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고려대에 이어, 15~16일 연세대·아주대 등도 확정
의대정원 동결 불확실성 커져...의정갈등 재점화 가능성도

고려대학교 의대 본과 3학년생들이 병원 임상실습을 나가기에 앞서 선서하고 있다. (출처 :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페이스북 )
고려대학교 의대 본과 3학년생들이 병원 임상실습을 나가기에 앞서 선서하고 있다. (출처 :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페이스북 )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고려대가 수업에 참여하지 않은 의대 본과 3·4학년 110여명을 유급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연세대 등 다른 의대들도 15~16일을 기점으로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학생들을 유급한다는 계획이어서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단체들은 의대생들의 단체 제적이나 유급 등이 발생할 경우 강경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고려대는 의대 학칙에 따라 전체 수업 일수의 3분의 1을 채우지 못한 본과 3·4학년 110명가량을 유급 처분한다고 11일 밝혔다. 대학본부는 오는 13일 논의를 거쳐 해당 학생들에게 통보할 예정이다.

다른 의대들도 수업 거부 학생들의 유급 처리를 준비 중이다. 연세대는 지난 7일 수업 복귀를 거부하고 있는 본과 4학년생 48명에게 유급 예정 통지서를 보낸 데 이어 오는 15일 의대 학장이 주관하는 진급 사정위원회 의결을 거쳐 유급 대상자를 확정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주대도 11일까지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1학년 학생들의 유급을 우선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유급된 학생은 등록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또 본과 3·4학년은 실습 위주로 교육받기 때문에 1학기 유급 시 2학기 수업을 듣기 어려워져 사실상 1년을 쉬게 된다. 더군다나 의대생 상당수는 지난해 휴학을 했기 때문에 2년 간 학업이 중지되는 셈이라 학생 피해가 크다. 

대학들이 의대생 집단 유급을 진행하면서 2026학년도 의대정원 3058명 동결도 불확실해졌다. 의대교육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교육부는 4월 중순쯤 2026학년 의대정원 동결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학 총장 일부에서 수업거부 학생들이 많다는 이유로 정원 확정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대학의 유급 결정이 이뤄지는 다음주가 내년도 의대생 수업거부 투쟁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의료계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의협 등 의사단체들은 의대생의 집단 제적이나 유급 사태가 발생하면 즉시 강경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의협 관계자는 "아직 유급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교수단체들과 논의하며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대로 집단 유급이 진행될 경우 정부에 대화를 요청한 의협이 다시 빗장을 걸어잠궈 의정사태가 무한정 장기화될 수 있다. 

다른 의대생들이 수업거부 투쟁으로 더욱 결집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만약 의대교육이 올해도 파행을 겪게 될 경우 내년의 의대교육의 질은 곤두박질 칠 수 밖에 없다는 게 의대교육 관계자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3개 학번을 동시 교육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의학교육협의회(의교협) 지난 8일 최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 정부관계자와 각 정당에 '의대 학사 정상화를 위한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며 내년도 의대정원을 확정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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