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의사회 "상급병원 간섭 구조, 일차의료 위기 심화"
가정의학회 "일차의료 역할 정립, 국가 제도적 뒷받침 선언"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일차의료 강화 특별법'을 두고 의료계 내 의견이 거세게 부딪혔다.
특별법이 상급병원이 일차의료 역할에 간섭할 수 있는 구조를 불러 일차의료의 고사를 부를 수 있다는 반대 의견과 일차의료의 역할을 정립과 제도적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건 마련이라는 지지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특히 특별법에 포함된 건강 주치의 제도의 현실성을 두고 공방이 크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지난 1일 일차의료를 육성 및 지원하고, 건강 주치의제 시행을 위한 '일차의료 강화 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남 의원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지역사회의 건강불평등 심화와 의료비의 급증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내년 3월 시행할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을 뒷받침하기 위해 일차의료 기반 강화가 절실하다"며 "일차의료의 역할을 확립하고, 지역사회에 정착·확산될 수 있도록 하고자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법안은 일차의료를 '지역 주민에게 흔한 질병의 치료와 관리, 질병 예방과 건강증진 의료서비스를 지속적이고 포괄적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지역돌봄의 통합지원 연계, 지역사회 보건의료 자원 조정과 의뢰 등을 포함하도록 했다.
일차의료의 정착 및 확산을 위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일차의료 의료인의 의무,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고, 보건복지부장관과 시·도지사는 일차의료 육성 및 지원을 위한 종합계획과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하게 했다.
그 외 인력 양성 및 수련의 재정 지원, 지역 내 보건의료기관 간 진료협력체계 구축·운영, 지역 주민 등록 관리 수가, 성과 가산 수가, 의료취약지 가산 수가 등 지원, 일차의료 연구·개발사업 시행, 일차의료지원센터 지정 및 지원, 일차의료 전담조직의 설치, 건강 주치의 제도 시행 등을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특별법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대한내과의사회는 7일 성명을 통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탁상행정의 결과로 되레 일차의료가 고사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의사회는 "특별법이 지역 종합병원을 일차의료지원센터로 지정해 상급병원이 일차의료기관 역할에 간섭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며 "이로 인해 의료전달체계 왜곡이 고착돼 되레 일차의료 위기가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차의료에 폭넓은 역할을 부여하면서 재정과 제도의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 점도 지적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일차의료 재정을 지원한다는 원론적 언급은 있으나 실제 예산 규모, 재원 조달 방식, 집행 기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사회는 "이러한 모호한 재정 구조는 자칫 지역 간 의료서비스 격차를 심화하고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건강보험 재정 강화를 위해서라며 특별법 추진 이전에 정부가 지난 18년간 미납한 21조원의 건보 지원금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건강 주치의 제도에 대해서는 "환자들은 가까운 병원이 아닌 잘하는 병원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며 "국민 수요 조사와 인식 개선 전략 없는 주치의 제도는 현실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환자의 의료진 모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일차의료의 역할을 국가에서 제도적으로 지원할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며 환영의 입장을 보였다.
대한가정의학회는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의료시스템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병원 중심의 단기 치료의 분절화된 진료 체계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기반의 통합적이고 포괄적인 일차의료 체계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며 "특별법은 일차의료의 본연의 역할을 정립하고 이를 국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의학회는 "종합병원을 지역 일차의료지원센터로 지정한다는 조항의 취지는 종합병원이 지역 의료 네트워크의 거점 역할을 수행하라는 것으로, 향후 국내 지역사회 통합 돌봄과 재택의료의 확대를 위해서라도 필수적인 체계"라며 내과의사회의 주장에 반박했다.
법안 내의 재정과 행정 지원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에는 특별법으로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세부적인 재정 설계와 예산 편성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건강 주치의 제도가 의료이용의 제한이나 선택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에는 여러 선진국에서 보편적 정책으로 시행하고 있는 정책으로, 국민의 선택권을 보장하면서 신뢰받는 일차의료 전문과를 중심으로 점진적·단계적 도입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가정의학과 개원가에서는 법안을 바라보는 시각은 좀 더 조심스럽다. 일차의료 전담 조직 구성 등 정부의 지원을 구체화한 점에서 이전의 정책들보다 진일보한 것은 사실이나, 상급병원의 간섭 가능성 등에서 우려되는 부분도 존재한다는 것.
의사회 강기태 회장은 "일차의료 강화를 국가에서 지원한다는 취지에 공감하고, 법안 등 논의가 이뤄진 것에 고무적인 상황"이라면서도 "특별법 내 우려되는 부분이 존재하는 것도 분명하기에 추진 과정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