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 9일 개최
대한비만학회 "비만 문제를 국가적으로 해결하려면 비만기본법 제정 필요"
정부 "비만 예방·관리 위한 다양한 개별법 운영하고 사업 진행하고 있어"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우리나라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만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대한비만학회는 비만 문제를 국가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비만기본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비만기본법을 통해 비만 국가 기준을 명확히 하고 국가 중심의 비만예방 및 관리를 위한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비만에 대한 체계적 조사와 연구를 진행해야 비만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비만 예방 및 관리를 위한 다양한 개별법이 운영되고 있으며, 비만 관련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며 비만기본법 제정에 선을 그었다.
대한비만학회는 '비만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9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했다.
비만예방관리 기본계획 수립·비만예방관리위원회 설립 등 법률안 제안
대한비만학회 남가은 보험법제이사(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해외에서는 비만 예방 및 관리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지속적으로 비만 예방 및 관리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정확하고 전문적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비만 예방 및 관리 정책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법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비만 위험성을 널리 알리고 국민 건강 수준을 높이고자 비만기본법을 제안하게 됐다"며 비만기본법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비만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먼저 만성질환 원인인 비만을 예방 및 관리하고 그에 필요한 지원 등에 관한 종합적인 정책을 수립·시행함으로써 국민의 신체적·정신적 고통과 사회적 부담을 줄이고 국민건강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안 제1조).
이와 함께 비만을 효과적으로 예방 및 관리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장관으로 하여금 5년마다 비만예방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한다(안 제5조). 또 비만예방 및 관리와 관련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장관 소속으로 비만예방관리위원회를 둔다(안 제9조).
이어 보건복지부장관이 비만예방정책의 수립·시행을 위해 비만 현황에 관한 실태조사를 3년마다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표할 수 있도록 한다(안 제14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게 영양, 운동, 사회복지, 의료 등 비만예방 및 관리에 관한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를 부여한다(안 제15조). 또 보건복지부장관이 비만예방 및 관리를 위한 조사·연구 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근거를 규정한다(안 제16조).
아울러 만성질환을 초래하는 비만 위험성에 대한 국민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 비만예방 및 관리를 중시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매년 3월 4일을 비만예방의 날로 정한다(안 제19조).
비만기본법 필요한 이유, 비만 환자 위한 국가 차원의 체계적 통계·대책 없어
비만이 건강한 사회구성원 되는 신체적·정신적 문제 요소 돼 국가적 손실 막대
학회가 비만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비만 환자를 위한 국가 차원의 체계적 통계 및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국가적 비만 진단 기준이 없는데다 비만이 건강 불평등의 대표적 모델이며 비만으로 인해 사회 갈등을 유발할 수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려면 비만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한비만학회 박정환 대외협력정책이사(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대한비만학회, 대한의학회 등 대부분 의료진이 우리나라 비만 분류표를 사용해 비만을 분류하고 있으나, 국가 기준은 아닌 실정이다. 일부 국가 기관은 서양 기준을 사용하기도 한다"며 "국가적 비만 진단 기준이 없는 것부터 비만 정책을 만들고 예방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안에서도 지역마다 비만 유병률이 큰 격차를 보이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체계적 조사나 연구가 이뤄지지 않아 그 이유를 설명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건강불평등 문제는 지역소멸과도 연결돼 있다. 학회 힘으로 조사하기엔 한계가 있어, 그 원인을 정부가 찾고 대안을 마련해야 비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의료적 측면에서도 비만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이 되는 신체적·정신적 문제 요소가 돼 이로 인해 국가적 손실이 막대하다고 평가됐다.
대한비만학회 홍용희 소아청소년이사(순천향대 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청소년 및 청년 비만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2단계 이상의 심한 비만의 증가가 두드러진다"며 "비만한 상태로 소아청소년기를 지내고 성인이 되면 이미 여러 가지 문제가 동반된 상태가 오래돼 교정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비만 동반 소아청소년이 성인이 되더라도 스스로 자연스럽게 비만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소아청소년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 및 관리, 추가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저출산 시대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비만 예방 및 관리할 수 있도록 국가 정책과 교육 정책이 절실하며, 이를 위한 비만기본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가장 상위 레벨인 정책 변화를 위해서는 법 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미적지근'…"현행 법령 일부 개정하는 방식으로 검토할 수 있어"
학회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비만기본법 제정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비만 예방 및 관리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개별법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만기본법 제정에 대한 대안으로, 현행 법령을 일부 개정하는 방식으로 비만 예방·관리 관련 내용을 강화하는 방안을 병행해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 임사무엘 사무관은 "건강·식생활·영양·체육 등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개별법이 이미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각 개별법과의 중복 가능성이나 입법경제성 측면에서 제정 방식을 택하는 것의 적절성에 대한 검토가 추후 법률안 발의 시 주된 쟁점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법률 제정 논의 시 현행법령 상 이미 운영되고 있는 타 법률상의 전문기관·전문인력의 역할 및 사업범위와 충돌하지 않도록 본 제정법률에 따른 사업 및 신설되거나 지정될 기관의 역할 정립을 위한 방안이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학회가 제안한 비만기본법의 주요 내용에 대해서도 이미 관련 사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정혜은 과장은 "비감염성질환 예방관리부서에서 비만 예방을 위한 통합 거버넌스 및 환경 구축이라는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며 "정책이 산발적이라고 지적했으나, 학교 건강증진기본계획이나 국가보험종합계획 등에서 소아청소년 비만 예방 및 관리가 과제로 포함돼 추진되고 있다. 실제 사업들도 이에 따라 다양하게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만예방관리위원회의 경우, 주요 정책사항을 심의하는 기구로 국민건강증진법에 의해 국민건강증진정책심의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으며, 그 산하에 영양·비만전문위원회가 있다"며 "비만 현황 실태 조사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현재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비만 관련 조사를 다양하게 실시하고 있다. 필요한 내용이 있다면 항목을 추가해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