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학회 등 'The Liver Week' 29~31일 개최
선제적·다학제적 MASLD 관리 위해 국가 주도 R&D 이뤄져야
[메디칼업저버 손재원 기자]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비감염성 만성질환(NCD)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에 여러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SLD)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정책적인 R&D 지원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간학회와 한국간담췌외과학회, 대한간암학회, 대한간이식연구학회 등 4개 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The Liver Week 2025에서는 MASLD와 만성질환 간 상관관계를 조명하며 MASLD의 질병 부담과 고위험군 관리 정책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립보건연구원 김원호 박사는 "최근 MASLD와 관련한 용어 개정이 이뤄지면서 관련 환자가 늘어났다고 생각한다"며 "국가적인 관리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관련 R&D 접근성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서두를 열었다.
만성질환과 관련된 국내 사망 현황 통계를 보면 지난 2023년 기준 1위는 암(24.2%)이었고 2위는 심혈관질환(CVD·9.4%), 3위는 폐렴(8.3%), 4위는 뇌졸중(6.9%) 등이 차지했다. 특히 사망 원인 1~10위를 차지한 질환 중 6개가 NCD로 집계됐고, 알츠하이머 치매와 당뇨병 등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김 박사는 "의료 비용 측면에서도 만성질환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며 "2023년 기준 국내 진료비는 107조원으로 집계됐는데 만성질환 관련 진료비가 약 90조 4000억원으로 84.5%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며 만성질환 고위험군에 속하는 고령 인구의 의료 비용 지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높일 가능성이 있고, 관련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한다는 점에서 의료적 부담을 높인다.
김 박사는 "만성질환 예방관리 전략은 궁극적으로 관련 합병증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지만, 대표적인 만성질환으로 꼽히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은 완치가 불가능하다"며 "고혈압이나 당뇨병으로 발전하기 전 단계에서 MASLD와 비만 등 관련 질환을 관리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만성질환 위험을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MASLD에서 증상이 악화해 간경변이나 간세포암(HCC)으로 발전하면 사망률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MASLD를 동반한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 등에 대해 뚜렷한 치료 옵션이 없다는 점도 MASLD 관리 중요성에 힘을 싣는 요소다.
김 박사는 "간경화나 대사이상관련 지방간염(MASH)을 조기에 진단·예방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며 "이보다 앞선 단계의 질환인 MASLD를 일찍 발견하고 관리하는 치료적 접근이 필요하고, 관련된 연구도 더 폭넓게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내 MASLD 환자 숫자는 2010년 21만 명에서 2021년 기준 41만 2000명으로 증가했고, 관련 요양급여 비용도 155억 원에서 583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또 2012~2022년 지역별 MASLD 환자 통계를 보면 주로 대구와 전북, 경북, 서울·인천에서 신규 환자가 늘어났고, 요양급여 비용은 부산과 전남, 전북 등에서 큰 폭으로 늘었다.
김 박사는 "MASLD 조기 예측·진단과 중재치료 기술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며 "MASLD 유병률은 약 25% 수준이지만 질환 진행을 예측하기 위한 진단 방법이나 치료법이 부재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에서 나타나는 MASLD는 서양과 달리 비만하지 않은 환자가 많고, 만성질환과의 연관성에 대한 국내 환자의 특성만 분석한 연구가 부재한다. 특히 국가주도 간질환 MASLD 코호트도 아직 없고, 기존 자료를 수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MASLD의 역학적 특성을 파악하고, 의료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국가주도과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김 박사는 "국내 MASLD 관련 R&D 비용을 보면 2012년 53억 7000만원에서 2021년 184억 5000만원으로 크게 늘었고, 특히 2019~2020년에 89.2% 가량 증가했다"며 "그러나 국가적인 통합 데이터는 거의 없고 대부분 개별 연구로 진행될 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과 비교하면 연구 지원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MASLD 기반 심혈관질환과 관련된 현안 조사를 진행하고 R&D 현안 7개와 세부 추진과제 11개를 별도 선정했다.
현안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국가 단위로 MASLD에 대한 거버넌스 연구와 심혈관질환 관련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고, 예방부터 진단, 치료와 관리에 이르기까지 세부적인 가이드라인과 시스템 개발도 필요하다고 봤다.
아울러 MASLD 기반 다학제적 연구를 통해 심뇌혈관질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MASLD 인식 개선 △심뇌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MASLD 치료법 개발 △MASLD-심뇌혈관질환 연계 연구 인프라 선진화 등 목표도 제시했다.
김 박사는 "MASLD를 효율적으로 진단·치료하는 것이 전반적인 만성질환 유병률 관리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MASLD 등 지방간질환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예방·관리와 질환 극복을 위한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