIN-MM1 연구에 힘이어 당초 예상보다 승인시기가 4개월이나 빨라진 것.

이로써 주사제 없이 경구제만으로도 다발골수종 치료의 3제요법이 가능해졌다.

프랑스 Philippe Moreau 교수(낭트대학)가 7일 ASH 2015에서 공개한 TOURMALIN-MM1 연구에 따르면, 3제요법군의 무진행생존기간(PFS)이 평균 20.6개월, 2제요법군이 14.7개월로 익사조밉을 투여받은 환자에서 사망 위험이 26% 감소됐다(HR 0.742; P=0.012).

특히 익사조밉은 기존 보르테조밉(상품명 벨케이드)의 취약점으로 꼽히던 말초신경병증(peripheral neuropathy) 위험을 현저히 낮추며 부작용 논란까지 극복했다.

말초신경병증은 익사조밉군에서 27%, 대조군이 22%로 두 군간 차이가 없었고, 3등급 이상반응도 대부분 호중구감소증, 빈혈, 혈소판감소증 등으로 심혈관계나 신장계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보고다.

현재 미국에서는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의 삼제요법으로 카필조밉, 익사조밉, 엘로투주맙의 3개 옵션이 가능한 상황. 전문가들은 경구용제라는 편의성과 안전성 프로파일을 들어 익사조밉에 후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메이요클리닉의 Vincent Rajkumar 교수는 "보르테조밉 투여를 위해 2주마다 클리닉을 방문해야만 했던 불편감과 말초신경병증에 대한 우려가 해소됐다. 재발·불응성 환자가 아닌 신규 환자에서도 익사조밉 3제요법을 고려할 만 하다"고 강조했다.


'형만한 아우' 넘보는 카필조밉, 생존기간 2배 연장

최근 국내 허가를 받은 암젠의 카필조밉은 기존 1차치료제인 보르테조밉을 훌쩍 뛰어넘는 성과를 선보였다.

ASH 2015와 Lancet Oncology 12월 5일자 온라인판에 동시 발표된 ENDEAVOR에 따르면,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에서 덱사메타손 + 카필조밉 병용요법이 덱사메타손 + 보르테조밉 조합보다 생존기간을 2배가량 늘렸다.

중간분석 시 카필조밉군의 PFS는 18.7개월, 보르테조밉군은 9.4개월이었고(HR 0.53; P<0.0001), 연구기간 중 사망자수는 각각 464명 중 18명(4%), 465명 중 16명(3%)으로 유사했다.


"국외상황 고무적...국내도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국다발골수종연구회 이제중 회장(화순전남대병원 혈액내과)은 "다발골수종 전문가로서 2015년은 국내외적으로 특별한 한 해였다"면서 "우리나라에선 오랜 숙원과제였던 벨케이드와 레블리미드의 치료기준이 완화됐고, 국제시장에서 다양한 약물이 승인을 받아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희귀질환이라곤 하지만 전 세계 2번째로 흔한 혈액암으로,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발생빈도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 환자수가 최근 10년간 2배가량 늘었다는 건강보험공단의 데이터가 이를 방증한다.

이행성연구가 체계적이고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새로운 약물이 끊임없이 개발되는 국제적인 추세를 따라 국내 치료환경도 더욱 빨리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는 익사조밉 승인과 관련해서는 "복용이 편리할 뿐 아니라 말초신경병증 등 부작용이 적은 약제에서 좋은 데이터가 나와 반갑다"면서 "향후 프로테아좀 억제제의 시장판도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각 약제마다 처한 상황이나 기전이 다른 만큼 환자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돼야 하는데, 예를 들어 카필조밉은 임상 진행이 빨라 적용 범위가 매우 넓고 엘로투주맙의 경우에는 면역치료의 일종이므로 그 적용범위가 약간 다르다고 부연했다.

향후에는 레날리도마이드(상품명 레블리미드)가 비이식군에서도 1차약제로 급여화 되는 것과 포말리도마이드(상품명 포말리스트), 카필조밉에 3차약제로서 급여 혜택이 적용되는 등의 환경변화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FDA 승인을 받은 여러 약제들이 하루빨리 국내 도입되고, 복합요법으로 묶여있는 급여기준이 완화돼 임상의가 개별 약제를 자유롭게 병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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