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피, 듀피젠트 COPD 대상 적응증 확대 기념 간담회 9일 개최
듀피젠트, IL-4/13 동시 억제해 환자 상태 무관하게 악화율 낮춰
[메디칼업저버 손재원 기자] 사노피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으로 적응증을 확장하면서 국내 중증 환자에게도 보다 효율적인 표적 치료가 가능하게 됐다.
사노피 한국 법인은 9일 더플라자 호텔 서울에서 만성폐쇄성폐질환을 대상으로 한 듀피젠트 적응증 확대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듀피젠트는 아토피피부염과 천식 등 치료에 쓰이는 생물학적 제제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8년 아토피피부염을 시작으로 천식과 비용종 동반 만성 비부비동염 등에 대해 허가를 획득했다.
제2형 염증의 주요 원인인 인터루킨(IL)-4와 IL-13 사이토카인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제2형 염증성 질환에서 유효성을 입증했다. 만성폐쇄성폐질환 역시 기도 장벽 기능장애나 손상을 유발하는 IL-4와 기도에서 점액이 유출돼 가래를 생성하는 IL-13이 증상 악화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를 겨냥한 듀피젠트가 신규 치료 옵션으로 떠올랐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사망 원인 4위를 기록한 호흡기질환으로, 서양보다 아시아권에서 환자 증가세가 더 두드러진다. 흡연이나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 화석연료 사용 등이 모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관지와 폐에 만성 염증이 발생해 점차 좁아지는 것이 특징으로 대부분 환자가 폐쇄된 기도를 확장할 수 있는 확장제 치료가 필요하다. 지속성 베타2 작용제(LABA)와 지속성 무스카린 길항제(LAMA) 병용요법에 더해 호산구가 300개 이상인 중증 환자에게는 흡입형 코르티코스테로이드(ICS)까지 처방할 수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이진국 교수(호흡기내과)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은 폐암보다 전 세계 사망률도 높고 환자 삶의 질 측면에서도 더욱 심각한 질환이지만 인지도가 낮다"며 "폐기능 검사를 시행하면 40대 이상 성인 13.4%가 만성폐쇄성폐질환 증상을 보이지만 실제 진단율은 3% 미만"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40대 이상 성인 중 70% 이상이 만성폐쇄성폐질환에 대해 잘 모르고, 폐기능 검사가 보편적으로 시행되지 않는다는 점도 질환 인지도 저하에 영향을 미친다. 폐기능 검사는 1회 약 2만원 수준이지만 국가건강검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실제 검사 시행률이 낮다.
특히 흡연자는 만성폐쇄성폐질환 위험이 더 높아 남성 유병률이 19.4% 수준으로 여성보다 높다. 현재 집계된 국내 환자는 10~20만명에 불과하지만 대부분 나이가 많고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아 입원 등 적절한 치료에 부담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 교수는 "기본 검사·진단 비율이 매우 낮고, 흡연자들은 만성폐쇄성폐질환 증상을 담배의 영향으로 받아들여 질환이라는 생각 자체를 잘 하지 않는다"며 "질환 치료 측면에서도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등 정책적으로도 미비한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 등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은 비용으로 환산했을 때 연간 1조 4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환자가 병원에 직접 지불하는 의료비 외에 간병비 등을 모두 고려한 금액이다.
이처럼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크지만, 기존 표준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는 적절한 치료법이 부재했다. 그러나 듀피젠트는 직접적 병인인 IL-4와 IL-13을 겨냥함으로써 또다른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
사노피 배경은 대표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은 표준치료를 받아도 약 40% 이상 환자가 증상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고 악화한다"며 "듀피젠트가 새로운 면역학적 접근 방식을 제공함으로써 환자 삶의 질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듀피젠트 임상3상 BOREAS 연구에 따르면 52주간 듀피젠트를 투여한 군(듀피젠트군)에서 연간 중등도~중증 악화율은 0.78로 보고돼(95% CI 0.64~0.93) 위약군 1.10(95% CI 0.93~1.30) 대비 30% 유의하게 낮았다(RR 0.70; 95% CI 0.58~0.86).
또 기관지 확장제 사용 전 1초 강제호기량(FEV₁)으로 평가한 폐 기능은 12주차에 최소제곱법(LS) 기준 평균 160ml(95% CI 126~195)를 기록해 위약군 77ml(95% CI 42~112) 대비 83ml 높아 폐 기능이 의미 있게 개선됐다(95% CI 42~125; P<0.001). 이는 52주차까지 유지됐다.
이 교수는 "만성폐쇄성폐질환에서 급성 악화가 3번 이상 반복되면 환자 사망률이 4.3배까지 높아진다"며 "듀피젠트는 환자 성별이나 나이, 폐기능 악화 병력에 무관하게 악화율을 낮췄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기존 3제 병용요법은 기관지를 확장하고 염증을 낮추는 데 집중했다면 듀피젠트는 IL-4와 IL-13을 겨냥한 표적 치료가 가능해 효과가 더 뛰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만성폐쇄성폐질환 조기 발견·치료를 위해 질환 인지도를 높이고 선제적 진단이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10년에 한 번 정도만 폐기능 검사를 받아도 만성폐쇄성폐질환 발견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폐는 기능이 약화하면 돌이킬 수 없어 질환을 초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기관"이라며 "특히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은 흡연 외에도 만성폐쇄성폐질환 원인이 다양한 만큼 여러 요인을 고려해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