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너머 백신패치까지, 국내 제약사 마이크로니들 영토 확장

이미지 출처 : 대웅테라퓨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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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대웅제약의 세마글루타이드 마이크로니들 패치가 주사제 대비 80% 이상의 생체이용률을 달성하면서 '붙이는 주사' 시대 서막을 열고 있다.

기존 30% 수준에 머물렀던 기술적 한계를 돌파한 대웅제약의 이번 성과는 그동안 한계로 꼽혔던 주사제 공포심과 복약순응도 문제를 해결할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대웅제약을 포함해 국내 제약사들이 비만 치료제부터 골다공증, 탈모 치료제까지 다양한 적응증으로 마이크로니들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향후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혁신적 약물전달의 문 '마이크로니들' 상용화 가시권

대웅제약과 대웅테라퓨틱스는 지난 13일 자체 개발 세마글루타이드 마이크로니들 패치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초기 약동학(PK) 실험에서 주사제 대비 생체이용률 80% 이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는 기존 마이크로니들 패치의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졌던 30% 내외의 낮은 생체이용률을 2배 이상 개선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상용화 임계점을 돌파한 성과로 평가한다. 주사 공포증과 자가투여 부담, 냉장 유통 의존성 등 기존 주사제의 한계를 극복하면서도 경구제에 달하는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마이크로니들은 미세 바늘을 통해 피부로 약물을 전달하는 경피약물전달 시스템이다. 피부 각질층을 우회해 용해성 또는 고형 미세바늘로 약물을 진피층에 직접 전달, 통증과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면서도 약물 흡수 속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마이크로니들 기술은 높은 기술적 진입장벽에 가로막혀 왔다. 제한적 약물 적재량, 배치별 제형 균일성 확보의 어려움, 피부 자극과 부착력 문제, 복잡한 대량생산 공정, 온도 변화에 따른 안정성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생체이용률이 30% 선에 머물러 경제성 확보가 난체로 남아 있었다.

이런 가운데 대웅테라퓨틱스는 독자 개발한 약물전달 플랫폼 'CLOPAM(Controlled-release LOading Platform for Advanced Microneeled)'을 통해 세마글루타이드 마이크로니들 패치의 생체이용률을 80%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이는 세마글루타이드 마이크로니들 패치의 세계 최초의 인체 적용 데이터로, 글로벌 제약업계의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노보노디스크 위고비와 오젬픽의 핵심 성분으로, 현재 주1회 피하주사로만 투여되고 있다.

대웅제약의 마이크로니들 패치가 주 1회 투여 가능성과 일관된 약물 노출 프로파일을 입증한다면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치료제의 접근성에 혁신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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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사, 마이크로니들 개발 '총력전'

국내 제약업계는 대웅제약을 필두로 마이크로니들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만·대사 질환부터 신경정신과, 비뇨의학과, 피부·탈모 치료에 이르기까지 각자 차별화된 전략으로 시장 진입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비만·대사 질환 영역에서는 대원제약이 라파스와 손잡고 GLP-1 성분 마이크로니들 패치 'DW1022'를 개발 중으로, 현재 국내 임상1상을 진행 중이다. 동아에스티 역시 주빅과 당뇨·비만 관련 마이크로니들 패치 제형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신경정신 분야와 비뇨의학과 분야에서는 신신제약이 선도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현재 과민성방광 치료용 마이크로니들 패치의 임상3상과 수면유도제 마이크로니들 패치 임상1상을 동시 진행 중이다. 신신제약은 오는 2027년 국내 첫 마이크로니들 의약품 시판 허가가 목표다.

골다공증 영역에서는 라파스가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1상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피부·탈모 치료 분야에서는 JW중외제약이 테라젝아시아와 탈모 치료용 마이크로니들 패치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적응증별 다각화 접근이 마이크로니들 시장의 기술 성숙도 향상에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형 변화의 신호탄?···과제도 여전

마이크로니들 기술은 기존 원료의약품 중심 경쟁에서 제형 혁신 기반 차별화 경쟁으로 패러다임을 전환, 기술 라이선싱과 수출 중심 포트폴리오 전략을 가능하게 만들 것으로 평가된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복약순응도 개선 중요성이 커지면서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환자 중심의 환경 구축의 핵심 솔루션으로 자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아직 해결해야 할 현실적 제약 요인은 산적한 상태다.

마이크로니들이 차세대 약물전달 시스템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마이크로니들 전문의약품 허가 선례는 부족하다. 때문에 임상시험 설계 측면에서도 단순히 바이오시밀러 방식의 생물학적 동등성 입증을 넘어 새로운 제형의 특성을 반영한 포괄적인 평가가 요구된다. 상대 생체이용률과 약물 노출 일치성은 물론 반복투여 시 안전성, 실제 사용 환경에서의 부착 순응도 등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한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마이크로니들은 글로벌 기술 라이선싱을 통한 중요한 수익 창출 모델이 될 것"이라며 "국내 기술력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산·학·연·관의 유기적 협력 체계 구축과 함께 규제당국의 선제적 가이드라인 정비, 환자 접근성을 고려한 보험급여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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