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ODAC, 임핀지 연구 설계 지적
수술 전 및 수술 후 면역보조요법 효능 입증 필수조건 의결
국내 학계, 전체 암종 확대에 경계 목소리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비소세포폐암 분야에서 수술 전과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면역항암제를 이용한 보조요법의 효능을 두고 지적이 제기되면서 이를 둘러싼 변화가 감지된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수술 전과 수술 후 면역항암제를 이용한 보조요법을 추가하는 것을 두고 효능의 차이를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이제 FDA 종양학약물자문위원회(OADC)는 모든 암종에서 수술 전과 수술 후 모두에서 면역항암제를 보조요법에 추가하는 것과 각 단계에서 면역항암제를 추가하는 것 사이의 효능 차이를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연구를 설계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향후 진행될 임상시험에서 이를 입증하기 위한 설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임핀지가 쏘아올린 공...보조요법 임상 설계 변화?
최근 FDA ODAC는 절제 가능 조기 비소세포폐암 적응증을 신청한 아스트라제네카 면역항암제 임핀지(성분명 더발루맙)를 두고 수술 전 또는 수술 후 단계에서 임핀지를 언제 사용할 때 높은지 불확실성을 해소할 것을 지시했다.
앞서 임핀지는 임상3상 AEGEAN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이전 치료 경험이 없는 절제 가능 성인 2~3b기 비소세포폐암 환자 치료옵션으로 허가를 요청했다.
EGFR, ALK 변이 환자를 제외하고 총 802명이 포함된 이 연구에서 참여자들은 수술 전 임핀지+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 투여 후 수술을 진행하고 임핀지를 투여한 군(임핀지군)과 임핀지+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을 받고 수술을 진행 후 위약을 투여한 군(위약군)에 무작위 배정돼 치료를 받았다.
분석 결과, 임핀지군의 17.2%는 병리학적 완전반응(pCR)을 달성, 위약군 4.3% 대비 높은 수치를 보였다(95% CI 8.7~17.6; P=0.000003).
아울러 11.7개월 추적관찰 시 임핀지군은 무사건생존(EFS)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은 반면, 위약군은 25.9개월로 집계되면서(HR 0.68; 95% CI 0.53~0.88; P=0.0039) 1차 목표점을 충족했다.
이를 두고 FDA ODAC는 AEGEAN 연구 설계로는 환자가 수술 전, 수술 후 시점 모두에서 임핀지로부터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술 후 임핀지를 단독 투여하면 심각한 부작용과 독성에 노출될 수 있으며, 임상적 이점이 없을 수 있어 잠재적 과잉 치료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FDA는 AEGEAN 연구 설계 당시 수술 전 또는 수술 후 임핀지를 어느 시점에 투여할 때 효과가 높을지 불확실성을 해소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는 더 많은 임상시험 대상자가 필요하고, 비용도 높아지며, 연구 기간도 2년여 길어질 것이라며 이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FDA ODAC는 절제 가능한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수술 전과 수술 후 면역요법을 투여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입증하도록 제약사에 요청하는 것을 두고 투표를 진행했고, 11명 전원 찬성으로 이를 필수조건으로 삼도록 결정했다. 특히 다른 암종으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유는 옵디보 때문?
옵디보, 수술 전 보조요법만 사용할 때 재발 위험 줄여
FDA ODAC의 이 같은 결정은 절제 가능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BMS 옵디보(니볼루맙)+항암화학 병용요법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한 연구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절제 가능한 1b~3a기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3상 CheckMate-816 연구 결과, 옵디보+항암화학 병용요법은 항암화학요법 단독군 대비 질병 재발 및 사망 위험을 37% 감소시켰다(95% CI 0.43~0.91; P=0.005).
이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은 수술 전 옵디보+항암화학 병용요법을 받았고, 수술 후에는 따로 옵디보를 이용한 보조요법은 받지 않았다.
또 다른 1차 목표점인 pCR은 옵디보군이 24%, 화학요법군이 2.2%였다(OR 13.94; 95% CI 3.49~55.75; P<0.001).
FDA 변화 예고에 국내 학계는 '경계'
FDA가 수술 전, 수술 후 면역항암제를 이용한 보조요법의 효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임상시험 설계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국내 학계에서는 경계하는 반응이다.
수술 후 보조요법의 효과를 입증한 연구 결과가 공개되는 상황에서 굳이 이를 다시 입증할 필요성에는 의문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옵디보는 CheckMate-816 연구를 통해 수술 전 보조요법만으로 재발 위험 억제를 증명했지만, 추후 수술 후 보조요법의 효과까지 입증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발표된 절제 가능한 2a~3b기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CheckMate-77T 연구에서는 옵디보는 항암화학요법군 대비 질병 재발 및 사망 위험을 42% 줄였다(97.36% CI 0.42~0.81; P<0.001).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은 수술 전 옵디보+항암화학 병용요법을 받고, 수술 후 옵디보를 투여받는 군과 수술 전 항암화학요법 투여 후 수술 후 위약 투여군에 각각 무작위 배정됐다.
pCR은 옵디보군이 25.3%로 위약군 4.7%대비 6.64배 높았다(95% CI 3.40~12.97).
분당서울대병원 김세현 교수(종양내과)는 "FDA의 주장처럼 수술 후 면역항암제 보조요법으로 환자가 부작용에 노출될 우려가 있고, 잠재적으로 과잉 치료의 위험이 높아질 위험이 있다면, 수술 후 환자가 면역항암제를 보조요법으로 사용할 때 최적의 투여기간을 연구하도록 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체 암종으로 확대하는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연세암병원 라선영 교수(종양내과)는 "암종마다 수술 전과 수술 후 보조요법의 효과 차이는 다르다. 이를 전체 암종에 적용,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위암을 비롯한 일부 암종에서 면역항암제를 이용한 보조요법은 이미 그 효과를 입증한 상황인데, 효과가 떨어지는 치료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