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폐고혈압학회 학술대회 11~12일 개최
기존 임상연구 한계 극복한 새로운 디자인 임상연구 진행 중
국내에서는 마시텐탄+포시가 병용요법 관련 MD-CpcPH 연구 시작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임상연구에서 실패만 반복했던 심부전에 의한 폐고혈압 치료제가 도전을 이어가며 성공 역사를 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실패했던 임상연구의 한계를 개선한 새로운 임상연구가 진행 중으로, 기존과 다른 기전을 자극하는 치료제를 활용하는 만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심부전 치료제로 활용되는 SGLT-2 억제제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와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인 엔도텔린 A 수용체 길항제(ERA) 마시텐탄 병용요법을 심부전에 의한 폐고혈압 환자에게 활용할 수 있을지 조사하는 임상연구가 시작선에 서 관심이 모인다.
가천대 길병원 양태일 교수(심장내과)는 11~12일 코엑스 마곡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폐고혈압학회 학술대회에서 'Future perspectives in PH in HF and MD-CpcPH trial'를 주제로 발표했다.
환자군 선별 등 이유로 임상연구 실패 이어져
세계보건기구(WHO)는 좌심실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폐고혈압을 그룹2로 분류하고 있다. 좌심실 기능이 약해지면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 심부전이다. 하지만 이들을 타깃한 치료제의 임상연구는 실패를 거듭해 왔다. 실패 원인은 △환자군 선별 △그룹2 폐고혈압에 대한 부적절한 메커니즘적 접근 △부적합한 평가 목표점 등이 꼽힌다.
환자군 선별의 경우, 대부분 박출률 보전 심부전(HFpEF)이나 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을 진단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해 모세혈관 전후 복합 폐고혈압(CpcPH)과 국한된 모세혈관후 폐고혈압(IpcPH) 환자가 혼재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CpcPH와 IpcPH는 폐혈관 재형성에 차이가 있어, 두 질환을 함께 봐야 할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메커니즘적 접근 측면에서는 CpcPH의 병태생리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IpcPH가 오래 지속되면 CpcPH로 진행되는지 혹은 유전적 이유 등에 의한 것인지 규명되지 않았다. 일부 연구에서는 CpcPH가 폐동맥 고혈압과 유사한 측면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지만, 아직 생물학적 연결고리는 명확하지 않다.
아울러 평가 목표점의 경우, 6분 보행검사(6MWT)가 신뢰할 수 있는 지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6MWT가 좋아지면 환자의 사망 위험이 감소한다는 데이터가 부족하고, 절단점(cut-off) 기준도 명확하게 설정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다양한 기전 약물 활용한 임상연구 진행 중
그럼에도 학계에서는 정복되지 않은 심부전에 의한 폐고혈압을 치료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연구를 종합하면, 이전 연구와 달리 타깃하는 환자군을 명확히 하고 다양한 기전의 약물을 활용해 유효성을 평가하고 있다.
먼저 릴랙신 수용체(relaxin agonist)인 AZD3427은 좌심장질환 관련 CpcPH 환자 대상 RE-PHIRE 임상2b상에서 폐혈관저항(PVR) 감소를 목표로 효과를 검증하고 있다.
2013년 급성 심부전 환자 대상 연구에서는 소규모 환자군에게 AZD3427 정맥주사 시 긍정적 결과를 얻었지만, 2019년 발표된 임상3상에서는 쓴맛을 봤다.
이번에 진행되는 임상2b상은 환자군을 달리해, 좌심장질환 관련 폐고혈압 환자에게 AZD3427을 2주 간격으로 피하주사했을 때 효과 및 안전성을 조사한다.
또 다른 릴랙신 수용체인 TX45는 HFpEF 동반 그룹2 폐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APEX 임상2상가 진행 중이다. 연구에서는 CpcPH 환자를 대상으로 PVR을,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좌심방압(PAWP)과 심박출량(CO), PVR을 평가한다.
올해 유럽심부전학회 연례학술대회(HFA 2025)에서 발표된 소규모 환자 대상 임상1b상 결과에 따르면, 심부전에 의한 폐고혈압 환자에게 TX45 투약 시 폐모세혈관쐐기압(PCWP)과 PVR이 감소하고 CO가 증가했으며 혈역학적 요인이 개선됐다.
이어 HFpEF 동반 그룹2 폐고혈압 환자 대상으로 레보시멘단의 효능 및 안전성을 평가하는 LEVEL 임상3상이 시행되고 있다. 레보시멘단 경구제가 12주째 6MWT와 KCCQ 점수, NT-proBNP, 뉴욕심장협회(NYHA) 기능분류 등을 개선시키는지 평가한다. 2021년 발표된 임상2상 결과에 따르면, 레보시멘단을 복용한 HFpEF 동반 폐고혈압 환자는 휴식 중 그리고 다리를 올렸을 때와 운동 상태에서 PCWP와 중심정맥압(CVP)이 감소했다.
지난해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 받고 최근 국내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윈레브에어(소타터셉트)도 HFpEF 동반 그룹2 폐고혈압 환자 대상의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에서는 24주째 PVR과 6MWT 그리고 임상 악화까지 시간 등을 평가한다.
국내 MD-CpcPH 연구, 심부전·CpcPH 환자 대상 마시텐탄+포시가 가능성 평가
국내에서도 심부전에 의한 폐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 치료전략을 조사하는 연구가 시작될 예정이다.
MD-CpcPH로 명명된 다기관 무작위 이중맹검 연구로, 박출률 경도 감소 심부전(HFmrEF) 또는 HFpEF 동반 CpcPH 환자를 대상으로 마시텐탄+포시가 병용요법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한다. 1차 유효성 목표점은 24주 시점의 계층적 복합변수로, PVR과 NT-proBNP, 6MWT, KCCQ-CSS 등 변화를 조사한다.
마시텐탄과 포시가를 연구 약물로 선택한 이유는 ERA의 한계를 SGLT-2 억제제가 상쇄시키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양태일 교수는 "마시텐탄이 MELODY-1 연구에서 CpcPH 환자의 PVR과 PAWP를 변화시키지 못했고 체액저류가 유의하게 증가해 실패 결과를 얻었다"면서도 "하지만 NT-proBNP가 감소하고 심장박출지수가 증가하는 등 일부 혜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성 콩팥병 환자를 대상으로 포시가와 ERA인 지보텐탄 병용요법의 유효성을 평가한 ZENITH-CKD 연구에서 체액 저류 발생률이 낮으면서 예후가 개선되는 결과를 얻었다"면서 "또 포시가는 이뇨 효과가 있다. 이에 SGLT-2 억제제가 ERA의 체액 저류 효과를 상쇄시킬 것으로 예상해, 마시텐탄과 포시가 병용요법에 관한 연구를 디자인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MD-CpcPH 연구는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고 올해 9월부터 2028년 12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