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장: 성경림 교수(울산의대 안과)
좌장: 성경림 교수(울산의대 안과)

 

좌장: 성경림 교수(울산의대 안과)

지난 1월 ‘안과 질환 치료에서 은행잎 추출물 제제의 역할’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성경림 교수(울산의대)를 좌장으로 이상엽 교수(연세의대), 주진호 교수(중앙의대), 양영순 교수(순천향의대)의 강연이 있었다. 본지에서는 이날의 강연을 요약‧정리했다.

 

녹내장 질환에서 은행잎 추출물의 역할

 

연자: ​​​​​​​이상엽 교수(연세의대 안과)
연자: 이상엽 교수(연세의대 안과)

연자: 이상엽 교수(연세의대 안과)

녹내장은 불균질한(heterogeneous) 질환으로, 비가역적, 진행성의 특성을 가지므로 그 진행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녹내장 환자에서는 망막신경절세포(retinal ganglion cells)가 손상되며, 안구내 압력이 상승한다. 현재 녹내장 치료는 시신경 손상의 주요 위험 요인인 안압을 낮추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안압은 녹내장의 병태생리에 기여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이며, 이 외에도 혈관 기능 이상,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 및 산화 스트레스가 녹내장성 손상의 기전으로 제시되고 있다. 따라서 녹내장 치료에서는 안압 조절뿐만 아니라 항산화, 신경세포 보호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환자의 평균수명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녹내장의 치료도 평생 치료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녹내장의 치료 목표는 시력의 질을 유지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있다.

국내에서 시행된 남일연구에 따르면 원발개방각녹내장 환자의 77%가 정상안압녹내장(normal tension glaucoma, NTG)인 것으로 나타났다(J Korean Glauc Soc. 2013). NTG의 주요 발생 원인은 혈류 장애로 밝혀졌으며, 녹내장 치료에서는 안압을 낮춰 혈류 장애를 간접적으로 개선시키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혈류 장애를 직접적으로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 NTG는 심혈관계 질환, 자율신경기능장애,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과 연관이 있으며, 혈관기능장애, 산화 스트레스, 내피세포기능장애에 의해 발생하는 일종의 ‘소혈관 질환’으로 볼 수 있다. 

안구는 혈류 장애로 인해 손상을 받기 쉬운 취약한 장기 중 하나이다. 대혈관의 경직도를 평가한 연구에 따르면, 전신적인 동맥 경직도가 높을수록 조기 개방각녹내장의 진행 위험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도 동맥경직도와 녹내장의 발생 간의 연관성이 확인되었으며, 이는 녹내장 치료 시 안압과 무관한 요인들도 고려해야 함을 시사한다. 

녹내장 환자의 중심부 시야 손상은 정신 건강, 운전, 삶의 질 등에 영향을 미친다. 중심부 시야 손상이 있는 녹내장 환자의 안구를 빛간섭단층촬영한 결과, 미세혈관순환의 퇴행이 확인됐다. 즉, 중심부 시야 손상은 환자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이며, 혈류 장애와 높은 연관성을 보인다. 한편, 중심부 시야 손상에 미치는 요인 중 하나는 근시안이다. 우리나라 NTG 환자에서 근시안이 많다는 점도 중요한데, 근시안에서는 혈관 침범(vascular involvement) 양상이 두드러진다. 따라서 근시안을 가진 NTG 환자의 경우, 초기부터 중심 시야 손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근시안을 가진 NTG 환자에 대해서는 안압 조절뿐만 아니라 맥락막의 허혈 상태를 개선하여 세포의 생존율을 높이고 혈류의 순환을 개선시켜 신경절세포의 사멸을 예방하는 치료법이 필요하다. 

녹내장 치료에서는 안압이 높지 않음에도 녹내장이 진행하거나, 안압 강하제에 반응하지 않거나 부작용이 발생하는 등 미충족 요구(unmet needs)에 대한 다양한 치료적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은행잎 추출물(Ginkgo biloba extracts, GBE)은 안구의 혈류를 개선하고 신경보호작용을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다. 다수의 동물실험과 세포연구를 통해 GBE가 모세혈관의 혈액 순환을 개선하고 망막신경절세포를 보호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또한, 안구내 방수 배출 통로인 섬유주 세포 손상에 대한 GBE의 보호 효과도 관찰되었으며, 이는 녹내장의 안압 조절에 GBE를 사용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Arch Ophthalmol. 2008).

