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정책학회, 27일 공동기획세미나 갖고 대선 보건의료공약 분석
감염병 예방 정책 부재 등 지적···"새정부 코칭타워 역할해야" 조언도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제21대 대선 주요 후보들의 보건의료정책이 지나치게 의사 위주로 이뤄져 있으며, 공약 실현을 위한 구체적 로드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코로나19(COVID-19) 유행이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감염병 예방 정책이 부재하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분석이다.
대한의사협회와 한국정책학회는 27일 협약식을 갖고 '제21대 대통령에게 바란다'라는 주제로 공동기획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날 정책학회 연구부회장 가톨릭관동의대 주효진 교수(의료인문학교실)는 지난 20일까지 발표된 주요 대선 후보 3인의 보건의료정책 공약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공약은 △목표의 구체성 △문제 해결력 △지속가능성 △사회적 합의 가능성 등 네 영역으로 나눠, 40명의 정책전문가가 평가했다.
주 교수는 세 후보 모두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경우 국민참여형 의료개혁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개혁을 추진하겠다. 이를 두고 주 교수는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이 곧 사회적 합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주 교수는 "과거 탈원전 정책 역시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결론을 이끌어냈으나, 여전히 첨예한 갈등 속에서 정책이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나온 결론을 어떻게 사회적 합의로 연결시킬 수 있을지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공약인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 위원회' 역시 위원의 위상이 정립되지 않아 역할과 지속성 등에서 의문이 남는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집권 6개월 내에 의료사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낮아 자칫 포퓰리즘적 발언으로 치부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준석 후보의 보건의료정책 공약에서 가장 포괄적이고 대표성을 갖는 항목은 보건부 신설이다. 이는 의협이 대선후보들에게 전달한 대선공약제안서에서도 우선 과제로 제시된 바 있다.
그러나 주 교수는 정책학자로서 이 공약의 실효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보건의료정책 전문가가 부족한 상황에서 보건부 신설만으로 전문성을 확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전문 정부 부처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그곳에서 일하는 공무원들까지 전문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며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동반돼야 하는데, 이 후보와 의협 모두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공약 내용들이 의료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공공영역 확장에 초점을 맞춘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병원들이 공공의료 역할을 상당수 수행하고 있는 상황인데, 의료를 민간과 공공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누고 공공성만을 강조할 경우 민간의료와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다.
감염병 예방 정책이 공약에서 빠진 점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주 교수는 "지지난 정권과 지난 정권 모두 코로나19로 큰 곤욕을 치렀고, 막대한 재정과 사회 자원을 소모했다"며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았고, 신종 감염병의 위기도 여전한 상황에서 감염병 예방 정책이 제시되지 않은 점은 매우 아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울산의대 강동윤 교수(대한예방의학회 총무이사)도 "고령화로 인해 증가하는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질병 예방"이라며 "특히 감염병 예방 방안에 보다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정부의 개입과 지원을 확대하는 '큰 정부' 방향에 방점이 찍힌 점, 의사 중심으로만 정책이 설계된 점 등도 한계로 지적됐다.
주 교수는 새 정부의 의료정책 방향에 "현재 공약들이 의료사태라는 현안에 치중된 경향이 있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정책 방향이 필요하다. 민관협력 거버넌스를 마련하고, 정부의 역할은 콘트롤(control) 타워가 아닌 코칭(coach) 타워에 머물러야 전문성 있는 보건의료정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이날 의협과 정책학회는 의료체계 정상화와 올바른 보건의료 정책 수립을 위해 상호 협력을 약속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 체결은 6월 3일 대선 이후 출범하는 새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 방향을 함께 모색하고, 국민과 의료인의 권익을 보호하며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 구축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양 단체는 앞으로 보건의료 관련 정책, 법령 및 제도 개선을 위한 공동 연구와 정책 제언에 적극 협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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