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ST·LG화학 성장호르몬 품목 고공성장에 실적 개선
국산 제품 승승장구에 맥 못추는 해외사 제품…신규 제품 개발 노력도지속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자녀의 키 성장을 위해 성장호르몬 투여를 원하는 부모들이 많아지면서 국내 성장호르몬 시장이 급격하게 팽창하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 국산 제품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주요 제품 생산 업체의 매출 상승을 이끄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1488억원 규모였던 성장호르몬 시장은 연평균 31%씩 성장해 2023년 4445억원 규모에 이르렀다.

성장호르몬 제제는 본래 성장호르몬 분비장애, 터너증후군 등으로 인한 소아의 성장부전, 특발성 저신장증(ISS) 등에 처방되는 의약품이다. 그러나 시중에서는 성장호르몬이 '키 크는 주사'로 알려져 이러한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는 아동도 키 성장을 위해 오프라벨 처방을 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특별한 의학적 원인 없이 키가 또래 평균보다 현저히 작은 특발성 저신장증(ISS)과, 이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키 성장을 원하는 아동은 비급여 처방으로 고가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럼에도 성장호르몬 비급여 처방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2023년 국정감사에서 제시된 자료에 따르면 성장호르몬 제제의 급여 처방 비율은 3%에 불과했으며 97%는 비급여 처방에 해당했다. 

국내 성장호르몬 시장, 동아에스티·LG화학 양강구도

동아에스티 '그로트로핀-Ⅱ' 제품군
동아에스티 '그로트로핀-Ⅱ' 제품군

국내 성장호르몬 시장에서는 동아에스티 '그로트로핀'과 LG화학 '유트로핀'의 양강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동아에스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그로트로핀 매출은 약 1189억원으로 불과 2년 전 매출인 615억원과 비교해 2배 가량 성장했다. 

2022년 회사 전체 매출에서 9.7%의 비중을 차지했던 그로트로핀은 2023년에는 14.3%, 2024년에는 17.0%까지 비중을 늘렸다. 2022년 매출에서 최대 비중을 차지했던 캔박카스의 매출을 뛰어 넘으며 회사의 대표 품목으로 떠오른 것이다. 

지난해 동아에스티 매출은 6979억원으로 전년 대비 5.1% 증가했는데, 회사 측은 그로트로핀의 매출 상승이 회사의 성장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시장 1위 품목인 LG화학 '유트로핀'은 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업계는 2023년 매출을 약 1500억원으로, 지난해에는 이보다 늘어난 약 18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LG화학 역시 지난해 수익성 개선의 원인으로 당뇨치료제, 성장호르몬, 백신 등 주요 제품의 안정적 매출 성장을 꼽았다. 

이들 품목의 성장세는 성장호르몬제 시장뿐 아니라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도 두드러진다. 

식약처의 국내 의약품 생산액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국내에서 가장 큰 생산액을 기록한 제품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였으며 성장호르몬인 그로트로핀과 유트로핀이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두 제품의 생산액 순위가 1년 전인 2022년에 10위, 11위에 해당했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상승이다. 

국내사 제품 선전에 해외사 제품 고전

국산 성장호르몬 제품의 탄탄한 입지에 해외사 제품은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는 화이자 '지노트로핀', 머크 '싸이젠', 싸이젠 '싸이트로핀' 등의 제품이 출시돼 있으나 국산 제품과 비교해 처방액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자는 2023년 주 1회 투여 제품인 '엔젤라'를 출시하며 시장 확장을 노리기도 했다. 엔젤라는 일 1회 투여해야 하는 기존 제품들 대비 편의성을 크게 높여 어느정도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엔젤라가 예상보다 저조한 처방실적을 기록하면서 화이자는 올해 초 엔젤라의 한국 공급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시 후 유의미한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국내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엔젤라는 기존 제품들과 비교해 성장호르몬 결핍으로 인한 성장 부전 적응증만을 보유하고 있어 사용 범위가 더 좁다. 또 주로 보험급여 적용 대상으로 처방이 이뤄지면서 비급여 처방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점유율 확보·유지 위한 신규 제형 개발 노력 지속

국내 성장호르몬 시장의 성장이 향후 몇 년간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업체들은 시장 점유율 확보 및 굳히기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5월 펜타입 성장호르몬제 '그로트로핀-Ⅱ 주사액 아이펜'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카트리지와 펜 디바이스 간 조립이 필요 없는 일체형 펜타입 제품이다. 

0.1IU 단위로 투여량 조절이 가능해 투여량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회사 측은 개봉 후 실온(25도 이하)에서 최대 10일까지 보관이 가능해 냉장보관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유트로핀카트리지주'의 임상시험을 승인 받았다. 이번 임상시험을 통해 개발되는 제품은 카트리지 일체형인 기존 제품과 달리 카트리지를 교체해 사용하는 제형이다. 

펜타입 성장호르몬 제제는 일반적으로 1회 사용 후 버리는 일체형 제품이 편리하다고 인식되나 카트리지 교체형을 선호하는 이들도 있어, LG화학은 유트로핀 라인업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이번 임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웅제약도 새로운 제형의 성장호르몬 제제 개발에 나서 관심이 모인다. 회사는 지난해 9월 식약처로부터 소마트로핀 성분의 마이크로니들 패치 DWRX5001GOV의 임상1상을 승인 받았다. 

해당 제품은 생물의약품 용해성 마이크로니들(미세바늘)을 적용한 제품으로 가로 세로 1cm 면적 내에 약 100개의 미세한 바늘이 박혀 있다. 환자가 패치를 부착하면 피부에서 바늘이 녹으면서 유효성분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개발 성공 시 주삿바늘에 공포심이 있는 환자들의 복약 순응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