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성모병원 최원석 교수팀, 동아시아 최초 사이키델릭 관련 연구 발표
의료적 활용에 58% 찬성…향정신성의약품 분류제도 개선 필요성에 76% 동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국내 연구팀이 동아시아 최초 '사이키델릭 치료제' 인식을 조사한 결과, 국내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치료저항성 우울증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정신약물학회 산하 한국사이키델릭연구회가 주관한 이번 조사는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최원석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교신저자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덕인 교수)이 수행했다.
2023년 3~6월 국내 주요 정신의학 학술대회 3곳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전공의 총 193명을 대상으로 사이키델릭 약물(psilocybin, MDMA 등)에 대한 지식과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률은 96.5%에 달했으며, 응답자 중 44%는 전공의, 56%는 전문의였다.
사이키델릭 약물은 최근 해외에서 치료저항성 우울증(TRD),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물질사용장애(SUD) 등에 효과적인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일부 국가에서 제한적이지만 치료적 사용이 허가됐다. 그러나 한국 등 동아시아에서는 문화적·법적 제약으로 연구와 임상 적용에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번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67.4%가 사이키델릭 약물이 치료저항성 우울증에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기존 치료방식으로 치료효과가 부족한 PTSD와 물질사용장애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보였다.
의료적 사용에 대해서는 58%가 긍정적 태도를 나타낸 반면, 비의료적 사용에 대해서는 70%가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통제된 환경에서의 치료적 목적 약물 사용과 비의료적 불법 약물 사용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응답자의 76.2%가 현재 한국의 향정신성의약품을 마약류로 일괄 분류하는 제도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전문의 그룹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는데, 전문의 51.9%, 전공의 17.6%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한국의 엄격한 약물 관련 법체계와 마약류 및 향정신성의약품의 단순 분류가 실제 임상에서 사이키델릭 약물 연구 및 활용 제한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해석했다.
반면 아직 사이키델릭 약물에 대한 전문 지식은 비교적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키델릭의 주요 작용기전인 세로토닌(5-HT2A) 수용체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비율은 30.6%에 불과했으며, 전공의는 21.2%로 전문의(38.0%)보다 현저히 낮았다.
최원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동아시아권 최초로 정신의학 전문가들의 사이키델릭 약물에 대한 인식을 체계적으로 조사한 의미 있는 연구"라며 "기존 치료로 한계가 있는 정신질환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옵션을 도입하려면 전문가 교육과 법적 정비, 사회적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 본 연구를 토대로 향후 국내 사이키델릭 연구에서 사용 가능한 약물효과 측정 척도를 국문으로 제작 및 표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Journal of Psychedelic Studies 5월호에 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