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대 상계백병원 재활의학과 김철 교수(대한심장호흡재활의학회 명예회장)
"참여율 7~8%로 미미…충실하게 참여한 환자 기준이면 더 낮아"
"심장재활 목적은 재발·합병증 막아 기대여명 최대한 확보하는 것"

인제대 상계백병원 김철 교수(재활의학과, 대한심장호흡재활의학회 명예회장).
인제대 상계백병원 김철 교수(재활의학과, 대한심장호흡재활의학회 명예회장).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2017년 2월부터 심장재활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화가 시행되면서 학계에서는 심장재활 활성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급여화 이후 약 8년이 지난 지금, 심장재활 참여율은 여전히 미미하다. 급여기준의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와 의료진이 심장재활을 받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환자는 심장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려고 해도 병원에 방문해야 하기에 시간적 그리고 거리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김철 교수(재활의학과, 대한심장호흡재활의학회 명예회장)는 심장재활은 '반드시 먹어야 할 약'과 동일하게 생각해야 하는 필수 치료과정이며, 활성화를 위한 환자·의료진 인식 개선 및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내 심장재활 활성화에 앞장서 온 그를 만나 현재 직면한 문제와 해결책을 물었다. 

미국 25%·유럽 30~40% vs 우리나라 7~8%

학계는 심장재활 급여화로 참여율이 30~40%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2023년 발표된 김철 교수 연구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의 심장재활 참여율은 5.8%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한 번이라도 심장재활 설명을 듣고 1~2회라도 훈련받은 경우를 참여 기준으로 정했을 때 비율이다. 

김 교수는 "이후 심장재활 참여율이 그나마 조금 늘어 내년에 발표될 연구에서는 7~8%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문제는 통계 분석 시 '충실하게' 심장재활을 참여하는 환자를 기준으로 참여율을 조사하면 더 낮아진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와 비교해 외국의 심장재활 평균 참여율은 미국 약 25%, 유럽 30~40%로 조사된다"면서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가입자의 경우 심장재활 참여율이 60%까지 보고된다"고 덧붙였다. 

심장재활은 선택사항 아냐…의료진 적극 권해야 참여율 높아질 것

심장재활 급여화에도 불구하고 참여율이 낮은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환자 입장에서는 심장재활을 받고자 병원을 찾기엔 시간적 그리고 거리상 한계가 있다. 

심장재활은 입원이 필요한 급성기 치료와 달리, 퇴원 후 3개월 동안 통원치료 형태로 진행된다. 즉, 환자에게 시간적 여유가 없고 심장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병원이 멀다면 환자는 심장재활에 참여하기 쉽지 않다.

급성기 치료 이후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어 심장재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장애물로 꼽힌다. 환자는 치료를 성공적으로 받으면 당장 문제가 되는 증상이 없어 심장재활을 받아야 한다는 동기가 떨어진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김철 교수(재활의학과, 대한심장호흡재활의학회 명예회장).
인제대 상계백병원 김철 교수(재활의학과, 대한심장호흡재활의학회 명예회장).

그러나 심장재활의 목적은 단기간 효과를 보는 것이 아닌, 5년 또는 10년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재발과 합병증 등을 막아 장기간 예후를 개선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심장재활은 '반드시 먹어야 할 약'과 동일하게 생각해야 하며, 이를 의료진이 환자에게 적극 알리고 교육해야 한다는 게 김 교수 설명이다. 

그는 "급성기 치료를 담당한 심장내과와 심장혈관흉부외과 의료진이 환자에게 심장재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엔 진료시간이 짧다는 어려움이 있다. 이 때문에 환자는 심장재활이 선택사항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의료진이 환자에게 심장재활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권하느냐에 따라 참여율이 달라진다. 심장재활이 필수 치료과정임을 환자에게 알리고 참여하도록 적극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심장재활의 목적은 혈관이 다시 막히는 것을 줄이고 합병증이 덜 발생하도록 해 궁극적으로 재발과 사망을 막는 것"이라며 "반드시 챙겨 먹어야 할 약처럼 심장재활도 하나의 약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약 처방 시 매일 투약해야 할 용량·용법이 있듯, 심장재활도 운동 강도와 횟수 등을 처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6회 급여기준 제한 풀고 의료진 소견 따라 연장할 수 있어야

심장재활 급여기준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외래환자는 최대 36회까지 심장재활 급여가 인정된다. 36회 동안 심폐지구력을 확보해 스스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진료현장에서는 36회만으로도 심폐지구력이 회복되지 않는 환자가 있다. 이들은 자비로 추가 심장재활을 받고 싶어도 현행 급여기준 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급여기준 제한을 풀고, 의료진 소견에 따라 필요시 심장재활 횟수를 연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 교수는 "참여율을 높이려면 급여기준을 수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 지지가 필요하다"며 "다만 의정사태 이후 정부가 바이탈과(필수과)를 살리는 데 집중하고 있어, 급성기 이후 재활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아질까 봐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어 "하지만 심장재활의 궁극적 목적은 재발을 막고 환자에게 주어진 기대여명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바이탈과와 무관하지 않다"며 "심장재활을 받지 않으면 재발해 다시 급성기 상태로 병원에 오게 된다. 바이탈과를 살리는 것에 더해 재발 환자를 가급적 줄이려면 심장재활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가정 심장재활 진행하면 참여율 50%까지 높일 수 있을 것

이와 함께 환자의 심장재활 접근성을 높이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병원뿐 아니라 가정에서의 심장재활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병원에서 짧은 기간 동안 평가 및 교육을 받고 가정에서 디지털 치료기기 등을 이용해 심장재활을 진행하는 것이 큰 그림이다. 

김 교수는 가정 심장재활을 수행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심장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병원이 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병원에서 기본 평가를 시행하고 위험도를 분류해 가정에서 심장재활 수행할 수 있도록 처방해야 하기에, 심장재활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병원이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심장재활을 할 수 있는 병원) 망이 촘촘해지면 거리가 멀어 병원을 찾기 어려운 환자들을 저위험군으로 분류해 가정 심장재활로 전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며 "저위험군을 대상으로 디지털 치료기기 등을 이용한 가정 심장재활을 진행하면 참여율이 지금보다 약 10배 더 높은 50%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가정 심장재활에 대한 급여화가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사용하는 디지털 치료기기에도 수가를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가정 심장재활은 환자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이 환자가 가정에서 제대로 심장재활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확인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전담팀을 꾸려야 하지만, 보상이 없어 현재로선 병원에서 진행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해외에서는 가정 심장재활을 적극 활용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 유럽에서는 가정 심장재활에 급여를 적용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가정 심장재활 관련 급여 코드를 신설하고 교육 및 관리에 대한 적정 수준의 수가를 책정해야 하며, 그 틀 안에서 디지털 치료기기도 수가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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