녹내장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GBE 1일 120 mg 복용 시 안구 혈류 개선 효과를 보고했고(Acta Ophtahlmol. 2018), 국내 NTG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GBE 1일 2회 80 mg 복용 시 시신경 유두 주위의 망막 혈류 개선 효과가 확인됐고(Korean J Ophthalmol. 2011), 당뇨 유무와 관계없이 시력 개선 효과도 입증했다(Korean J Ophthamol. 2014). 이는 GBE를 녹내장 환자에 적용할 수 있는 충분한 임상근거를 뒷받침한다.

결론적으로, 축적된 비임상, 임상결과를 바탕으로 중증도와 상관없이 근시안을 가진 NTG 환자에게 GBE의 적극적인 사용을 제안한다.

 

 

중심장액맥락망막병증에서 은행잎 추출물의 역할

 

연자: ​​​​​​​주진호 교수(중앙의대 안과)
연자: 주진호 교수(중앙의대 안과)

연자: 주진호 교수(중앙의대 안과)

중심장액맥락망막병증(central serous chorioretinopathy, CSC)은 비수술적 망막병증 중 황반변성·당뇨망막병증·망막분지정맥폐쇄에 이어 네 번째로 흔한 시력저하 망막 질환으로, 주로 30-60대 남성에서 많이 발생한다. CSC는 후극부 신경감각망막의 장액성망막박리와 색소상피박리를 특징으로 한다. 이 질환은 맥락막모세혈관 과투과성으로 인해 망막색소상피 장벽 기능이 손상되면서 발생한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CSC 환자에서 산화 스트레스 바이오마커의 증가가 관찰됐고, 이는 항산화 방어 체계의 손상이 관련되어 있음을 시사한다(Scientific Report. 2024).  

CSC 치료에서 GBE의 효과는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그러나 망막 질환도 일종의 신경질환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GBE의 혈액유동성 개선 및 신경세포 보호 작용이 CSC 치료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GBE는 다른 생약제제와 달리 각 유효 성분의 작용과 함량, 약리기전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약제이다. 

GBE의 추정 기전은 세포 사멸 억제, 미토콘드리아 보호, 활성 산소 포획, 항염증 효과, 타우(tau) 단백질 인산화 조절, 성장인자 합성 유도 등 다각적이다. 산화 스트레스는 노화와 관련된 안질환의 발생과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연구에서는 GBE의 유효성분인 polyphenols과 carotenoids의 항산화 작용이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인간 망막색소상피세포를 보호하는 기전이 밝혀졌으며, 이를 통해 노인성 안질환의 보조요법으로 GBE가 적용될 가능성을 확인했다(J Pharmacy Pharmacol. 2023). GBE의 나이관련황반변성(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AMD)에 관한 효과는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보고된 바 있다. 

GBE는 안과 질환에서 말초미세혈관 장애를 호전시키는 약제이다. 당뇨병성 망막 질환에서 GBE 복용으로 망막모세혈관의 혈류가 효과적으로 개선되었고(Clin Nutr. 2004), GBE의 항산화 작용이 당뇨병성 망막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리뷰 논문이 발표됐다(Neuroprotective Potent Planta Med. 2019). 국내 연구진이 시행한 동물실험에서는 GBE의 망막신경절세포 회복 효과를 관찰했다(J Korean Ophthalmol Soc. 2003). 또한,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인 자외선, 활성 산소 손상, 저산소 손상에 대해 GBE의 망막색소상피세포 보호 효과를 확인했다(J Korean Ophthalmol Soc. 2003). 9,772명 환자를 포함한 임상시험 44건에서 보고된 부작용은 매우 드물게 나타났다(위장관계 0.21%, 두통 0.07%, 어지럼증 0.06% 등). 

2024년 중앙대광명병원을 내원한 급성 CSC 환자 46명을 3개월 이상 경과 관찰한 결과, GBE 투여군(16명)은 대조군(30명) 대비 항혈관내피성장인자(anti-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anti-VEGF)  투여 비율이 유의하게 낮았고 투여 횟수도 유의하게 적었다(data on file)<그림 1>. 다만 대상자 수가 적고 경과 관찰 기간의 차이가 있는 한계점이 있었다.

