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 '위고비의 심혈관계 위험 감소와 임상적 가치에 대한 세션' 21일 개최
본격적인 체중 감량 전부터 심혈관계 보호 효과 나타나
[메디칼업저버 손재원 기자]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체중 감량에 더해 심혈관계 혜택을 입증한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 노보 노디스크제약은 21일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위고비의 심혈관계 위험 감소 혜택과 임상적 가치에 대한 세션을 개최했다.
GLP-1 수용체 작용제(이하 GLP-1 제제)인 위고비는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으로 처음 개발됐지만 일정 용량 이상 투여 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면서 비만까지 적응증을 확대했다. 비만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한국에서 위고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다.
국내에서는 초기 체질량지수(BMI) 30kg/㎡ 이상의 비만 환자나 BMI 27kg/㎡ 이상 30kg/㎡ 미만이면서 고혈압, 2형 당뇨병, 고콜레스테롤혈증 등 동반 질환이 1개 이상인 환자 혹은 확증된 심혈관질환이 있으면서 초기 BMI가 27kg/㎡ 이상인 과체중 또는 비만 성인 환자에게 처방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내분비대사내과)는 "비만 환자의 증가는 당뇨병이나 지방간, 심혈관질환 환자 등의 증가를 뜻한다"며 "이외에도 비만은 수면무호흡증이나 관절염, 뇌졸중, 다낭성난소증후군 등 다양한 질환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당뇨병 환자는 고혈압(60%), 콩팥병(40%), 고지혈증(70%), 비만(50%)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당뇨병 환자는 이를 함께 관리해야 하는 만큼 복합적인 증상 개선이 가능한 GLP-1 제제의 활용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당뇨병학회(ADA) 2024년 가이드라인에서는 당뇨병 환자에서 동맥경화를 동반한 심혈관질환 위험이 있는 경우 GLP-1 제제를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 이는 GLP-1 제제가 비만한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 동반 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관리와 심부전 관련 증상 개선 등 혜택을 모두 입증한 데 따른 것이다.
위고비는 글로벌 임상에서 환자 체중을 평균 16.9% 감량하는 효과를 보이면서 주목받았다. 글로벌 임상연구(STEP-1)뿐만 아니라 한국인과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아시아 임상연구(STEP-6)에서도 안전성을 입증했다. 급성 췌장염이나 사망 등 치명적인 부작용은 0건이었고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는 오심, 구토, 설사, 변비 등 위장관계 증상이 꼽혔다.
위고비, 임상연구서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 나타나
최근에는 SELECT 임상연구에서 주요 심혈관질환 위험을 감소시키는 결과가 보고됐다.
SELECT 임상연구는 노보 노디스크가 진행한 위고비 관련 가장 대규모 임상연구로 40개국에서 약 1만 7000명의 환자가 등록했다. 45세 이상이면서 BMI 27kg/㎡ 이상 과체중 혹은 비만 환자 중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동맥경화에 의한 질병이 있는 사람을 모집하되 당뇨병 환자는 제외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윤종찬 교수(순환기내과)는 "비만과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간 관계성은 전부터 입증됐다. 일례로 관상동맥심장질환(CHD)으로 인한 사망 중 약 20%는 높은 BMI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며 "SELECT 임상연구 결과 세마글루타이드를 일정 용량 이상 처방했을 때 비만치료제로서 심혈관계 예후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SELECT 임상연구의 1차 목표점은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이나 비치명적 심근경색, 비치명적 뇌졸중의 첫 발생으로 정의했다.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이 위약군보다 15% 낮은 경향성을 보였다(HR 0.85; 95% CI 0.71~1.01; p=0.065).
심근경색에 의한 사망 위험은 세마글루타이드군이 위약군보다 18%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았고(HR 0.82; 95% CI 0.71~0.96),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세마글루타이드군이 위약군보다 19%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보고됐다(HR 0.81; 95% CI 0.71~0.93).
이런 심혈관계 혜택은 세마글루타이드군과 위약군의 본격적인 체중 감량 편차가 나타나는 12~14개월보다 앞서 관찰됐다. 고지혈증 수치와 환자가 스스로 삶의 질을 평가하는 EQ-5D-5L 수치 역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윤 교수는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지표에서 통계적 유의성은 만족하지 못했지만 세마글루타이드 투여 후 다시 수술을 받거나 심부전으로 병원에 방문하는 정도는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체중이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전부터 심혈관계 보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심장내과 의사가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에서 체중은 10%가량 감소했고 혈압과 만성 염증 반응(hsCRP), 중성지방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마글루타이드 처방량에 따라 체중 감소 정도는 일부 차이를 보였지만 심혈관질환 예후는 큰 차이 없이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됐다.
다만 SELECT 임상연구는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등 기저질환 치료를 중단 없이 잘 이어간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기저질환 치료를 소홀히 하거나 BMI가 27kg/㎡ 미만인 환자에 대한 연구 데이터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윤 교수는 "SELECT 임상연구에 참여한 65세 이상 환자의 데이터는 많지 않다는 점도 한계"라며 "전문가들의 의견은 75세까지는 SELECT 임상연구 결과를 적용할 수 있지만 그 이상, 특히 85세가 넘는 경우에는 해당 데이터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BMI 기준과 적응증 고려해 적절하게 처방해야
이날 세션에서는 세마글루타이드의 임상적 장점 외에 처방 시 주의점에 대한 제언도 나왔다. 최근 비대면 처방 등을 이용해 BMI 27kg/㎡ 미만에도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하는 오남용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세마글루타이드는 BMI 기준과 적응증에 맞춰 적절히 처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0.25mg부터 2.4mg까지 순차적으로 증량해야 한다"며 "무분별한 처방은 환자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어 학회나 병원 강의를 통해 다른 의사에게도 꾸준히 교육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임상연구의 설계 조건에 맞춰 적절한 적응증에 기반해 사용해야 안전성이 담보된다"며 "단순히 세마글루타이드를 처방하는 의료진의 윤리 문제를 넘어 적응증에 맞게 약물을 사용하는 사회적 인식도 성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