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학회 등 'The Liver Week' 29~31일 개최
과음 절제 등 생활습관 개선해야…HBV·HCV 관리도 필요
[메디칼업저버 손재원 기자]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는 간세포암 예방에 B형이나 C형 간염 등 질환 관리와 더불어 음주와 같은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존 질환에 음주 이력이 동반될 경우, 간세포암 위험은 최대 8배 이상 증가해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건국대병원 김정한 교수(소화기내과)는 대한간학회와 한국간담췌외과학회, 대한간암학회, 대한간이식연구학회 등 4개 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The Liver Week 2025에서 '병인학을 기반으로 한 간세포암의 일차적 예방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간세포암 예방 전략은 크게 일차, 이차, 삼차로 나눌 수 있다. 일차 예방은 질환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전략으로, 특히 B형 간염(HBV) 백신 접종을 통해 B형이나 C형 간염(HCV)에 대한 항바이러스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주가 된다. 또 아스피린이나 스타틴, 메트포르민 등 약제를 활용한 예방 요법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차 예방 전략은 빠른 진단을 통해 질환이 미치는 영향을 낮추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초음파 검사와 알파태아단백질(AFP) 수치 등을 확인하는 것이 포함되며, 혈액 마커 등을 활용해 간세포암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GALAD 점수도 기준치로 사용된다.
삼차 예방 전략은 진행 중인 질환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항바이러스 치료나 보조제 요법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신 보조요법도 최근 들어 치료적 잠재력 측면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김 교수는 "일차 예방 전략은 B형 간염 백신 접종과 알코올 섭취 절제 등으로 간세포암 위험을 낮추는 것"이라며 "이후에는 진행 중인 간세포암의 위험을 최대한 낮추고 B·C형 간염에 대한 항바이러스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이차 예방 전략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차 예방 전략은 수술적 절제 등 치료를 받은 후 새롭게 간세포암이 발생하는 것을 막는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간세포암에서 병인학적으로 중요한 요인은 △만성 B형 간염 △만성 C형 간염 △알코올 섭취 △대사이상관련 지방간질환(MASLD)/대사이상관련 지방간염(MASH) 등이 꼽힌다.
특히 B형 간염은 간세포암의 주요 원인에서 50~55%를 차지하며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에서 증가세가 높다. 반면 서구권이나 일본에서는 C형 간염이 간세포암의 주요 원인으로, 전 세계적으로는 약 20~25%를 차지하는 추세다. 이외에는 알코올 섭취가 약 15~20%를 차지한다.
김 교수는 "B형 간염이 악화해 발생하는 간세포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B형 간염 백신 접종과 산모에서 신생아로 전해지는 수직감염 예방 등이 필요하다"며 "출생 후 24시간 내 백신 접종을 진행하고 B형 간염 모니터링과 HBsAg 양성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아이를 위한 백신 도입 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관계 시 콘돔 사용을 비롯해 주삿바늘 등을 재사용하거나 공유하지 않는 것, 혈액 기부자에 대한 세계적인 모니터링과 감염 예방 등 다양한 전략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런 예방 전략을 시행한 타이완의 경우 소아청소년기 간세포암 발생 확률이 80% 감소했고, 중국에서도 HBsAg 양성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의 간세포암 발생률이 84%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타이완의 경우 1984년부터 B형 간염 백신 프로그램을 도입해 간세포암이 악화할 확률은 67%, 간세포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49% 감소했다. 소아청소년에서의 사망률도 남성 70%와 여성 62% 등 감소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B형 간염 백신 도입이 지난 1982년부터 약 3억 1000만 건의 만성 감염을 예방했고, 약 3000만 건의 간세포암 발생을 막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2022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B형 간염 백신 접종률은 약 84%에 달했고, 태어난 직후 백신을 접종한 비율도 45%로 집계됐다.
만성 B형 간염에 대한 항바이러스 치료 요법으로는 대표적으로 엔테카비르(ETV)와 테노포비르(TDF) 등 핵산 유사체(NAs) 제제와 인터페론(IFN)이 꼽힌다. 이는 약 50~60%의 환자에서 간세포암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고, 장기적인 치료를 통해 간경화증을 예방할 수 있지만 간세포암 위험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반면 C형 간염과 관련된 간세포암 예방을 위해서는 주사제 사용 시 감염이나 전염 위험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한 전략으로 제시됐다. 이를 위해 일회용 주사 기기 등을 사용하는 방법이나 감염에 대한 철저한 관리 등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C형 간염은 B형 간염과 달리 아직까지 유효한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WHO는 오는 2030년까지 C형 간염 발생률을 80%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C형 간염 환자가 직접 작용 항바이러스제(DAA) 치료를 받는 경우, 그렇지 않은 환자 대비 간세포암 위험을 71~76%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DAA 치료가 약 95% 이상의 환자에서 효과를 보이는 만큼, 적극적인 치료적 접근이 간세포암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만성적인 알코올 섭취는 간세포암의 유효한 원인 중 하나"라며 "특히 알코올을 다량 섭취할수록 간경화증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고, 술을 많이 마시는 경우 간경화증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간세포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를 보면 하루에 5잔 이상 술을 마시는 경우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간세포암 위험이 3배가량 높았다.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 환자가 5잔 이상 술을 마시는 경우에는 위험이 7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 섭취량이 많거나 B·C형 간염이 있는 경우 아무 위험 요소도 없는 경우보다 간세포암 위험이 약 4배와 5배 높았고, 알코올을 섭취하면서 B형이나 C형 간염 환자인 경우 위험이 8배 이상 증가했다.
아울러 MASLD나 MASH와 관련된 간세포암 역시 증가하고 있는 만큼, 비만이나 대사이상관련질환의 질병 부담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 교수는 "주 2시간 이상의 운동이나 7~10%의 체중 감량은 간경화증과 간암 등 간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며 "식습관 측면에서도 채소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고, 전반적인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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