그림 1. 급성 중심성장액성맥락망막병증 환자에게 GBE 투여 후 평가 결과
그림 1. 급성 중심성장액성맥락망막병증 환자에게 GBE 투여 후 평가 결과

급성 CSC는 경과 관찰로 3-4개월 이내에 자연히 회복될 가능성이 높지만, 호전된 후 내원을 중단하면 만성으로 진행할 위험이 있으며, 만성 CSC는 치료가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GBE와 같은 약물 처방은 환자의 치료 순응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향후 CSC에서의 GBE의 치료 효과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안과 질환과 치매의 연관성: 경도인지장애 치료

 

연자: ​​​​​​​양영순 교수(순천향의대 신경과)
연자: 양영순 교수(순천향의대 신경과)

연자: 양영순 교수(순천향의대 신경과)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MCI)는 안과 질환과 연관성이 있는데, 발생학적 측면에서 뇌와 망막은 신경외배엽에서 유래하였기 때문에 망막을 ‘비침습적으로 볼 수 있는 뇌’라고 일컫기도 한다. MCI는 기억력이 저하되었지만 일상생활은 정상으로 영위할 수 있는 상태인데, 이 단계에서 모두 치매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고, 약 10%~15% 정도가 치매로 진행된다. MCI 환자에서 아밀로이드 검사는 매우 중요하다. 아밀로이드 유무에 따라 아밀로이드 음성인 MCI 환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정상으로 진행되지만 아밀로이드가 양성인 MCI 환자는 치매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현재 choline alfoscerate 제제가 유효성 재평가로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이게 되면서 MCI 환자에게 조기에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다. GBE는 인지기능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GBE의 성분인 ginkgo flavone glycoside는 신경보호작용을, terpene lactone은 미세순환 개선 작용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GBE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기억력 개선, 허혈성 신경세포 보호, 항산화 작용 및 유리 라디칼 제거 작용, 신경가소성 증가, 인지 개선, 노화와 관련되어 소실되는 뇌수용체의 보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신경과 영역에서 GBE의 사용에 대한 임상 근거는 상당히 많이 축적되어 있다. 메타분석에 의하면 경도인지장애와 치매 환자에서 GBE를 1일 200 mg 이상 5개월 이상 투여 시 즉각적 및 지연적 인지 기능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J Ethnopharmacology. 2017). 전 세계 여러 국가의 진료지침에서는 MCI 환자에게 GBE의 사용을 권고하고 있으며(World J Biological Psychiatry 2020), 아시아 신경인지질환 전문가 그룹은 MCI 환자에게 GBE 사용을 권고하면서, 치매 치료제에 추가로 병용 투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CNS Neurosci Ther. 2019). 또한 GBE 권장 용량으로 1일 240 mg을 추천했으며 내약성의 근거 수준은 A였다. 코크란 리뷰에서도 인지 장애와 치매 환자에서 GBE 240 mg 1일 1회, 120 mg 1일 2회 사용에 따른 유효성을 확인했다(Cochrane database of Systematic Reviews. 2020). 

또한 최신 연구에 따르면 혈관성 치매 환자에게 치매 치료제와 GBE를 병용투여 시 유의한 개선 효과를 보였고(Clinical Drug Investig. 2022), 뇌졸중 후 발생한 인지 기능 저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배정 임상시험에서 GBE 투여군의 인지 기능 개선 효과는 위약군 대비 유의하게 높았다(Frontiers in Pharmacol. 2023). 

현재 신경과 영역에서 MCI 환자에게는 GBE 제제가 조기 치료에 사용되고 있고, 치매 환자에게는 GBE와 콜린성 제제와의 병용요법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안과 영역의 질환이 MCI 또는 치매와 함께 동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GBE의 예방적 투여가 고려될 수 있고, 무엇보다 GBE의 미세순환개선 효과는 녹내장, 망막 질환 개선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겠다. 

 

 

Q&A

 

Q. 정상안압녹내장(NTG) 환자에서 치매 발병 위험이 높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상엽 교수: 녹내장과 치매는 모두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신경 손상과 관련된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녹내장이 진행되면서 시신경이 손상되면 그 부위에 베타 아밀로이드가 침착되는데 이는 알츠하이머병의 병리 기전과 유사합니다. 이러한 연관성으로 NTG 환자는 알츠하이머병의 위험 인자인 ApoE4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치매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ApoE4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라면 NTG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Q. 치매 예방을 위해 정상인이 은행잎 추출물을 복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까?

양영순 교수: 은행잎 추출물은 경도인지장애뿐만 아니라 그 전 단계인 주관적 인지장애에서도 효과가 입증된 약제입니다. 따라서 인지 저하가 심하지 않더라도 50-60대 이상이면서 가족력이 있거나 치매에 대한 걱정이 많은 분이라면 은행잎 추출물 복용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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