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설마 했던 의대생 집단 유급이 결국 현실화됐다. 고려대는 14일 전체 교수회의를 열고 수업 일수가 미달된 의대생 120여명에 대해 유급 예정 통보서를 발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세대를 비롯한 다른 의대도 이번 주부터 수업 일수 미달 의대생들에게 ‘원칙대로’ 유급 통지서를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3월 말 의대생들의 복학이 이뤄지고 겨우 보름만의 일이다. 

사실 이 문제는 어느 정도 예정돼 있었다. 의대생들은 복학하면서도 ‘등록 후 투쟁의 기조’를 견지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을 어르고 달래고, 그리고 위협하며 등록을 종용했던 건 교육부와 대학이었다. 

학생들을 복학시키고자 했던 학장과 교수들의 간절한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교육 현장의 그들이 2년간 의대교육 공백 상황을 맞이하며 느꼈을 위기감과 참담함은 옆에서 지켜보기에도 아프고 절절했으니까.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일단 학교에 잡아두면 된다는 식의 방식은 크게 잘못됐다. 그들은 많은 수의 학생을 등록시키는 방안을 짤 것이 아니라, 이번 학기에 등록한 소수의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하고 어떻게 보호할지를 고민하고, 방법을 모색했어야 했다. 그게 원칙이었다. 

하지만 교육부와 대학은 원칙을 고집하지도, 혹은 눈높이를 맞추고 함께 고민하는 파격을 보이지도 못했다. 그저 어른이 아이들에게 그러하듯 매와 사탕으로 입을 다물고 있기를 종용했을 뿐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의대생들의 수업거부를 두고 때쓰기라고 표현했다. 약자들의 집단행동이 때쓰기로 보일 땐. 강자가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의대생 유급 문제를 다룬 기사에 감사하게 독자들이 댓글을 달아주셨다. 허락없이 죄송하지만 그 댓글들을 인용하고 싶다. 

"학칙대로 하면되는 일이다", "학칙대로라면 휴학이 가능했다". 

독자는 위대하다. 어설픈 기자가 구구절절 써 내리던 글은 사실 저 두마디로 치환된다. 학칙대로 했으면 됐다. 휴학할 학생의 휴학은 받아주고, 수업받고자 하는 학생은 보호하며 수업하고. 물론 그 경우 내년의 의대 교육이 한층 힘들어졌겠으나,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대로 유급 사태가 번질 경우 자칫 내년 의대는 학생 트럼플링 위험에 처한다. 

원칙은 힘들어도 지켜야 하기에 원칙이다. 고려대를 비롯한 대학들이 원칙에 의해 유급 처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보름 전 '가피'하던 원칙이 급작스럽게 '불가피'해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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