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당뇨병제 DPP-4i·SGLT-2i·SU 대비 1년째 갑상선암 위험 높아
세마글루타이드·터제파타이드 치료 환자서 허혈성 시신경병증 등 안질환 보고
근본적 원인 여부는 불분명…위험 확인 위한 추가 연구 필요성 제기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항당뇨병제와 비만치료제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이하 GLP-1 제제)의 안전성 우려가 도마위에 올랐다.
GLP-1 제제를 투약한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환자는 다른 항당뇨병제로 치료받은 이들보다 1년 이내 갑상선암 발생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데 이어, 지난해 제기된 안질환 우려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명확하진 않지만, 이 같은 위험은 약제 문제로 보이진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갑상선암은 치료 시작 후 적극적 감시가 이뤄져 조기 발견됐고, 안질환은 혈당이 급격하게 조절되면서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GLP-1 제제의 안전성 논란이 계속 제기되고 있어, 이를 잠재우려면 GLP-1 제제가 갑상선암과 안질환을 유발하는 근본적 원인인지 확인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GLP-1 제제, 다른 항당뇨병제보다 1년째 갑상선암 위험 1.85배↑
"적극적 감시로 암 찾아낼 가능성 높아졌기 때문일 것"
GLP-1 제제는 설치류 대상 전임상연구에서 갑상선 C-세포 종양, 갑상선 수질암 등 위험이 치료용량과 치료기간에 따라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모든 GLP-1 제제 제품 라벨에는 갑상선암 관련 개인 또는 가족력이 있는 환자에게 사용하면 안 된다는 박스형 경고문이 포함됐다.
하지만 사람에서 GLP-1 제제와 갑상선암 발생의 연관성은 명확하지 않다. 최근 GLP-1 제제 처방이 증가함에 따라 잠재적 갑상선암 발생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연관성을 밝히는 연구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미국 메릴랜드대학 Rozalina McCoy 박사 연구팀은 미국 전역의 상업보험과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메디케어 전통형 가입자들의 청구 데이터를 활용, GLP-1 제제와 다른 항당뇨병제의 갑상선암 발생 위험을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에는 심혈관질환 중등도 위험군이면서 갑상선암 과거력이 없는 당뇨병 환자 35만 1913명이 포함됐다. 투약한 항당뇨병제에 따라 △GLP-1 제제군(4만 1112명) △DPP-4 억제제군(7만 6093명) △SGLT-2 억제제군(4만 3499명) △설포닐우레아군(19만 1209명)으로 분류됐다.
갑상선암을 진단받은 환자는 △GLP-1 제제군 0.17%(69명) △DPP-4 억제제군 0.23%(172명) △SGLT-2 억제제군 0.17%(72명) △설포닐우레아군 0.20%(381명)로 조사됐다. 이를 토대로 분석 결과, GLP-1 제제군은 다른 세 가지 항당뇨병제군과 비교해 갑상선암 위험이 유의하게 높지 않았다(HR 1.24; 95% CI 0.88~1.76).
하지만 치료기간에 따라서는 결과가 달라졌다. 치료 시작 후 1년째 갑상선암 위험은 GLP-1 제제군이 다른 항당뇨병제군보다 1.85배 높았던 것(HR 1.85; 95% CI 1.11~3.08). 게다가 GLP-1 제제를 중단하거나 다른 항당뇨병제를 추가한 이들을 고려하지 않고 분석을 시행한 결과, GLP-1 제제군의 갑상선암 위험이 2.07배 더 컸다(HR 2.07; 95% CI 1.10~3.95).
다만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이유는 GLP-1 제제가 갑상선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의료진들이 GLP-1 제제를 투약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감시해 조기발견했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McCoy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GLP-1 제제를 투약한 환자군은 갑상선암 진단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GLP-1 제제가 갑상선암 발생 위험을 높이기보단, 적극적 감시로 암을 찾아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향후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근본적인 원인을 밝히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연구 결과는 JAMA Otolaryngology-Head & Neck Surgery 지난달 23일 온라인판에 실렸다.
세마글루타이드·터제파타이드 치료 환자군 9명 안질환 발생
"치료 초기 당뇨병 환자 눈에 대한 높은 수준의 감시 필요"
지난해 GLP-1 제제 세마글루타이드(제품명 항당뇨병제 오젬픽, 비만치료제 위고비)는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시신경장애와 연관됐을 수 있다는 위험이 제기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JAMA Ophthalmology에 실린 미국 후향적 연구 결과에 의하면, 세마글루타이드를 처방받은 당뇨병 또는 과체중이나 비만 환자는 비동맥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 발생 위험이 4.28~7.64배 높았다(JAMA Ophthalmol 2024;142(8):732~739).
이 연구를 계기로 GLP-1 제제 계열 약제의 안질환 위험에 대한 우려가 불거졌다.
대한당뇨병학회 최성희 홍보이사(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지난해 12월 열린 학회 심포지엄에서 "기전이 명확하지 않지만 세마글루타이드가 눈 혈관에 영향을 줘 당뇨병성 망막병증이나 NAION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며 "당뇨병 환자의 눈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환경일 때 GLP-1 제제를 처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더해 JAMA Ophthalmology 지난달 30일자 온라인판에는 세마글루타이드와 GIP/GLP-1 이중 작용제인 터제파타이드 치료 시 안질환이 발생한 환자 사례를 분석한 결과가 실렸다.
후향적 조사 결과, 두 가지 약제 투약 이후 △NAION 7명 △시신경 유두 부근에 생긴 시신경염인 유두염 1명 △중심주변 급성 중간황반병증 1명 등 총 9명이 안질환을 진단받았다. 비정형적 특징으로 한쪽 눈에 먼저 허혈성 시신경병증이 발생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반대쪽 눈에도 같은 병변이 나타나는 연속성 허혈성 시신경병증, 진료 시 양측 시신경유두 부종, 점진적 시력 상실 등이 확인됐다.
세마글루타이드와 터제파타이드가 안질환을 일으켰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단, 약제 자체의 독성보단 치료 이후 고혈당증이 빠르게 조절되면서 안질환이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7월 미국안과학회(AAO)와 북미신경안과학회(NANOS)는 세마글루타이드의 NAION 위험 가능성을 보고한 연구 발표 이후 공동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약하고 혈당 수치가 달라지면서 일시적으로 눈 수정체 모양에 변화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마글루타이드와 안질환 간 연관성을 확인하는 데 시판 후 조사가 도움 될 것"이라며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약하는 환자는 갑자기 시력을 상실했다면 치료를 중단하고 즉시 의료진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진료현장에서는 GLP-1 제제의 안질환 발생 가능성에 따라 치료 초기에 당뇨병 환자의 눈 상태를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번 분석을 진행한 미국 유타대학 Judith Warner 박사는 "세마글루타이드, 터제파타이드와 안질환 간 인과관계는 확인할 수 없지만, 급격한 고혈당증 조절이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번 결과에 따라 해당 약물을 투약하는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초기에 높은 수준의 감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