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경정신의학회, 17~18일 롯데호텔 서울서 춘계학술대회 개최
레켐비, CDR-SB 점수 평균 1.21점 개선…1월부터 국내 처방
[메디칼업저버 손재원 기자] 알츠하이머 치매(알츠하이머병) 항체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국내 허가를 획득하고 본격적인 처방이 이뤄지는 가운데, 뇌 MRI 촬영에서 혼합병리 소견을 보이는 환자 등은 치료 여부에 대한 의료진 주의가 요구됐다. 반면 정신질환이 동반된 환자의 경우, 무조건적으로 치료에서 배제할 필요는 없다는 제언이 나왔다.
대한노인정신의학회(이하 학회)는 레켐비 임상 처방에 발맞춰 관련 실무지침을 공개하고, 이를 17~18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병 환자 뇌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축적을 막음으로써 질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기전의 치료제다. 지난 2023년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으면서 해당 기전에서 두 번째로 공인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됐다.
건국대병원 유승호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레켐비는 FDA 허가 획득 후 2년 만에 국내에 론칭돼 1월부터 처방 중"이라며 "제약사에서 제공하는 특별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학회가 병원별 가이드라인 제작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광범위한 실무지침을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레켐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표적해 알츠하이머병 진행 늦춰
아주대병원 노현웅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17~18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퇴행성 뇌질환은 무엇이고, 어떤 환자가 적합한가'를 주제로 세션 발표를 진행했다.
노 교수는 "퇴행성 뇌질환의 종류는 아주 다양하고, 특히 동아시아권에서는 치매로 인한 사회적 부담이 크다"며 "퇴행성 뇌질환 중에서도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이 동시에 축적되는 경우를 알츠하이머병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알츠하이머병은 바이오마커별로 ATN 기준에 따라 분류되며, 아밀로이드(A)와 타우(T), 신경 퇴행(N) 요소 유무에 따라 진단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앞서 바이오젠 '아두헬름(아두카누맙)'이 레켐비와 동일한 기전으로 FDA 허가를 받았지만 부작용 등 위험성이 높아 실제 처방은 적었다. 레켐비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제거하는 기전으로는 사실상 국내에 도입된 첫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다.
레켐비 임상3상 결과를 보면, 임상치매척도 박스총점(CDR-SB) 평균값은 레켐비군과 위약군에서 3.2점으로 동일했다. 또 보정된 연구 시작 시점부터 18개월차까지 CDR-SB 점수 변화 평균값은 레켐비군 1.21점과 위약군 1.66점이었다(MD -0.45; 95% CI -0.67~-0.23; P<0.001).
노 교수는 "레켐비군과 위약군 간 점수 차가 크지는 않았지만 우수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며 "레켐비에서 보고된 ARIA 부작용이 낮지 않았음에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제거해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아두헬름의 임상적 실패로 적절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없었고, 세계적으로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이 크다는 점도 고려 요소가 됐다.
노 교수는 "항체 치료제를 처방했을 때 뇌 볼륨이 작아지는 문제가 있지만, 그간 제대로 된 치료제가 없다는 점도 문제였다"며 "앞으로는 아밀로이드나 타우 단백질 상태를 정확히 반영하고 안전성 문제를 해결한 치료제가 더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대한노인정신의학회 실무지침, 환자에 따라 레켐비 처방 여부 상이
학회 실무지침은 레켐비 처방에 있어 알츠하이머병 환자군을 크게 △레켐비를 사용 가능한 환자 △사용 금기인 환자 △사용이 어려운 환자 등으로 분류한다.
우선 레켐비 사용이 가능한 환자는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경도인지장애 혹은 경도 치매 진단을 받은 환자로서 △뇌 아밀로이드 PET 양성 혹은 뇌척수액 검사상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 양성 △CDR 0.5~1점 혹은 GDS 3~5점 혹은 NIA-AA 임상적 수준 3~4점 △부작용 모니터링 등 신뢰할 수 있는 보호자가 있음 등의 경우로 설정됐다.
반면 사용이 금기되는 환자로는 레카네맙을 포함해 레켐비 약제 성분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꼽혔다.
또 사용이 어려운 환자로는 △알츠하이머병 외 인지장애 주요 원인이 되는 혼합병리가 뚜렷함 △특징적인 뇌 MRI 소견을 보임 △출혈성 경향 △항응고제를 복용하고 있음 △혈전용해제(tPA)를 사용하고 있음 △면역억제제나 면역글로불린, 단일클론항체 혹은 유도체 치료 중이거나 향후 치료 가능성이 높은 동반질환이 있음 △현실검증력 저하가 커 치료 과정이나 결과, 부작용에 대한 이해와 협조가 어려움 △바이오마커 확인이 자살 위험을 크게 높일 것으로 예상됨 △90세 이상 초고령 또는 BMI 35 이상 초고도비만 등이 제시됐다.
특히 뇌 MRI 소견에서 혼합병리를 보이는 경우 사용이 어렵거나 금기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세부적으로 보면 △10mm 초과 뇌출혈 1개 이상 △10m 이하 미세출혈 5개 이상 △파제카스 척도 3점의 심한 피질하백질 변성 △주요 혈관영역 뇌졸중 혹은 열공경색 3개 이상 △표재성 철침착증 △혈관성 뇌부종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관련 혈관염(ABRA) △아밀로이드 혈관병증 관련 염증(CAA-ri) △인지저하 원인이 될 수 있는 두개 내 이상소견 등이다.
뇌 아밀로이드 양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PET 양성 소견이나 뇌척수액 검사가 기준이 된다. 혈액 바이오마커의 경우 아직 가이드라인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향후 추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아밀로이드 PET 결과를 분석했을 때 아밀로이드 침착 정도가 양성이나 음성을 나누기 애매하거나 뇌 특정 부분에만 침착이 집중된 경우, 또 전문의 2인의 시각적 판독 결과가 불일치해 판단이 어려운 경우에 대한 제언도 언급됐다.
노 교수는 "뇌척수액 검사를 시행해 종합적 결과를 판단하거나 다른 판독자에게 추가 판독을 요청할 수 있다"며 "아밀로이드 침착 영역별 정량분석 결과를 활용할 수 있고, 이 경우 정략적 침착 정도가 통상 제안 절단점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확인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다양한 동반질환이 나타나는 만큼, 항체치료제 치료 시 이를 함께 고려해야 하지만, 특정 정신질환이 나타날 때 무조건적으로 제외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됐다. 조현병이나 양극성 장애, 주요우울장애(MDD) 등 주요 정신질환이 동반되는 경우에도 반드시 배제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다.
노 교수는 "주요 정신질환 급성기에 해당해 환자 상태가 불안정하면 복약 순응도가 떨어지거나 부작용 대처가 어려울 수 있다"며 "정신 증상에 대한 치료를 선행한 후 환자 동의를 거쳐 치료 여부를 결정하기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또 정신증이나 현실 검증력 저하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나 중등도 이상 지적장애가 있는 환자 등은 치료 과정과 부작용 관리에 대한 이해·협조가 어려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조절되지 않는 우울증이나 높은 자살 위험군 환자의 경우에도 치료 결과에 따라 동반질환 예후에 영향을 미치거나 자살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의료진도 레켐비 치료 시 이득과 위험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노 교수는 "간·신장질환의 경우 별도의 용량 조절은 불필요하다"면서도 "간경변이나 간부전 등 심한 간질환 환자는 출혈 경향이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PT와 PPT, 혈소판 수치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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