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공공의료에 방점찍고 국민참여 의료개혁 강조...의협과 소통 노력
김문수, 의료개혁 원점 돌리고 의료시스템 회복 약속...개원가 소구 가능성
이준석, 의료현장의 자율성과 전문성 존중...젊은의사들에서 인기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20여 일 앞두고,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의 보건의료정책의 윤곽이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모두 의대정원 2000명 증원 정책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냈으나, 의료문제 해법은 제각기 달랐다.
이재명 후보 "지역의사제·공공의대 도입, 국민참여형 의료개혁위원회"
이재명 후보의 의료정책의 방점은 공공의료 확대에 찍혀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의료공약을 발표하며 "의료접근성이 실질적인 환자의 필요보다 지역 여건, 소득 수준, 의료기관 분포에 더 크게 좌우되고 있다"며 "환자의 필요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의료개혁, 요양과 돌봄까지 이어지는 포괄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의 공약은 크게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국민참여 의료개혁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 확보 등 3가지로 구분된다.
구체적인 시행 방안으로는 △국민참여형 의료개혁 공론화위원회 설립 △지역의사제·공공의대 신설 △국립대 병원 거점 병원 역할 강화 △중증·응급 24시간 전문의 대응체계 확립 △주치의 제도를 통한 일차 의료체계 구축 △방문·재택 진료 확대 △비대면 진료 제도화 △희귀·난치질환의 국가 책임 강화 △건강보험 국고 투입 강화 △필수의약품 수급불안 해소 △감염병 위기 대응 인프라 구축 등이 언급됐다.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공공의대·지역의사제다. 의료계는 이에 지속적인 반대 입장을 견지해 왔기에 추진 시 반발이 예상된다.
이 후보 측은 민간의료와 분리해 공공의료인력 양성으로 목적을 제한하는 공공의료사관학교 개념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나, 의료계는 여전히 강경한 반대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은 "공공의대 등 의사정원 확대로 공공·필수·지역의료 인력을 수급하겠다는 정책은 본질적인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며 "해당 재정을 기존 지역의료기관 인프라 개선 및 필수의료체계 강화를 위해 투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한 의료계 인사는 "의료계 전체가 의대 정원 문제에 매우 예민한 상황이며, 이 후보와 민주당은 공공의대를 꾸준하게 추진해 왔던 만큼 의견 차를 좁히기 어려워 보인다"며 "민주당 집권 시 이로 인한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입장 차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 캠프는 의협 등을 중심으로 의료계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는 중이다.
의협의 '대선 정책제안 보고회'에 정당 중 유일하게 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참석하고, 이후 박주민·김윤 의원이 의협을 방문해 "의대정원 증원 정책 책임자를 문책하라는 의협의 주장에 동의한다"고 목소리는 내는 등 유화적인 신호가 오가고 있다.
김문수 후보 "의료개혁정책 원점 재검토 및 대통령 직속 미래의료委 설치"
김문수 후보의 보건의료 공약은 현 의협의 주장에 가장 부합한다.
그는 지난달 9일 출마선언부터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정책은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6개월 이내 붕괴한 의료시스템을 재건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7일 입장문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됐다.
그는 전문가 중심의 대통령 직속 미래의료위원회를 신설해 의료정책에 전문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의료정책 거버넌스에 국민참여를 강조한 이 후보와 차별되는 지점이다. 김 후보는 위원회에 의대생도 참여시켜, 그들의 목소리도 녹여내겠다고 밝혔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 실행방안으로는 △난임생식세포 동결·보존 건강보험 급여화 △가임력 검사 및 난임 시술비 지원 △임산부 검진 및 분만비 지원 등 △산후조리원 평가 의무 공표제 도입 △모자 보건형 보건지소 확대 추진 등을 언급했다.
고령화에 따른 노인돌봄 정책으로는 △예방접종 국가지원 확대 △치매 안심 국가책임제 강화 등이 포함됐다.
그 외 △독감, 폐렴, 대상포진, HPV 등 예방접종 국가지원 확대 △요양병원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의협의 주장을 고스란히 담았으나, 의료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구체성이 떨어져 평가하기 이르다는 것이다.
의협 김 대변인은 "톱다운 방식의 정책 진행에 대한 기대는 있으나 구체적 설계가 없어 효율성을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이 같은 당 후보에게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들이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정치성향을 가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거 막판에 김 후보에게 표가 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익명의 의료관계자는 "대통령 탄핵 등에 반대했던 당내 인사들이 김 후보 캠프에 포진돼 있어, 김 후보 당선 시 전 정권의 의료정책과 인사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하지만 의사들의 정치색이 보수적이고, 의료정책 공약도 의료계와 합치되는 만큼 선거 막판에 개원의 상당수가 김 후보에게 표를 던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사회 이동욱 회장을 선대위 의료정책위원장 임명하며, 의료계와 접촉면 넓히고 있다.
이준석 후보 "보건부 독립 신설과 권역외상센터 국가책임제"
이준석 후보는 의료인 전문성과 현장 자율성을 강조했다.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보건부 독립 신설, 바이오·의료산업의 각종 규제 철폐 등이 있다. 여기에 최근 권역외상센터 국가완전책임제 등을 추가로 발표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보건부의 독립이다. 이 후보는 출마 당시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를 분리해 부처 전문성을 강화하겠다고 밝인 바 있다. 보건의료가 경제논리를 기반으로 한 복지 정책과 함께 묶여 발전에 어려움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의료·바이오 분야에서도 다른나라에 비해 규제가 과도하다며 철폐를 약속했다. 이를 위해 '규제 기준 국가제'를 도입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선진국 수준으로 규제를 폐지·정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14일에는 16호 공약으로 권역외상센터를 5~6개 광역거점센터로 통폐합하고, 고용부터 소송까지 모두 국가에서 책임지는 '광역 외상·응급의료센터 국가완전책임제'를 발표했다.
현재 17곳인 권역외상센터를 5~6곳으로 통폐합해 광역거점외상센터로 재편하고 기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또 광역거점센터를 별도 지정해 원칙적으로 타지역 수용을 막는 등 권역 내 진료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광역거점외상센터와 광역거점응급의료센터의 고용·운영·소송을 모두 국가가 전면적으로 책임지는 국가완전책임제를 도입한다.
권역 내 환자이송체계도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시·도별 닥터헬기 1대 이상을 배치하고, 도심 긴급 착륙 지역 확보를 의무화한다.
또 의료인의 소송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국형 응급진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한 경우 의료사고의 형사책임을 면제할 수 있도록 법제화한다.
이 후보는 "얼마 전 국군대전병원 이국종 원장과 만나 나눴던 의견을 이번 공약에 담았다"며 "각종 전문직 종사자들이 규제와 처벌의 지뢰밭에서 두려워하는 나라에 미래는 없기에 의료계부터 자유의 숨통을 열어 놓겠다"고 말했다.
동생이 의사라고 밝힌 이 후보는 의대생과 전공의 등 젊은의사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공약과 발언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난 17일 젊은의사포럼에 참석해 1시간 넘게 강연하는 등 그들과의 스킨십도 강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