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1회 투여 가능···리스페리돈 제제 중 최장 간격
피하투여로 환자 부담 낮추고 비용효과성 측면 이점
[메디칼업저버 손재원 기자] 최근 최대 2개월 간격으로 피하투여 가능한 유제디(성분명 리스페리돈)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획득했다. 조현병 치료 옵션이 보다 다변화된 만큼, 유제디가 국내 환자에게 어느 정도의 임상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인다.
유제디, SQLS 개선하며 재발 위험 유의하게 낮춰
조현병에서 장기지속형 주사제(LAI)의 이점은 병식이 저하될 수 있는 환자에서 복약 순응도를 높임으로써 경과 개선과 재발 방지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국내 연구에서도 조현병에서 장기지속형 제제가 재발 및 입원 횟수 등을 감소시킨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특히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적절한 혈중 약물 농도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으로 꼽힌다.
여의도 성모병원 최원석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장기지속형 제제 투여 시 직후부터 혈중 약물 농도가 상승해 3주차 전후로 최고치에 달한다"며 "4주차에는 최고 농도의 약 60~70% 수준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시기에 약물을 재투여하면 기저 약물 농도가 유지되는 상태로 혈중 농도가 증감을 반복하며 약효가 유지되는 것"이라며 "혈중 약물 농도 저하 시 증상이 악화한다면 동일 성분 제제나 타 계열 경구제를 병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유제디는 2023년 서방형 주사제 현탁액으로 조현병에 대해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했다. 해당 허가는 임상3상 RISE 및 SHINE 연구 결과가 기반이 됐다.
RISE 연구에서 유제디를 투여한 군(유제디군)은 조현병 삶의 질 지수(SQLS)가 평균 -4.15점과 -3.28점 개선된 데 비해 위약군은 1.75점 악화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P<0.001).
또 재발 직전까지 걸리는 시간도 유제디를 1개월 1회 투여한 군에서 5배가량 연장돼 재발 위험을 98% 낮췄고(HR 0.200; 95% CI 0.109~0.367; P<0.0001), 2개월 1회 투여한 군에서도 2.7배 연장하는 효과를 보였다(HR 0.375; 95% CI 0.227~0.618).
아울러 유제디군은 장기 추적관찰 SHINE 연구에서 SQLS가 -0.43점과 -2.16점 추가로 개선돼 장기적인 유효성도 함께 입증했다.
안전성 측면에서 보면 두 연구에 참여한 유제디군 중 2~4%에서 발생한 이상반응으로는 조현병과 불안, 정신증, 우울 등이 꼽혔다. 대사 관련 부작용으로는 체중 증가(1~6%)와 식욕 증가(0~3%), 고혈당(0~4%) 등이 보고됐다. 반면 심혈관계 이상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경구제에서 LAI로 간편한 전환 가능···투여간격 연장 효과도
유제디가 국내 허가를 획득함에 따라 조현병 환자에게 사용 가능한 치료 옵션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국내에서 조현병 환자에게 처방 가능한 장기지속형 주사제로는 △리스페달 콘스타(리스페리돈, 투여 간격 2주) △인베가 서스티나(팔리페리돈, 1개월) △인베가 트린자(팔리페리돈, 3개월) △인베가 하피에라(팔리페리돈, 6개월) △아빌리파이 메인테나(아리피프라졸, 1개월) 등이 있다.
유제디는 리스페리돈 제제 중에서는 투여 간격이 1~2개월로 가장 길고, 근육주사 형태로 개발된 타 제제 대비 피하투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가질 전망이다. 기존 리스페달 콘스타는 투여 간격이 짧아 임상 현장에서 활용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여기에 리스페리돈은 기전적으로도 조현병의 양성 증상을 조절하는 데 효과를 입증했고, 비용 측면에서도 이점을 보인다는 평가다.
한양대병원 이건석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그간 국내에서 처방됐던 리스페리돈 제제는 2주 간격으로 투여해야 하고 초기에 경구제 병용이 필요해 불편함이 컸다"며 "유제디는 이런 단점을 보완했고 RISE 연구에서도 재발 위험을 유의한 수준으로 줄이는 등 효과를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유제디는 경구용 리스페리돈을 복용한 직후 바로 전환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라며 "임상 현장에서는 투여 간격도 중요하지만 환자 선호도나 부작용, 생활 패턴에 따라 적절한 제형이 달라진다. 기존 제제와 경쟁 체제를 구축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환자에게 필요한 상보적 옵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구제 복용 후 증량이나 추가적인 보조 처방 없이 바로 주사제로 전환 가능하다는 점은 유제디의 장점으로 꼽힌다. 조현병 환자가 경구제 복용을 잊거나 꺼려 재발 및 입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타 질환에서의 피하투여 제제와 달리 조현병은 환자가 내원해 약제를 투여받아야 한다는 점도 유제디 처방 시 치료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존 근육주사 대비 통증 부담이 적고, 투여 시간이 짧아 환자의 거부감이 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유제디 허가로 조현병 치료 환경이 한층 다양해졌고 근육 주사와 피하 주사 간 맞춤형 치료 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됐다"며 "조현병도 초기부터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더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발을 반복한 후가 아니라 안정화 직후부터 표준 옵션으로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여기에 더해 지역사회 기반 클리닉이나 방문 간호 체계 등 치료 접근성을 넓힐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