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서울병원 지용호 교수팀, 한국·일본 약 25만 명 유전 정보 분석
PCSK9·HMGCR·LDLR 유전자 변이와 관상동맥질환 간 인과관계 규명
지용호 교수 "맞춤형 심혈관질환 치료전략 개발에 중요한 단서 될 것"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동아시아인의 관상동맥질환 위험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는 LDL-콜레스테롤 저하 약물 표적 유전자가 규명됐다.
한국과 일본의 약 25만 명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한 결과, PCSK9과 HMGCR, LDLR 유전자와 관상동맥질환 간 인과관계가 확인됐다. 이들 유전자 변이에 따라 LDL-콜레스테롤이 10mg/dL 낮아지면 관상동맥질환 발생 위험도 유의하게 감소했다.
이번 연구는 동아시아인을 대상으로 LDL-콜레스테롤 저하 약물 표적 유전자 변이에 따른 LDL-콜레스테롤 변화가 관상동맥질환 발생 위험에 영향을 미칠지 평가한 최초 연구라는 의미가 있다.
이대서울병원 첨단의생명연구원 지용호 교수 연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는 Lipids in Health and Disease 3월호에 실렸다(Lipids Health Dis 2025;24(1):92).
멘델 무작위 분석법 적용해 인과관계 평가
LDL-콜레스테롤 감소와 관련된 지질저하제의 유전자는 PCSK9, HMGCR, NPC1L1, ACLY, LDLR 유전자 등이 규명됐다. 이번 연구는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인 데이터를 토대로 이 같은 LDL-콜레스테롤 저하 약물 표적 유전자로 결정되는 LDL-콜레스테롤 수치 감소가 관상동맥질환 발생 위험 감소로 이어지는지 확인하고자 진행됐다.
연구 가설은 총 두 가지로, 먼저 서양인에서 밝혀진 지질 저하와 연관된 단일염기다형성(SNP)이 동아시아인에서도 관련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SNP는 유전자 염기 서열에서 배열 차이를 보이는 유전적 변화 또는 변이를 의미한다. 이와 함께 두 가지 이상의 LDL-콜레스테롤 저하 약물 표적 유전자 변이가 함께 존재하면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KoGES)의 약 8만명 데이터와 일본 바이오뱅크(BBJ)의 약 17만명 데이터를 바탕으로 LDL-콜레스테롤 약물 타깃 유전자와 관상동맥질환 발생 간 인과관계를 분석했다. 임상시험 없이도 약물 효과를 예측하면서 유전자 변이를 이용해 위험요인과 질병 간 인과관계를 평가할 수 있는 멘델 무작위(Mendelian Randomization) 분석법을 적용했다.
PCSK9·HMGCR·LDLR의 SNP 함께 있으면 관상동맥질환 위험 15%↓
"서양 개발 약물이 동아시아인에게도 효과적인지 유전자 수준에서 첫 규명"
LDL-콜레스테롤 저하 약물 표적 유전자 중 NPC1L1과 ACLY은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이는 SNP가 없거나 아시아인 데이터에서 누락된 SNP가 많아 이번 분석에서 제외했다.
LDL-콜레스테롤 수치와 유의한 연관성이 확인된 SNP 중 PCSK9 유전자 4개, HMGCR의 6개, LDLR의 2개를 선별해 멘델 무작위 분석법을 적용했다. 이를 토대로 LDL-콜레스테롤 감소가 관상동맥질환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각 유전자의 유의한 SNP에 따라 LDL-콜레스테롤이 10mg/dL 강하될 경우 관상동맥질환 발생 위험을 평가한 결과, LDLR 유전자 변이 시 26% 의미 있게 감소했고 효과 정도가 가장 컸다(OR 0.74; 95% CI 0.66~0.82).
PCSK9 유전자 변이에 따라 LDL-콜레스테롤이 10mg/dL 낮아지면 관상동맥질환 위험은 20%(OR 0.80; 95% CI 0.75~0.86), 스타틴 표적 유전자인 HMGCR 변이 시에는 10% 감소했다(OR 0.90; 95% CI 0.86~0.94).
세 가지 유전자 변이 조합에 따라서도 관상동맥질환 발생 위험이 달라졌다.
PCSK9과 LDLR 유전자 변이가 함께 존재하면 관상동맥질환 발생 위험이 22% 감소했고 강하 효과가 가장 컸다(OR 0.78; 95% CI 0.74~0.83). PCSK9과 HMGCR, HMGCR과 LDLR의 유전자 변이가 함께 나타나면 관상동맥질환 발생 위험은 모두 13% 의미 있게 감소했다(각각 OR 0.87; 0.83~0.90, OR 0.87; 95% CI 0.83~0.91).
또 PCSK9, HMGCR, LDLR 등 세 가지 유전자 변이가 함께 있을 경우 관상동맥질환 위험은 15% 유의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OR 0.85; 95% CI 0.79~0.91).
결과적으로, 이번 연구는 LDL-콜레스테롤 저하 약물 표적 유전자의 SNP를 통해 추정한 LDL-콜레스테롤 감소가 의미 있는 관상동맥질환 발생 위험 강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국 KoGES와 일본 BBJ 데이터를 활용해 대규모 임상시험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유전 기반 약물 타깃 검증법'의 실용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서양인을 중심으로 개발된 약물이 실제 동아시아인에게도 유사한 효과를 나타내는지 처음으로 유전자 수준에서 규명했다. 특정 유전적 표적이 더 효과적인 인구집단이 있는 만큼, 향후 맞춤형 심혈관질환 치료 전략 개발에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