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우울조울병학회, 26일 백범김구기념관서 추계학술대회 개최
지프라시돈, 타 제제 대비 체중 증가 부작용 낮아···치료 경과에도 영향
[메디칼업저버 손재원 기자] 조현병 환자에게 처방되는 비정형 항정신병제의 체중 관련 부작용을 살피고 대안적 치료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올란자핀이나 클로자핀 등 제제로 인한 체중 증가가 대사질환 발생이나 치료 중단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환자 특성과 약제 부작용을 고려해 개별적인 치료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취지다. 상대적으로 체중 증가 위험이 적어 대안으로 고려될 수 있는 제제로는 지프라시돈 등이 제시됐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최원석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26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대한우울조울병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비정형 항정신병약물로 유발된 대사성 질환의 치료전략'을 주제로 세션 발표에 나섰다.
조현병 환자에게 처방되는 2세대 비정형 항정신병제 중 상당수는 체중 증가와 유의한 관련성이 있다. 특히 조현병 환자는 일반인 대비 체질량지수(BMI)가 26kg/㎡을 초과하는 비율이 높고, 이는 BMI가 증가할수록 편차가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런 체중 증가는 대사성 질환(대사증후군)을 유발해 조현병 환자의 평균 수명을 단축하는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연구를 보면 조현병 환자는 그렇지 않은 경우 대비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최 교수는 "일반 인구 대비 조현병 환자에서 BMI 30kg/㎡ 이상인 비율이 훨씬 높고 이에 따른 대사증후군 위험도 늘어난다"며 "일반적으로 조현병 환자에서 복약 순응도가 나쁘다는 점을 고려하면, 체중 증가와 이에 따른 위험 부담은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더욱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데이터를 보면 BMI가 25~30kg/㎡인 조현병 환자의 경우 치료에 순응하지 못한 경험이 39%로 BMI가 25kg/㎡ 미만인 환자(26%) 대비 높았다. 이는 BMI가 30kg/㎡ 이상인 비만한 조현병 환자에서 47%를 기록해 체중 증가와 복약 순응도 간 유의한 관련이 있음을 시사했다(P=0.029).
특히 장기간 꾸준하게 약제를 복용해야 하는 조현병의 질환 특성상, 증상 조절에 효과적인 약제라고 해도 체중 증가 위험이 높다면 경우에 따라 대체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앞서 3개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 결과, 항정신병제를 복용하면서 체중이 증가할 경우 복약 순응도 감소나 치료 중단으로 이어질 위험이 그렇지 않은 경우 대비 2.37배 유의하게 높다는 보고도 나왔다(OR 2.37; 95% CI 1.51~3.73).
다른 분석에서도 항정신병제 복용에 따른 체중 증가는 치료 중단 등 가능성을 2.25배 유의하게 높여 조현병 치료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입증했다(OR 2.25; 95% CI 1.31~3.87).
성분별로 보면 복용 10주차 시점에서 체중 증가가 보고된 항정신병제로는 △클로자핀 △올란자핀 △티오리다진 및 메조리다진 △세르틴돌 △클로프로마진 △리스페리돈 등이 꼽혔다. 반면 지프라시돈과 몰린돈은 유의한 수준의 체중 증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최 교수는 "올란자핀은 항정신병제 중에서도 체중 증가 효과가 큰 약제에 속한다"며 "반면 지프라시돈은 쿠에티아핀이나 리스페리돈 제제와 비교해도 체중 증가가 거의 없어 일종의 대체제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보면 클로자핀이나 올란자핀 대비 조현병 증상 치료에 있어 지프라시돈의 효과 크기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지만, 임상적으로 비교했을 때 유의미한 수준까지 격차가 벌어지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체중 증가 및 이로 인한 대사증후군 발생이나 치료 중단이 우려되는 환자에서 지프라시돈을 대체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아미설피리드와 아리피프라졸, 지프라시돈을 제외한 대부분의 항정신병제는 체중 증가와 유관했다. 여기에 상당수 약제는 치료 기간에 비례해 체중 증가 수준이 증가한 반면, 지프라시돈은 위약과 비슷한 수준으로 체중이 유지되거나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최 교수는 "항정신병제와 관련된 체중 증가 부작용이 어떤 환자에서 발생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며 "관련된 기전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통상적인 체중 증가는 몇 주 내로 시작되고 용량이 늘어나면 체중도 더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여러 연구를 보면 처음으로 항정신병제를 처방받은 조현병 환자에서 처방 경험이 있는 환자 대비 체중 증가가 더 뚜렷하게 발생했다. 이는 조현병 환자의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을 2~3배까지 높인다는 점에서 치료 전략을 수립할 때 고려돼야 할 지점이다.
조현병이나 양극성 장애 환자의 경우 일반인(11~17%) 대비 탄수화물을 덜 섭취하거나 운동량을 늘리는 등 관리를 병행해도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33~47%로 더 높았다. 이에 다른 약제를 병용하는 치료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표적으로는 메트포르민 등 체중 증가를 일부 억제할 수 있는 제제나 GLP-1 수용체 작용제(이하 GLP1- 제제)처럼 직접적으로 체중 감소 효과가 있는 약물이 꼽힌다. GLP-1 제제의 경우 정신질환 증상 악화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현재는 그런 위험 없이 효과적으로 체중을 감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교수는 "최근 발표된 데이터 등을 보면 GLP-1 제제가 위약 대비 자살 위험 등을 높이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며 "다른 경구제 대비 GLP-1 제제가 안전하고 지속적인 체중 감소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선택지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여전히 월 30~40만원에 달하는 약가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GLP-1 제제는 환자가 직접 주사하기 때문에 꾸준한 관련 교육이 이뤄지지 않으면 조현병 환자의 복약 순응도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